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엔화 가치 급락세 속에 19일 원·엔 환율이 8년 만에 800원대에 진입했다. 일본은행(BOJ)이 통화 완화정책을 이어가는 가운데 원화까지 강세를 보인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 19일 오전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엔화를 정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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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원·엔 재정환율인 100엔당 원화는 오전 8시13분 기준 895.95원을 기록했다. 원·엔 환율이 800원대를 기록한 것은 2015년 6월25일(897.91원) 이후 처음이다. 원·엔 환율은 서울 외환시장 개장 이후 오름세로 돌아서 900원 초반대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으로 평가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등 세계 각국의 통화 긴축에도 일본은행이 나홀로 완화 정책을 이어가면서 엔화 가치를 끌어내리고 있다. 특히 지난 16일 일본은행 금융정책결정회의가 추가 완화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역대급 엔저에 기름을 부었다는 평가다.
일본은행은 이날 회의에서 만장일치로 단기금리를 마이너스(-)0.1%로 동결하고, 장기금리 지표인 10년물 국채 금리 변동폭을 기존과 같은 ‘0%에서 ± 0.5% 정도’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장기금리 지표인 10년물 국채 금리를 0% 수준으로 유도하기 위해 국채를 무제한 매입하는 수익률곡선제어(YCC) 정책도 현행대로 유지했다.
최근 반도체 시장 회복 기대감에 원화가 강세를 보이는 것도 원·엔 환율에 하락 압력을 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역대급 엔저 흐름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봤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엔화 약세가 두드러지는 현상이 이어질 것”이라면서도 “연말께 일본은행이 완화정책에 대한 입장 변화와 함께 엔화가 강세로 돌아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