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박기수기자] 이달말 자리를 떠나는 김정태
국민은행(060000)장이 지난 5일 저녁 주요 임원들을 갑자기 호출, 긴급 회의를 가져 그 배경에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6일 금융계에 따르면 김정태 행장은 전날 저녁 8시경 갑자기 임원 회의를 소집, 퇴근중이거나 외부 모임을 갖고 있던 부행장등 임원을 모두 불러들여 긴급회의를 가졌다.
이 회의에서 국민은행은 이영호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를 상근 감사에 내정키로 결정했다.
국민은행측은 이날 김 행장과 부행장들의 저녁 모임이 “이날 미처 경영협의회에 논의되지 못한 내용인 감사 내정 사실에 대해 의견을 나눈 것이 전부”라며 특별한 의미를 둘 필요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국민은행의 한 임원은 “갑작스럽게 소집된 회의는 맞지만 감사 내정과 관련된 얘기만 했을 뿐 새로운 것은 전혀 없었다”고 말했고, 다른 임원도 “우연찮게 주요 임원들이 모두 모이게 됐지만 감사 내정 내용 이외에는 행장 선임 등 민감한 내용은 얘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임원은 "김 행장이 감사 내정을 알려주는 회의였고 임원들이 모이는 시간 때문에 회의가 오래 걸린 것처럼 비쳐졌다"며 "출장중인 이증락, 맥킨지 부행장 빼고 모두 모였으며 30분가량 얘기한 뒤에 저녁 9시20분쯤 여의도백화점에서 설농탕 먹고 헤어진게 전부"라고 말했다.
이같은 해명에도 불구, 금융계와 행내에서조차 갑작스런 모임의 진짜 배경이 무엇인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김 행장이 평소 임원들의 긴급 호출을 스스로 달갑지 않게 생각하는 스타일이다. 이날 오전 임원들로 구성된 경영협의회가 이미 열렸고, 이 부원장보의 내정 확정이 그렇게 급한 것이 아니었다. 때문에 이날 김 행장의 전격 임원 호출은 다양한 추측거리를 제공하기에 충분하다.
특히 금융당국에 의해 어쩔 수 없이 `회계 스캔들`로 자리를 떠나는 김 행장이 금융당국의 임원을 감사로 내정하는 것에 뭔가 다른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반응이다.
우선 김 행장이 이 부원장보의 감사내정과 관련, 정부·금융당국에 화해 제스처를 취한게 아니냐는 관측이다. 퇴임을 앞두고 김 행장이 당국과의 그간 불편한 관계를 씻으려는 노력으로 볼 수 있다는 시각이다.
김 행장이 최근 금융당국의 낙하산 인사 논란에도 불구, 이미 언론에 공개된 사실인 이 부원장보의 내정을 재차 확인, 본인이 마무리를 하는 모양새를 취했다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금융계 소식통은 정부와 국민은행의 사전 접촉설까지로 확대하지는 않는 분위기다. 국민은행의 핵심 소식통도 "최근 행장 후보를 추천하는 작업에 정부가 정말로 개입하지 않고 있다. 행추위원들도 서로 헷갈리고 있을 정도"라며 사전 교감설을 일축했다.
일각에서는 이 부원장보의 감사 내정을 공개한 후 금융당국의 반응을 살피려 한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특히 최근 국정감사 자료에서 피감기관에 대한 ‘낙하산 인사’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금융당국에 먼저 신호를 보냄으로써 뭔가 당국의 입장을 확인하려 했다는 시각이다.
그것은 행장 추천 문제이거나, 관계정상화 등에 대한 당국의 입장이 될 수도 있다.
이런 시각은 임원 회동의 갑작스러움 그 자체에서도 비롯된다.
특히 금감원 부원장보에서 국민은행 감사로 내정된 이 부원장보는 이날 저녁 임원회의 결과와 그 내용에 대해 사전에 대해 전혀 연락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금융기관의 임원에 내정될 경우 해당 금융기관이 당사자에게 관련 내용을 사전 통보하거나 협의하는데 이번 경우는 그렇지 않았던 것.
국민은행 감사로 내정된 이 부원장보는 “감사 자리는 그간 얘기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지만 전날 내정설은 전혀 모른 얘기이며 다른 경로를 통해 연락받았다”며 국민은행의 갑작스런 내정설에 당황해했다.
이 때문에 정부에 마지막으로 던질 수 있는 `선문답`식의 대화 요청 제스처일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이다.
반대로 금감원 출신의 내정 사실을 언론에 다시 환기, 관심을 끌어 금융당국으로부터 행장추천위원회(행추위) 활동이나 차기 국민은행 경영에서 독립성을 지키려했다는 시각도 없지 않다.
공교롭게도 이 부원장보가 금융감독원 통합 이후 초대 비서실장으로서 보필했던 이헌재 재정경제부 부총리가 이날 아침 IMF 연차총회 참석을 마치고 미국에서 귀국할 예정이다. 회계 스캔들로 얼룩진 국민은행 행장 선임 문제가 최종시한에 가까울수록 더욱 혼미스런 양상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