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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에 따르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15일 경제재정소위원회를 열고 국가재정법 일부개정안을 안건으로 상정해 심의한다. 기재부는 이날을 올해 재정준칙 법제화를 실현하기 위한 분수령으로 보고 막판 국회 설득에 총력을 펼치고 있다. 이달 내 추가로 예정된 소위원회 일정이 없기 때문에 여기서 안건이 통과되지 않는다면 논의는 3월로 또 밀리게 된다.
지난해 9월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발의한 이 개정안은 재정준칙 도입 방안을 담고 있다. 정부의 재정 적자폭을 국내총생산(GDP)의 3% 이내로 관리하는 게 핵심이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60%를 넘어설 때는 적자 폭을 2% 이내로 유지해 관리를 강화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그러나 현재까지 상임위원회도 통과하지 못하고 소위원회에 표류 중이다. 당초 지난해 정기국회 내 입법을 완료해 내년도 예산안부터 적용할 계획이었으나 결국 연내 도입은 무산됐다. 법인세·종합부동산세 인하 등 쟁점 사안에 비해 상대적으로 후순위로 밀린 데다가, 여야가 대립각을 크게 세우는 국회 분위기에서 논의는 외면받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조세특례제한법(조특법) 개정안에 막혀 먹구름이 드리웠다. 여야는 지난 14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 조세소위원회에서 반도체 시설투자 세액공제를 확대하는 방향의 추가 세제 지원안을 두고 대립각을 세웠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은 여야 합의로 통과시킨 조특법 개정안을 대통령실의 문제 제기로 뒤집는 형국에 대해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현 정부의 건전재정 기조를 상징하는 재정준칙을 두고 야당이 협조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기재부 관계자는 “야당 의원들을 직접 만나면 재정준칙에 대해 반대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당 차원에서는 동의를 잘 안 해주는 것 같다”면서 “경기 위축 시에는 예외를 두는 등 준칙 자체에 반대할 만한 사안은 없지만, 아무래도 여야 관계가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글로벌 스탠다드로 보더라도 재정준칙 도입은 이미 늦었다는 지적이 많다. 2021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재정준칙 운영 경험이 없는 나라는 한국과 튀르키예 뿐이다.
정부는 해외에서도 한국의 재정준칙 법제화 요구가 있다는 점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 최상대 2차관은 지난주 유럽 순방 일정에서 리차드 휴스 영국 예산책임청(OBR) 의장과 OECD 재정 전문가들을 만나 이들이 한국이 재정준칙 법제화를 조속히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전했다.
올해 들어 정부는 외환시장 선진화 방안을 발표하고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을 추진하는 등 해외자금 유치를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해외 투자자들에게 한국의 재정건전성을 아무리 설명한다고 해도, 이를 증명할 수 있는 가장 빠르고 확실한 방법은 법적 근거를 갖추는 것”이라며 “국가 신인도를 올리기 위해서도 법제화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