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딩만으론 한계”…제조업에 손 뻗는 종합상사

현대코퍼, 자동차·기계 부품 제조 진출 모색
포스코인터 ‘전기차 부품’·LX인터 ‘친환경 소재’
수익성 높이려는 시도…ESG 경영에도 '제격'
  • 등록 2021-12-29 오전 5:30:00

    수정 2021-12-29 오전 5:30:00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국내 종합상사업계가 중계무역(트레이딩)·자원개발 사업을 넘어 직접 제품을 생산하는 제조업 분야에 뛰어들고 있다. 이를 통해 수익성을 한층 끌어올리는 한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흐름에 맞는 친환경 관련 분야로 사업을 다각화해 ‘일거양득’ 효과를 노린다는 게 이들 종합상사업계의 전략이다.

포스코SPS 포항공장 전경 (사진=포스코인터내셔널)
제조업 병행…수익성 강화 기대

2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코퍼레이션(011760)은 내년 초를 목표로 차량용 플라스틱 부품 전문 생산업체인 신기인터모빌의 인수와 관련한 협상을 벌이고 있다.

신기인터모빌은 현대자동차의 1차 협력업체로, 현대코퍼레이션이 지난 5월 인수·합병(M&A)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인수 계약이 체결되면 현대코퍼레이션은 신기인터모빌의 경영권과 지분 70%를 인수한다.

현대코퍼레이션은 올해 초 러시아 칼리닌그라드에 합작법인을 세워 자동차 부품용 플라스틱 사출·도장 공장을 짓는 등 자동차·기계 등 부품 제조업 분야 진출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3일엔 국내의 한 기계부품소재 회사 지분을 인수하기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현대코퍼레이션의 부품 제조업 사업 진출은 지난 3월 옛 사명인 ‘현대종합상사’에서 ‘종합상사’를 떼어내는 과정에서 일찍이 예견됐다. 현대코퍼레이션은 당시 사명 교체와 함께 정관을 변경하며 사업 목적에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 제조와 판매업 △전기차 부품 제조 및 판매업 등을 추가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047050)은 자회사인 포스코 SPS와 손잡고 전기차 핵심 부품인 구동모터코아 생산을 확대하고 있다. 앞서 지난 2월 세계 최고 구동모터 부품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면서 2025년까지 국내·외 구동모터코아 400만대 공급과 세계시장 점유율 20% 이상 달성을 핵심 목표로 제시했다.

최근 포스코인터내셔널은 멕시코 현지에 구동모터코아 생산법인을 설립한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북미 시장을 공략하겠다고 언급했다. 멕시코법인은 내년 6월 공장 착공에 들어가 2023년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초기 생산 규모는 연 30만대로, 2030년까지 연 150만대 규모로 확대할 예정이다.

업계는 이 같은 종합상사의 잇단 시도가 종합상사업계의 공통된 고민거리인 낮은 영업이익률을 개선하는 데 효과가 있을 것으로 봤다. 본업인 트레이딩 사업의 경우 구조적으로 교역 경쟁력을 높이는 과정에서 마진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환율과 원자재 가격 등 대외 변수가 다양해 큰 수익을 거두기 어려웠다.

실제 올해 3분기 국내 기업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7.5%를 기록한 데 비해 같은 시기 국내 종합상사업계의 영업이익률은 1~4%에 그쳤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코퍼레이션의 사업 영역이 더 확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앞으로 더욱 성장에 속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SKC의 고강도 PBAT 소재와 고강도 PBAT소재로 만든 생분해 제품. (사진=SKC)
ESG 흐름 맞춰 사업 다각화 시도

아울러 친환경 신소재를 생산하는 사업에 진출하면서 ESG 경영에 힘을 실은 종합상사도 있다. LX인터내셔널(001120)은 지난달 대상, SKC와 함께 친환경 생분해 소재를 생산하는 합작법인 ‘에코밴스’(가칭)를 설립했다. 에코밴스는 2023년 상업화를 목표로 국내에 연산 7만톤(t) 규모 친환경 신소재 고강도 플라스틱인 PBAT 생산 시설을 구축할 계획이다.

LX인터내셔널 역시 LX그룹에 새 둥지를 틀며 사명에서 상사를 제외하고 △청정에너지 △자원순환·폐기물 △복합물류·부동산리츠 등 사업 목적을 추가하는 등 일찌감치 변화를 예고했다.

업계 관계자는 “종합상사의 제조업 진출은 현재의 생존 전략이자 미래의 성장 동력을 동시에 확보하는 차원”이라며 “현대종합상사와 LG상사 등이 연초 사명에서 ‘상사’를 떼어내고 사업 재편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안정된 수익을 거둘 수 있는 제조업 부문을 하나의 축으로 선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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