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발 시 동력 잃어"…재정준칙 국회 통과 사활

지난해 9월 발의 후 소위 표류 중…15일이 분수령
기재부, 이달 불발 시 동력 잃어…막판 국회 설득 총력
전망엔 '먹구름'…반도체 세제 지원발 여야 정쟁 격화
"해외투자자 상대 건전재정 증명할 가장 빠른 방법"
  • 등록 2023-02-15 오전 5:00:00

    수정 2023-02-15 오전 5:00:00

[세종=이데일리 이지은 기자] 윤석열 정부의 핵심 추진 과제인 ‘재정준칙 법제화’는 반년째 국회에서 잠들어 있다. 기획재정부는 2월 임시국회를 통해서 반드시 문턱을 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다만 반도체 세제 지원을 두고 여야의 정쟁이 격화되며 전망은 밝지 않은 상황이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3회국회(임시회) 제5차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노진환 기자)
국가재정법 개정안, 15일 소위서 심의

기재부에 따르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15일 경제재정소위원회를 열고 국가재정법 일부개정안을 안건으로 상정해 심의한다. 기재부는 이날을 올해 재정준칙 법제화를 실현하기 위한 분수령으로 보고 막판 국회 설득에 총력을 펼치고 있다. 이달 내 추가로 예정된 소위원회 일정이 없기 때문에 여기서 안건이 통과되지 않는다면 논의는 3월로 또 밀리게 된다.

지난해 9월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발의한 이 개정안은 재정준칙 도입 방안을 담고 있다. 정부의 재정 적자폭을 국내총생산(GDP)의 3% 이내로 관리하는 게 핵심이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60%를 넘어설 때는 적자 폭을 2% 이내로 유지해 관리를 강화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그러나 현재까지 상임위원회도 통과하지 못하고 소위원회에 표류 중이다. 당초 지난해 정기국회 내 입법을 완료해 내년도 예산안부터 적용할 계획이었으나 결국 연내 도입은 무산됐다. 법인세·종합부동산세 인하 등 쟁점 사안에 비해 상대적으로 후순위로 밀린 데다가, 여야가 대립각을 크게 세우는 국회 분위기에서 논의는 외면받았다.

기재부는 개정안이 이번 임시국회에서 통과하지 못한다면 사안 자체의 동력을 잃는다고 판단하고 있다. 지난해 통과가 불발된 이후 재정준칙 관련 담당 실무진은 물론 고위관계자들도 직접 여의도 국회를 찾아기재위 소속 야당 의원실 문을 여러차례 두드렸고, 개별 의원들과는 법제화 필요성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번에는 조세특례제한법(조특법) 개정안에 막혀 먹구름이 드리웠다. 여야는 지난 14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 조세소위원회에서 반도체 시설투자 세액공제를 확대하는 방향의 추가 세제 지원안을 두고 대립각을 세웠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은 여야 합의로 통과시킨 조특법 개정안을 대통령실의 문제 제기로 뒤집는 형국에 대해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현 정부의 건전재정 기조를 상징하는 재정준칙을 두고 야당이 협조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기재부 관계자는 “야당 의원들을 직접 만나면 재정준칙에 대해 반대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당 차원에서는 동의를 잘 안 해주는 것 같다”면서 “경기 위축 시에는 예외를 두는 등 준칙 자체에 반대할 만한 사안은 없지만, 아무래도 여야 관계가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해외 투자자 상대 韓 건전재정 증명할 가장 빠른 방법”

글로벌 스탠다드로 보더라도 재정준칙 도입은 이미 늦었다는 지적이 많다. 2021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재정준칙 운영 경험이 없는 나라는 한국과 튀르키예 뿐이다.

정부는 해외에서도 한국의 재정준칙 법제화 요구가 있다는 점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 최상대 2차관은 지난주 유럽 순방 일정에서 리차드 휴스 영국 예산책임청(OBR) 의장과 OECD 재정 전문가들을 만나 이들이 한국이 재정준칙 법제화를 조속히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전했다.

올해 들어 정부는 외환시장 선진화 방안을 발표하고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을 추진하는 등 해외자금 유치를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해외 투자자들에게 한국의 재정건전성을 아무리 설명한다고 해도, 이를 증명할 수 있는 가장 빠르고 확실한 방법은 법적 근거를 갖추는 것”이라며 “국가 신인도를 올리기 위해서도 법제화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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