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오희나 기자] “15억 초과 대출 규제가 풀려도 집 산다는 문의가 없네요.”
지난 27일 정부가 15억원 초과 주택담보대출을 허용하고 무주택자와 1주택자에 한해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50%로 조정하는 규제 완화를 발표했지만 시장은 관망세를 이어가는 분위기다. 연 5~6%에 달하는 주택담보대출 금리 때문이다. 기준금리가 더 오른다면 연 7~8%까지 치솟는 것도 시간문제다. 전문가들은 일부 지역에서 매물이 줄긴 했지만 매수 심리가 급격하게 얼어붙은 상황이어서 거래절벽을 당장 해소하긴 어렵다고 분석한다.
|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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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15억원 넘는 아파트가 많아 수혜 지역으로 꼽혔던 강남권에서도 매수 문의는 거의 없는 상황이다. 개포7단지 인근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아직 매수 문의는 거의 없다”며 “15억원 초과 대출 규제가 풀린다고 해도 금리가 오르고 집값이 하락하는 분위기이기 때문에 찾는 사람도 거의 없어 급급매도 소화를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이 아닌 강남 도곡동과 역삼동도 아직 잠잠한 상태다. 역삼동 중개업소 대표는 “도곡동과 역삼동은 대치동 학군인 만큼 학기 초가 시작되는 내년 3월 전에 입주하려면 지금부터 문의가 있어야 하는 데 여전히 내 집이 팔리지 않아 못 오는 매수대기자들만 있다”고 전했다.
대치동 재건축 예정 아파트인 대치미도와 선경, 개포우성 1·2차에 대한 문의도 많지 않다. 은마 아파트가 서울시 도시계획심의위원회를 통과했다고 해도 아직 갈 길이 먼 데다 이자 부담 탓에 현재 시점에 갈아탈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대치동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이어서 매수하면 바로 실거주해야 한다. 반포와 잠실, 목동도 마찬가지다. 목동신시가지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대출이 풀린다는 소식에도 워낙 시장 분위기가 침체해 있어 매수문의는 아직 없다”며 “15억원 초과 주담대가 풀린다고 해도 DSR을 적용하면 큰 의미가 없는 상황이어서 매수세가 유입될지는 미지수다”고 말했다.
잠실은 오히려 매도 문의가 더 많아졌다. 종합부동산세의 부담도 있고 내년 5월9일까지 양도세 중과 유예가 이어지는 만큼 그전에 급급매라도 팔아달라는 것이다. 잠실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집주인들이 장기특별공제의 실거주 요건을 챙기고자 전세 세입자에 대한 퇴거 요청 문의가 많아졌다”며 “그 외에 갭투자했던 집주인들이 차익을 조금이라도 남기려고 급급매로 매도해달라는 문의가 상당하다”고 말했다.
|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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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대부분 지역에서는 정부 규제 완화 발표 이후 매물이 다소 줄어드는 모습이다. 부동산 정보제공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 강서구는 지난 26일 3092건에서 2892건으로 6.5% 매물이 줄었다. 관악구(-6.5%), 도봉구(-5.9%), 용산구(-5.9%), 마포구(-5.2%), 영등포구(-5.0%), 서초구(-4.9%) 등도 5% 이상 매물이 감소했다. 대출 규제 완화로 매수세 유입을 기대하는 일부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였거나 집이 팔리지 않자 임대로 돌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시장에서는 정부가 15억원 초과 대출 허용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거래절벽을 해소하긴 어려우리라 내다봤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팀장은 “현재 금리 인상, 경기둔화, 집값 추가 조정 가능성 등이 열려 있는 상황이어서 거래절벽이 이어지고 있다”며 “정부의 대출 규제 완화나 매물의 증감 여부보단 금리 상승이 정점을 지났다고 판단해 주택시장 거래에 터닝포인트가 나타나야 거래절벽도 서서히 풀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