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이 땅 속 문화재 탐색·3D 스캔도 '뚝딱'…문화유산 최신기술 다 모였다

'2023 세계국가유산산업전'
96개 기관·업체 참여…331개 부스 운영
'6방향 감지' 드론, 디지털 자료 수집
유물 보관 효율 높인 수납장도 선보여
  • 등록 2023-09-18 오전 5:30:00

    수정 2023-09-18 오전 5:30:00

[경주(경북)=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경상북도 경주시 경주화백컨벤션센터. 강아지처럼 네발로 땅을 짚으며 360도 회전하는 로봇에 관람객들의 시선이 쏠렸다. 로봇은 땅속에 있는 무언가를 찾는 듯 발바닥으로 연신 바닥을 두드리며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서 개발 중인 지상 자율주행 탐사 로봇의 시연 장면이다. 이 로봇을 활용하면 땅을 파보지 않아도 GPR 데이터를 통해 매장문화재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엄장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연구원은 “토질과 묻혀 있는 항아리의 성질이 다르기 때문에 신호 특성을 분석해 매장된 문화재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며 “지하심도 1.5m 깊이까지 고해상도 영상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23 세계국가유산산업전’ 현장.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서 개발중인 지상 자율주행 탐사 로봇(사진=이윤정 기자).
수장 유물 찾아낸다…해양탐사선 눈길

문화유산과 관련한 신기술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2023 세계국가유산산업전’이 9월 14일부터 16일까지 경주화백컨벤션센터에서 열렸다. 문화재청과 경상북도, 경주시가 주최한 행사로 올해는 ‘우리 유산의 새로운 시작, 모두가 누리는 미래가치’를 주제로 관람객과 만났다. 역대 최대 규모인 7개 분야에서 96개의 문화유산 관련 기관과 업체가 참여해 331개의 전시 부스를 운영했다. ‘국가유산기본법’이 지난 5월 제정됨에 따라 ‘국제문화재산업전’에서 ‘세계국가유산산업전’으로 행사명이 변경됐다.

무엇보다 눈길을 끈 건 흡사 디지털 산업 전시회를 방불케 하는 문화유산 신기술의 현주소였다. ‘국가유산 산업관’에 들어서면 거대한 배 모양의 전시품이 눈에 들어온다. 지오뷰에서 개발 중인 해양탐사 전문선박이다. ‘무인자율이동체’(ASV) 기반의 무인수상정으로 자율운항기술을 이용해 수중 문화유산을 탐사할 수 있다. 최민국 지오뷰 매니저는 “일반 선박의 운항이 힘든 심해까지 들어가 수중 문화재를 조사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며 “바다에 6~7척가량을 내보내면 자율적으로 이동해서 문화재 발굴을 위한 데이터를 가져온다”고 말했다.

매장문화재의 디지털 기록화를 위한 캐럿펀트의 ‘Arch 3D Liner’는 약 1~2분 만에 문화재를 스캔해 3D 데이터를 제공한다. 손에 잡고 문화재를 스캔할 수 있는 핸디타입으로 데이터의 오차를 검토한 후 실측 작업에 활용할 수 있는 포맷으로 변환까지 해준다. 제갈건 선임연구원은 “가령 100장의 기와 조각이 있다고 하면 스캔 버튼을 한번만 눌러도 100장의 데이터를 모두 얻을 수 있다”며 “유물의 전자 도면뿐 아니라 수치 정보까지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문화재 디지털 기록화에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2023 세계국가유산산업전’ 현장. 한 관람객이 캐럿펀트의 ‘Arch 3D Liner’를 살펴보고 있다(사진=문화재청).
6방향 감지 드론…흰개미 모니터링 기술도

‘디지털 헤리티지’(Digital Geritage) 분야의 최신 기술도 확인할 수 있었다. ‘디지털 헤리티지’란 첨단 ICT 등을 바탕으로 디지털 문화유산을 기록·보급하는 것을 총칭하는 말이다. 지상을 날아다니는 MGIT의 산업용 드론은 6방향을 감지하는 기술이 탑재돼 있다. 레이저 거리 측정기 등을 통해 3차원 공간 정보도 얻을 수 있다. 윤철환 대리는 “‘매트리스 시리즈’로 촬영한 정자의 경우 기둥의 세밀한 모양까지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다”며 “기존에 사진 촬영을 통해 데이터를 기록으로 남겼다면 이제는 발전된 산업용 드론으로 영구적으로 보관할 수 있는 디지털 자료를 수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대원모빌랙의 ‘이층형 수장고용 수납장’은 문화재를 보존하는 기술을 보여준다. 압축적인 공간 배치로 유물의 수납 효율을 높인 제품이다. 작은 유물부터 큰 유물까지 3톤가량 수납이 가능하며 바닥판에 롤러가 장착돼 부드럽게 수납장을 밀고 꺼낼 수 있다. 이도경 실장은 “입출식 바닥판으로 특허를 받았다”며 “중요한 유물을 보관하는 수장고이다 보니 선반을 고하중으로 제작하는 등 안전 기능에 많은 신경을 많이 썼다”고 강조했다.

최근 문화재를 갉아먹는 것으로 알려져 많은 우려를 낳았던 ‘흰개미’ 스마트 모니터링 시스템도 전시장에 나왔다. ‘사물인터넷기술’(Internet of Things·IoT) 을 이용해 흰개미를 실시간 모니터링 할 수 있는 기술이다. 박병진 한국전통문화대학교 연구원은 “흰개미가 감지되면 땅속에 묻어놓은 장치 윗부분이 조금씩 솟아오른다”며 “원격 모니터링을 통해 직접 가볼 필요 없이 목조문화유산에 대한 흰개미 피해를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화유산을 각종 생활용품에 활용한 업체들의 부스에도 관람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화엄사지’ 등을 생활한복에 담은 ‘아란스토리’와 수원화성 등 문화유산을 블록으로 만나볼 수 있는 ‘스토리블록’, 조선의 명작을 한지조명으로 표현한 ‘진-한지 Flower’ 등이 보는 즐거움을 더했다.

‘2023 세계국가유산산업전’ 현장(사진=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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