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페이' 뜨면···VAN·PG 시장 판 커진다

[이데일리 유은실 기자] 애플이 ‘애플페이’를 무기로 국내 간편결제 시장에 뛰어든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전자지급결제대행사(PG사)와 전자금융보조업자(VAN사)들도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새 단말기가 필요한 애플페이 덕에 새로운 시장이 열리면 단말기를 개발, 보급하는 VAN사 입장에선 호재라는 것이다. 온라인 간편결제 인프라를 제공하고 수수료를 받는 PG사들에게도 온라인 결제 증가 등 긍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

(사진=로이터통신)

9일 업계에 따르면 애플과 현대카드는 이르면 3월께 애플페이를 도입할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전날 “간편결제 서비스 애플페이를 한국 시장에서 출시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앞으론 국내 애플페이 유저들도 지갑 없이 온·오프라인 결제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애플페이의 한국시장 상륙이 공식화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진출 시도는 수년전부터 있었다. 과거 애플페이 진출의 가장 큰 걸림돌은 ‘근거리무선통신(NFC) 단말기 보급’ 문제였다. 국내 가맹점의 대부분은 NFC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애플페이와는 달리, 자기보안전송(MST) 방식의 단말기를 사용하고 있다. 삼성페이가 국내에서 빠른 시간 내 성장한 것도 이 MST 방식의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범용성’을 잡았기 때문이다. 따로 단말기 등 인프라 구축을 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현대카드와 애플이 NFC 단말기 보급 지원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면서 애플페이 도입이 현실화됐다. 현대카드가 애플페이 관련 계약에서 일정 기간 약속했던 배타적 사용권 조항을 빼자, 금융당국도 이들이 대형 가맹점에 NFC 호환 단말기 설치비를 보조해주는 것이 더이상 ‘리베이트’가 아닌 ‘신기술 도입’이라는 공익 목적이 포함된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단말기를 만드는 VAN사들은 “삼성페이 때와는 달리, 새로운 시장이 열릴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NFC 단말기 교체 수요’는 VAN사들에겐 반가운 소식일 수밖에 없다. 국내 신용카드 가맹점 약 300만개 중 NFC 결제가 가능한 곳이 10% 안팎에 불과해서다. 단순 계산하면 현재 NFC 결제가 가능한 30만~40만 곳을 제외한 모든 가맹점들은 ‘신(新) 시장’으로 볼 수 있다는 예상이다.

NFC 결제 지원을 위해선 단말기뿐 아니라 POS시스템 등 소프트웨어를 설치할 수도 있고, 이를 유지하기 위한 유지관리보수 등에서도 새로운 수익이 창출될 가능성도 있다. 지난해 애플페이 출시 소식이 전해진 이후 VAN사들이 경쟁적으로 NFC결제 관련 시스템을 출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다만 단말기를 유상 구매해야 하는 가맹점 입장에선 비용 부담이 있을 수 있어, 실제 수요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이 때문에 NFC결제 지원 상품 라인업이 출중한 대형 VAN사들에게 유리한 구도가 형성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한 VAN사 관계자는 “단말기 설치 하드웨어 부분에서 성장이 있을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지만 현재로서 정확한 수요 추측은 어려운 상황”이라며 “고가에서 저가까지 다양한 상품군을 보유한 VAN사들이 영업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까진 대형 법인 가맹점 수요를 바탕으로 EMV 인증을 받은 NFC단말기들이 만들어졌지만 향후 중저가 단말기 개발 시장이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덧붙였다.

온라인 간편결제 인프라를 제공하는 PG사들도 애플페이 도입에 대한 기대감을 보였다. 애플페이가 국내에 상륙하면 온라인 간편결제 시장의 경쟁이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은 물론, 결제라인에 ‘애플페이’를 추가되면서 결제량 자체가 증가할 수 있다는 의견도 관측된다.

특히 지급결제업계 관계자들은 ‘애플 사용자 연령’에 주목했다. ‘편의성’과 ‘트렌드’를 무기로 삼은 애플이 페이 시스템을 장착하면, 상대적으로 나이가 어린 유저들의 간편결제 사용량도 늘어날 것으로 봤다. 온라인 결제가 일어날 때 수수료를 받는 PG사의 수익 구조를 고려하면, 간편결제 이용 연령대 확대는 수익증대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실제 대학생활 정보 공유 커뮤니티 플랫폼 에프리타임 개발사가 발표한 설문에 따르면 Z세대의 애플페이 서비스 인지도는 전체 90%에 달했다.

PG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결제 시, 카드결제보다는 간편결제의 결제 성공률이 높은 편”이라며 “애플 유저들의 연령대 등은 고려하면 10~20대에서 애플페이 도입 이후 간편결제 건수가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