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 없이 간 수치 오르면 ‘자가면역성 간염’ 의심해 봐야

면역 균형 무너지며 발생하는 ‘자가면역성 간염
  • 등록 2023-04-16 오전 8:46:13

    수정 2023-04-16 오전 8:46:13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숨어 있는 간질환으로 불리는 ‘자가면역성 간염’은 방치되면 간경변 혹은 간암으로 이어질 수 있다. 만약 간염바이러스 보균자도 아니고 평소 음주를 하지 않는데도 건강검진 결과에서 AST, ALT, γ-GT, ALP, 빌리루빈(bilirubin) 등 간수치가 꾸준하게 상승한다면 자가면역성 간염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자가면역 간질환에는 병변 부위에 따라 간세포가 손상되는 자가면역성 간염과 담도 및 담도 세포가 손상되는 원발성 담즙성 담관염, 원발성 경화성 담관염 등이 있다. 또 이런 자가면역 간질환 중 2가지 이상 질환이 함께 발병하는 경우를 중복증후군이라고 한다.

◇면역 균형 무너지며 발생하는 ‘자가면역성 간염’

자가면역성 간염의 발생에는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특히 유전적으로 취약한 인자를 가진 상황에서 약물, 감염 등의 요인과 복합적으로 면역반응이 과도하게 활성화되면서 우리 몸의 정상적인 간세포를 공격하며 발생하게 된다.

또 면역 활성화를 억제하고 균형을 유지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조절 T세포가 제기능을 하지 못할 경우 면역세포의 과도한 활성화로 인한 염증반응이 간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런 염증반응이 반복되면 다른 간염처럼 섬유화가 진행되고 간경변으로 발전하게 되는데, 이렇게 되면 간경변이 있는 자가면역성 간염 환자에서 간암의 발생을 더 높이게 된다.

자가면역성 간염의 증상은 보통 다른 간질환에서 나타날 수 있는 피로감이 가장 흔하고, 미열이나 발진이 드물게 나타난다. 이외에 식욕부진, 체중감소, 근육통, 황달과 같은 증상이 있을 수 있지만 10~30%에서는 무증상인 상태에서 자가면역성 간염이 진행된다.

이순규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자가면역성 간염 환자의 10~40%에서 다양한 다른 자가면역질환을 동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장 흔한 동반 질환은 갑상선 질환이고 이외에 루푸스, 류마티스 관절염 등이 동반될 수 있다”며 “자가면역성 간염은 여성에서 약 6배 더 발생하는데, 국내의 경우 중년 이후 여성에서 발생률이 높고, 특히 60대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혈액검사·자가항체·조직 검사 등 종합해 진단

자가면역 간질환은 희귀질환으로 이 중 자가면역성 간염의 경우 10만 명 당 약 1.3명 발생할 정도로 매우 드물다. 그러나 유병률이 점차 증가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관심이 요구된다. 특히 자가면역성 간염은 기본적인 검사로는 발견하기 쉽지 않다. 혈액검사 외에도 자가항체 검사, 조직검사 등을 종합해 진단해야 한다.

혈액검사로는 특징적인 간수치 상승 형태와 함께 면역글로불린 및 자가면역성 간염의 특징적인 자가항체의 여부를 확인하게 된다. 더불어 조직검사에서는 계면간염, 림프형질세포의 침윤 등과 같은 특징적인 소견 유무를 확인한다.

자가면역성 간염은 천천히 만성간염의 형태로 발현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급성의 형태로도 나타나기도 한다. 증상의 형태도 다양하고 진단 당시 무증상인 경우도 30% 정도로 흔하다. 무증상도 흔하다 보니 10~30%는 이미 섬유화가 진행된 간경변으로 발전한 후 발견된다. 따라서 만약 진단이 늦어 치료 시기를 놓친다면 간경변, 간암 등으로 발전할 수 있다.

이순규 교수는 “자가면역성 간염 환자들은 무증상 혹은 비특이적인 증상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다양한 형태로 내원하는 경우가 많다. 증상은 없지만, 건강검진에서 지속적으로 높은 간수치가 나오거나, 초음파검사에서 간염이나 간경변이 의심돼 더 검사를 권유받아 병원을 찾는 경우도 있다”며 “간염바이러스도 없고, 술도 먹지 않는데 뚜렷한 원인 없이 간수치가 지속적으로 상승한다면 전문의와 상담을 통해 검사 등을 진행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약물치료, 반응 좋은 편이나 효과 없이 간부전 진행시 간이식 고려해야= 자가면역성 간염의 치료 핵심은 간의 염증반응을 조절해 관해(증상이 감소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다. 치료는 스테로이드제제를 통한 약물치료가 기본이다. 치료를 통해 간의 염증반응을 조절하고 완화해 간질환의 진행을 억제하는 것이다. 치료 기간은 간질환의 진행을 억제하기 위해 대부분의 환자에서 관해 유도 후 장기간 또는 영구적인 유지 요법이 필요하다.

자가면역성 간염은 적절히 치료받으면 약 65%에서 간기능이 정상으로 회복된다. 하지만 치료를 중단하면 약 80%에서 재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치료에 대한 반응은 환자의 예후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임의로 중단하는 것은 위험하다.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조절하는 것이 안전하다.

이순규 교수는 “장기간의 고용량 스테로이드 사용은 다양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지만 보통 유지 요법에서 스테로이드의 사용은 저용량을 사용한다. 또 이러한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면역억제제의 일종인 아자티오프린으로 변경하거나 병합하는 치료를 한다”며 “만약 약물치료로 효과가 없고 다른 간염처럼 간경변, 간부전 등으로 진행한다면 결국 간이식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자가면역성 간염 환자들은 철저한 개인위생과 간독성이 있는 약제 복용을 피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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