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유상대 전 한국주택금융공사(이하 주금공) 부사장이 한국은행 부총재로 자리를 옮기면서 후임 주금공 부사장이 누가 될 것인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 자리는 전통적으로 한은 몫으로 여겨지고 있는 만큼 전·현직 ‘한은맨’들이 거론된다.
| 사진=이데일리DB |
|
7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주금공은 최근 이사진 인선 작업을 진행 중이다. 주금공은 지난달 ‘비상임이사 모집 공고’를 공시, 임원추천위원회를 중심으로 신임 비상임이사 3명을 추리고 있다. 주금공은 비상임이사 인선 외에도 지난달 공석이 발생한 상임이사 인선 작업에도 속도를 높이고 있다. 2021년 7월부터 주금공에 몸담았던 유 전 부사장이 의원면직으로 임기를 마쳤기 때문이다. 부사장은 최준우 주금공 사장이 임명한다.
차기 부사장으론 이환석 전 한은 부총재보가 유력 인사로 꼽히고 있다. 이 전 부총재보는 지난달 한은 부총재 선임 당시 유 전 부사장과 함께 하마평에 올랐던 인물이다. 그는 1991년 한은에 입행해 금융시장국장, 조사국장 등을 지냈고, 조사 담당 부총재보를 끝으로 올 3월 퇴임했다.
한은 출신 인물이 주금공 부사장으로 거론되는 것은 한은이 주금공 2대 주주로 있기 때문이다. 한은이 출자했던 터라 전통적으로 한은 몫 자리로 인식됐던 만큼, 이번에도 그 관례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다. 지난해말 기준 주금공 납입자본금 2조3406억원 중 한은 출자금 규모는 7650억원(32.7%)에 달한다. 1대 주주는 정부다. 정부는 일반회계로 1조4690억원(62.8%), 주택도시기금으로 1066억원(4.5%)을 출자하고 있다.
2004년 주금공 설립 이후 역대 부사장 7명 중 5명이 한은 출신이었다. 최창호 초대 부사장, 박재환 2대 부사장, 김재천 4대 부사장, 김민호 6대 부사장, 유상대 7대 부사장 모두 한은 부총재보 출신이다. 태응렬 3대 부사장과 정용배 5대 부사장 당시 주금공 사장이 한은 출신(임주재·김재천 사장)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한은 출신 인사가 줄곧 주금공 경영진에 합류한 셈이다.
이같은 인사 기조는 ‘관피아(관료+마피아)’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내부 승진으로 경영진까지 오를 수 없다는 분위기가 조성돼 직원들의 사기가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또한 부작용의 일환으로 정부당국과 한은 사이 마찰에서 비롯된 주금공 경영진 공백이 발생한 적도 있었다. 2021년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을 두고 금융위원회와 한은 간 갈등을 빚으면서 금융위 출신 최준우 사장이 부사장 인선을 6개월 가까이 미룬 사례다.
다만 대주주로서의 권한 행사라는 평가도 따른다. 출연기관 관리·감독 측면에서 용이할뿐 아니라 업무 전문성 측면에서도 능력이 검증된 인사가 보강되는 셈이기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주금공 외에 한은이 출자했거나 출자한 회사가 전액 출자한 곳으로는 금융결제원과 서울외국환중개가 있다. 금융결제원장과 서울외국환중개 대표이사도 한은 출신 인사 몫으로 여겨지고 있다. 박종석 금융결제원장과 정규일 서울외국환중개 대표이사는 모두 한은 부총재보 출신이다.
서지용 상명대 경제학부 교수는 “대주주로서 출자 기관에 일정 범위의 영향력을 행사하는 건 적합해 보인다”며 “유관기관 인사들이 재취업하는 것은 전문성 측면에서 강점이 있어 어떤 시너지 효과나 업무 적응에 있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요즘 시대엔 전문성뿐 아니라 혁신적인 아이디어도 중요하기에 인재풀을 민간 영역으로 확대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