티모시 가이트너 미 재무부장관은 20일(현지시간) 미 상원 은행위원회에 참석해 연준과 연방예금공사(FDIC)와 더불어 향후 6주 이후에는 은행 부실자산 해소 프로그램들이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 재무부가 7월부터 시행할 PPIP는 민관이 자본금을 함께 출연하는 민관투자펀드(PPIF)를 통해 미국 은행들의 부실자산을 매입해 처리하는 금융시스템 안정 프로그램이다.
◇ 은행 부실자산 매입하는 PPIP 7월초부터 가동
가이트너 장관은 이날 "갖은 종류의 부실자산이 미국 은행시스템에 가득차 있다"며 "이는 자본금을 압박해 금융기관들의 신규대출 능력을 위축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부실자산 가치를 둘러싼 불확실성으로 인해 금융기관들로선 민간부문에서 자본을 유치하는데도 제약을 받고 있다"며 은행 부실자산 처리 필요성을 강조했다.
미 정부는 재무부의 부실자산구제계획(TARP) 기금에서 750억~1000억달러를 민관투자펀드(PPIF)에 출연해 이를 통해 은행 부실자산을 총 1조달러 어치 매입한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은행들의 부실자산은 크게 부실대출과 부실증권으로 나뉜다. 이에 따라 미 정부는 은행 부실자산 처리과정에서 부실대출을 없애는 레거시대출프로그램(Legacy Loans Program)과 부실증권을 해소하는 레거시증권프로그램(Legacy Securities Program)을 시행하게 된다.
이중 `레거시대출프로그램`은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부실대출을 경매입찰에 부쳐 매각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특히 투자자들이 부실대출 인수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채권을 발행할 경우 FDIC가 민관투자펀드 자본금의 최대 6배까지 보증을 서주기로 했다.
투자펀드들로선 FDIC 보증 채권을 발행해 자본금의 6배에 달하는 현금을 확보, 이 자금으로 부실대출 매입에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예를들어 한 투자펀드의 자본금이 정부와 민간이 각각 70억달러씩 출연해 140억달러라고 가정하면, 이 투자펀드는 140억달러의 6배인 840억달러를 FDIC가 보증하는 채권으로 조달할 수 있고, 기존의 자본금(140억달러)을 보태 부실대출을 최대 980억달러까지 매입할 수 있다.
가이트너 장관은 또 이날 연준과 함께 자산담보부증권(ABS) 시장에 대한 지원 프로그램을 확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연준은 하루전 올해 이전에 발행된 상업용모기지담보증권(CMBS)을 매입하는 투자자들에 대해서도 `기간 자산 담보부증권 대출창구(TALF)`를 통해 대출자금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7월 하순까지 대출신청을 받기로 했다.
TALF는 당초 자동차 대출, 학자금 대출, 신용카드 대출, 정부보증 소기업대출 등을 담보로 잡아 만들어진 AAA 등급의 유동화채권을 사들임으로써 소비자 및 소기업 금융을 활성화할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재무부는 은행들의 부실자산 해소를 TALF의 매입대상 채권을 AAA 등급이 아닌 주거 및 상업용모기지 담보 증권(CMBS)까지 확대했다. 하지만 CMBS의 경우 지원대상이 신규 발행 증권에 국한돼 투자자들의 불만이 제기됐다.
◇ 제너럴 모터스와는 내달 1일 데드라인까지 협의 지속키로
가이트너는 제너럴 모터스(GM)에 대해선 오바마 행정부는 GM의 자구노력 데드라인인 6월 1일까지 GM과 주주들과의 협의를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GM은 내달 1일까지 채권단과 노조의 대폭적인 양보를 통해 납득할만한 생존계획을 제출해야만 미 정부로부터 추가 지원을 받아 파산보호를 면할 수 있다.
가이트너는 "신용도가 높은 자동차 딜러들에게는 자금융자가 가능하도록 노력을 지속할 것이고, 미국 자동차 내수시장을 살리기 위한 노력도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자동차 메이커처럼 구제자금을 받은 기업들에 대해선 미국 정부가 일일이 경영에 간섭하기를 원치 않으며, 정부에 의해 이사진이 구성되면 이들이 책임을 지고 주주가치 극대화에 나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가이트너 `금융시스템 회복 조짐`도 언급..위안화 절상엔 `고무적` 반응
가이트너 장관은 향후 경기에 대한 대한 낙관적인 견해도 피력했다. 그는 "회사채와 지방채, 은행간 대출시장 등에서 (리스크) 프리미엄이 줄어들고 있다"고 언급하면서 "미국의 금융시스템이 아물기 시작했다는 중요한 징후들이 있다"고 밝혔다.
가이트너는 또 "비은행 금융시스템에서 가장 문제가 됐던 (과도한) 레버리지도 낮아지면서 더 이상 같은 위기를 반복하지 않으려 하고 있고, 은행들도 보수적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며 리스크 관리에 대한 금융기관들의 변화된 자세도 설명했다.
한편 가이트너 장관은 중국과 관련해선, 미국은 최근 중국 위안화의 평가절상에 대해 고무적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2년간 매우 중대한 변화가 있었고, 중국은 보다 많은 진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고, 미국은 더욱더 고무될 것"이라고 중국 외환정책에 대한 강한 기대감을 피력했다.
가이트너는 또 "세계경제가 수십년래 최악인 리세션을 극복하는데 있어, 중국이 매우 건설적이면서도 안정적인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