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도 잇단 보안사고?…현대중공업의 '맞불 작전'[김관용의 軍界一學]

방사청, HD현대중공업 부정당 제재 미결정
경쟁사 한화오션 반발…고소·고발전 비화
"나만 잘못한 거 아냐"…현대중 '논점 흐리기'
군함 시장 양강, KDDX 등 차기 사업 혈투 예고
  • 등록 2024-03-10 오전 8:01:57

    수정 2024-03-10 오전 10:00:08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HD현대중공업(329180)에 대한 제재 심의가 마무리됐지만 한화오션(042660)의 문제제기와 이에 대한 HD현대중공업의 반박 등으로 시끄럽습니다. 실형이 확정된 HD현대중공업 직원 9명의 군사기밀 탈취·유포 과정에서 임원 개입 가능성이 충분하다며 한화오션은 이를 경찰에 고발했습니다. 또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를 수사했던 울산지검에 당시 HD현대중공업 임원들을 조사했던 기록 공개를 촉구하는 청구소송도 제기했습니다.

앞서 방위사업청은 HD현대중공업에 대한 부정당 제재 조치를 하지 않았습니다. 방위사업법에 따른 제재는 청렴서약 위반의 전제가 되는 대표나 등기임원의 개입이 객관적 사실로 확인돼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입니다. 한화오션이 HD현대중공업 임원 개입을 증명하기 위해 노력하는 이유입니다. 만약 한화오션의 경찰 고발이나 검찰을 상대로 한 사건 기록 청구소송 결과 임원 개입이 확인될 경우 HD현대중공업에 대한 부정당 제재 심의가 다시 이뤄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HD현중 직원들 범죄에 임원도 개입?

HD현대중공업은 이미 사법부의 판결과 방사청의 두 차례에 걸친 심의를 통해 종결된 사안이라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사실, 사법부에서는 임원의 개입 여부에 대해 명시적으로 판단한 바는 없습니다. 임원들에 대한 수사나 기소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직원들에 대한 판결문만으로도 임원의 개입 여부를 충분히 의심할 수 있고, HD현대중공업 측에 기밀을 건넨 혐의로 군에서 재판을 받은 공무원의 수사기록에 따르면 의심을 거둘 수 없을 정도로 임원 개입 정황이 있다는게 한화오션 주장입니다.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전경 (사진=현대중공업)
한화오션은 임원의 개입 정황 중 하나로 직원들의 출장복명서에 군사기밀 탈취 내용이 기재돼 있다는 점을 거론합니다. 이에 대해 HD현대중공업은 “직원 출장시 출장 관리 시스템에 계획 및 결과를 등록하는 행위는 통상적인 프로세스”라면서 “HD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부 직원들은 군사Ⅱ급 비밀까지 취급(작성, 열람 등)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추고 있고, 방사청 및 군 관계자들과의 업무 협의에는 수시로 군사기밀로 된 자료가 활용되고 있는바, 출장 과정에서 특정한 자료를 ‘열람’하였다고 기재한 것을 두고 문제 삼는 것은 지나친 논리적 비약”이라고 반박했습니다.

하지만 한화오션에서 문제삼고 있는 부분은 적법하게 이뤄진 비밀취급이 아니라 과거 훔쳐 온 기밀을 보관하고 활용한 부분에 대한 것입니다. 입찰절차 진행 전에 군이나 방사청 사무실을 방문하고, 입찰 예정인 사업에 대한 군사기밀, 또는 다른 회사가 수행한 결과물과 관련된 군사기밀을 열람·촬영해 내부에 보고하는 것은 불법입니다.

실형 받고도 문제없는 서버 운영이었다?

