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주택체감지수 `리먼 파산후 최고`..의미는

미 주택건설업체 체감지수 2개월 연속 상승..작년 9월 이후론 가장 높아
본격적인 회복에는 시간 필요..주택시장 안정 위해선 실업률 진정돼야
  • 등록 2009-05-19 오전 5:00:13

    수정 2009-05-19 오전 8:02:58

[뉴욕=이데일리 지영한특파원] 미국의 주택경기 체감지수가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다만, 본격적인 회복을 위해선 상승중인 미국의 실업률 등 고용불안 해소가 선행돼야 할 것으로 분석된다.

전미주택건설업협회(NAHB)는 18일(현지시간) 3월 주택건설업체 체감경기지수(HNI)가 2개월 연속 상승하며 16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수는 전월 14보다 2포인트 상승을 뿐만 아니라 월가의 대표적 투자은행인 리머 브러더스가 파산했던 작년 9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이에 따라 미국 주택경기가 바닥을 쳤거나, 최소한 바닥에 근접한 것이 아니냐는 기대감이 나온다. 

◇ 주택건설업계 체감지수 2개월 연속 상승..작년 9월 이후로 가장 높아 

▲ 미국의 주택경기 추락속도가 완화되면서 주택경기 바닥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NAHB의 HMI는 신규 주택건설(싱글하우스) 시장에 대한 주택업체들의 심리를 나타내는 것으로, 5월 지수 16은 주택건설업계 응답자의 16%가 향후 주택경기를 낙관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5월 수치는 주택건설시장에 대한 업체들의 전망이 여전히 한겨울이라는 점을 의미한다. 그러나 수치가 개선추이를 이어가고 있고, 월가의 금융위기가 고조됐던 작년 9월(17)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함에 따라 주택시장 바닥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데이비드 크로우 NAHB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HMI가 지난 4월중 5포인트 상승한데 이어 5월들어서도 상승세를 지속한 것은 최근의 지수 개선 추세가 요행의 결과가 아니란 것을 증명한다고 분석했다. 특히 주택업체들이 지금이 주택경기 바닥이거나 바닥 근처에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라고 이같은 지수 개선이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켈리 킹 BB&T 최고경영자(CEO)도 CNBC 방송에 출연해 미 주택경기가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비교적 싼 주택들에서 다소간의 (회복) 움직임을 보기 시작했다"며 "아직 갈길이 멀지만 분명히 움직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 금리 인하와 주택가격 하락으로 상환능력(affordability) 상승  

5월 HMI가 개선된 것은 개선된 주택상환여건(affordability conditions)이 크게 개선됐기 때문이다. 즉, 주택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한데다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금리도 크게 떨어져 주택구입 희망자들의 주택상환능력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실제 모기지은행협회(MBA)에 따르면 주간 모기지 금리(8일 마감기준)는 30년물 고정금리가 한주전보다 0.03% 떨어진 4.76%를 기록했다. 이같은 금리수준은 3월 하순 사상 최저인 4.61%보다는 조금 높지만 1년전 5.82%에 비해 크게 낮아졌다.

집값도 크게 떨어졌다. 부동산중개인협회에 따르면 올 1분기 미국의 평균 집값은 전년대비 14% 가까이 하락했다. 지역별로는 중부가 6.8% 정도 떨어졌지만 북동부는 15.9%, 서부지역은 19.8%나 급락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정부가 생애 첫 주택구입자에 대해 8000달러의 세제혜택을 부여하고 있는 점도 주택경기가 추가 하락세를 멈추고 바닥을 다지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

이와 관련, BMO캐피탈마켓츠는 고객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높은 상환여력(affordability)과 사상 최저인 모기지 금리, 경기를 부양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들이 잠재적 주택 바이어들에게 낙관론을 가져다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 미 주택시장 본격 회복엔 시간 필요..실업률 꺾여야

그러나 미국 주택시장의 본격적인 회복에는 다소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주택가격 하락을 부추기는 주택압류가 지속되고 있는데다, 주택압류의 주된 배경인 미국의 실업률 상승세가 여전히 꺾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 미국 주택시장이 회복 시그널을 보이고 있지만 실업률 등 고용문제가 해소돼야만 본격적인 회복세도 가능할 것으로 분석된다.

부동산 조사업체인 리얼티트랙(RealtyTrac)에 따르면 지난 4월 한달동안 주택압류신청을 받은 주택수가 전년동기보다 32%나 급증한 34만2038채에 달했다. 월간 주택압류는 2005년 데이타가 집계된 이후 2개월 연속 최대를 기록했다.
 
은행에 압류된 주택들은 통상 20% 안팎의 헐값으로 출회되기 때문에, 집값 안정을 위해선 주택압류 사태가 멈춰야 한다. 집값 하락으로 주택의 담보가치가 크게 떨어진 가운데 실직자 가정이 늘어나면서 모기지 연체에 따른 주택압류는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고용문제가 안정을 되찾기 이전에는 본격적인 주택시장 회복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해리스 시몬스 자이언스 뱅코프 CEO는 세액공제가 최근 주택경기에 도움을 주고 있지만, 아직도 상승하고 있는 실업률을 감안하면 주택시장의 안정은 아직은 의문이라는 입장이다. 따라서 주택시장이 턴어라운드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주택시장의 안정화 시그널까지 기대하기 위해선 최소 2010년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 시몬스 CEO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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