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목숨 건 비행'…해병 지휘관, 후배장교 간이의자 앉혀 헬기 태워

배테랑 후배 조종장교에 비행 제대로 못한다 지적
조종석 사이에 간이 접이식 의자 앉혀 훈련비행
안전벨트도 없이 전술비행…생명에 위협 느껴
되레 사령부 핵심 보직 '영전', 송치 후에도 인사조치無
  • 등록 2023-06-23 오전 5:00:00

    수정 2023-06-23 오전 5:00:00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해병대에서 생명에 직접적 위협을 가할 수 있는 ‘가혹행위’가 벌어졌던 사건이 뒤늦게 알려졌다. 지휘관이 후배 장교를 최소한의 안전조치도 없이 헬기에 태워 비행을 시켰다는 것이다. 해병대 내 병사 간 가혹행위 사건은 종종 알려졌지만, 장교 사례는 매우 이례적이다.

22일 군 당국에 따르면 A장교는 지난 2020년 해병대 항공부대 지휘관으로 재직 당시 영관급이었던 부하 B장교가 비행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교육 비행 때 접이식 간이 의자를 조종석과 부조종석 사이에 놓고 앉게 했다. 헬기 내부 공간도 협소한데 거기에 간이 의자를 놓아 앉게 하고, 기본적인 안전조치인 안전벨트도 할 수 없는 위험한 상태에서 비행을 하게 한 것이다.

해병대 상륙기동헬기 ‘마린온’이 이착함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해병대)
타 기종 헬기 조종사였던 B장교는 해병대 항공단 내 비행시간이 상위에 손꼽히는 조종사였다고 한다. 그는 마린온 헬기 전력화 이후 기종 전환 교육 비행에서 이같은 일을 당했다.

마린온 헬기는 수송 헬기가 아닌 상륙기동헬기다. 상륙작전을 위한 전술기동이 주 임무다. 당연히 좌·우·위·아래 움직임이 극심하고 기체 떨림 역시 상당하다. 기체에 고정된 안전벨트를 착용해도 몸을 제대로 가누기 힘들다. 이런 훈련비행에 항공기 좌석도 아닌 간이 의자를 놓고 앉게 해 안전벨트조차 착용할 수 없도록 한 것은 자칫 생명까지 위협할 수도 있는 일이다.

실제로 B 장교는 엔진 정지 상황을 가정한 비상절차 훈련 당시 앞으로 튀어 나가 전방 유리(윈드쉴드)에 부딪혀 부상을 입을 뻔했다. 그런데도 A지휘관 지시로 B장교는 하루 많게는 2~3시간씩 접이식 의자에 앉아 훈련비행을 해야 했다.

이 사건은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이 부사령관이었던 지난 해 9월 직접 항공단에 상주하며 부대 감찰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접수됐고, A지휘관은 입건됐다.

문제는 A지휘관이 군사경찰 수사 후 검찰에 송치됐지만 해병대사령부 핵심 보직으로 자리를 옮기는 등 별다른 인사 조치를 받지 않았다는 점이다.

게다가 ‘해병대 항공운영 및 안전관리 규정’과 ‘해병대 항공단 예규’에서 징계 절차 또는 형사(수사·재판) 절차가 개시된 인원의 경우 자격심사위원회를 열어 공중근무자격 정지 여부를 심의해야 하지만 올해 2월에서야 뒤늦게 회부됐다. 심의결과 역시 문제없는 것으로 판단해 해당 지휘관은 자격 유지비행을 지속했다. 이에 따라 매달 수십만 원씩 비행수당 또한 받아갔다.

해병대에 따르면 A지휘관은 해당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량 부족으로 후방석에 배석하도록 했지, 간이식 의자에 앉도록 지시한 적은 없다는 얘기다. 군 검찰은 지난 20일 A 지휘관을 기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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