한화오션이 문제 삼는 ‘비인가 서버’ 문제에 대한 HD현대중공업의 설명도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HD현대중공업은 이를 ‘보안서버’라고 주장하면서 “기무사(현 방첩사령부)의 권고사항을 준수하기 위한 것이었다”며 “당시 기무사는 보안사고가 지속 발생함에 따라 보안 서버 시스템 구축을 방산업계에 공통으로 권고한 바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한화오션 역시 동일한 보안 서버를 구축했다”며 “외부 서버 구축은 기무사 인가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한화오션에서 주장하는 비인가 서버라는 말은 애당초 성립할 수 없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의 범죄 사실은 방첩사(기무사)에 알리지 않은 서버에 탈취한 군사기밀을 업로드하고 직원들과 공유했다는 것입니다. 판결문에 따르면 보안서버의 접속을 끊었다 연결했다 하며 보안감사를 피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HD현대중공업이 탈취한 군사 기밀에는 2012~2013년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이 수행한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개념설계 자료가 포함돼 있습니다. 그런데, HD현대중공업은 다른 소리를 합니다. “2013년 KDDX 개념설계는 해군 주도하에 당시 대우조선해양이 ‘기술 지원’을 했으나 이후 사업이 연기되면서 중단됐다”면서 “2018년 해군이 국방기술품질원과 개념연구를 수행하며 KDDX 사업을 재개했고 2020년 HD현대중공업이 기본설계 업체로 선정됐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KDDX 사업개념 역시 2013년과 달리 2018년에 다시 정립됐기 때문에, 2013년 자료는 활용할 가치조차 없었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2013년 KDDX 개념설계 사업은 대우조선해양의 기술지원이 아니라 HD현대중공업을 20점 차로 누르고 수주한 것이었습니다. 당시 대우조선해양이 담당한 KDDX 개념설계 보고서가 2000페이지가 넘는데, 군에 정상 납품됐습니다. 또 2018년 국방기술품질원이 수행한것은 개념연구가 아니고 개념설계 이후 진행되는 선행연구를 수행한 것인데, HD현대중공업 측은 한화오션이 수행했던 개념설계를 한번 더 수행한 것으로 해석한 것으로 보입니다.

HD현대중공업의 ‘물귀신 작전’?

계속된 ‘보안’ 문제제기에 HD현대중공업도 한화오션에 해명하라고 반격에 나섰습니다. △2016~2021년 세 번의 해킹사고와 △대만잠수함과 관련된 설계 도면 유출 의혹 △2016년 보안 규정 위반에 따른 감점(1.5점)만 받고 수사를 받지 않았다는 점 등을 언급한 것입니다.

기본설계에 따른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 조감도 (출처=HD현대중공업)
이에 대해 한화오션 측은 조목조목 반박합니다. 우선 2016~2021년 해킹사고는 모두 조사가 진행됐고, 해킹 시도는 있었지만 유출된 군사기밀이나 방산기술이 없었기 때문에 종결된 사안이라는 입장입니다. 또 대만 잠수함 설계 도면 유출 건의 경우 유출된 도면이 독일 HDW사가 인도네시아에 잠수함을 수출하며 독일이 인도네시아에 제공한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대우조선해양이 해당 잠수함의 창정비를 할 당시 인도네시아로부터 제공받은 도면으로 우리 군사기밀이나 방산기술과 관련성 없고, 회사 역시 해당 사건에서 참고인(피해자) 지위이지 입건돼 있는 상황이 전혀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2016년 보안사고는 과실에 의한 보안사고라고 해명합니다. 한화오션은 “당시 직원 4명의 개인컴퓨터에 본인이 적법하게 취급하는 비밀자료 보관을 잘못했다가 기무사 조사 후 중징계 처분이 이뤄졌다”면서 “보안사고는 말 그대로 내부규정 미준수로 인한 징계사안일 뿐이고, 군사기밀보호법위반은 심각한 범죄행위로서 형사처벌 대상”이라고 반박했습니다.

대우조선해양은 해당 감점으로 인해 울산급 배치-Ⅲ 기본설계 사업에서 기술점수는 앞섰지만, 감점 1.5점으로 HD현대중공업에 사업을 내줬습니다. 반면 HD현대중공업은 2018년 중대한 범죄가 발생했음에도 오히려 2019년 보안사고에 의한 감점기준 자체가 삭제돼 KDDX 기본설계를 0.0565점 차이로 낙찰 받았다는게 한화오션 주장입니다. 이 부분에 대한 경찰 수사가 진행 중입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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