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카드사들이 사상 최대 이익을 내고 있는 반면 코로나 장기화로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은 극에 달하고 있다. 더구나 수수료율을 정하는 근거인 적격비용 부담은 오히려 줄었다.수수료 인하 여력이 있다는 얘기다.” (금융당국 관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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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세 중소 카드 가맹점에 적용할 우대 수수료율이 3년만에 또 인하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찬반 논란이 뜨겁다. 수수료율은 정부 주도로 지난 2007년 이후 13차례에 걸쳐 인하됐다. 인하될 때마다 명분은 ‘소상공인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였다.
카드업계는 가맹점 수수료율을 계속 인하하고 있지만, 이에 따른 효과가 사실상 거의 없다고 보고 있다.
한 예로 2019년 우대 수수료율 적용 대상을 연 매출 30억원 미만 가맹점으로 확대하자, 전체 카드 가맹점 중 96%가 우대 혜택을 받게 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특히 연매출 10억원 이하 영세소상공인이 부담하는 실질 카드 수수료율은 0%에 가깝다. 정부에서는 연매출 10억원 이하 개인사업자들에게 신용카드 매출액의 1.3%(연간 1000만원 한도)를 부가가치세액에서 공제를 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혜택은 보편화 됐지만 소상공인들의 매출 사정은 여전히 어렵다. 전체적으로 소상공인 경기는 악화일로에 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2020년 10월까지 체감 경기동향(BSI)는 78이었는데, 올해 1월 35.8로 떨어졌다. 지난 10월 들어 62.5로 회복됐지만 여전히 경기전망 심리는 낮다.
그나마 과거에는 카드사 등에서 나서 판촉행사를 하기도 했다. 할인 혜택을 더 주는 식으로 이용자들의 결제를 유도했고, 카드사 가맹점들의 매출 확대로 이어졌다.
배 씨도 “옛날에는 카드사들이 중소 규모 가맹점을 위해서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판매 촉진 이벤트를 다양하게 펼쳤는데, 이런 것들이 경기 활성화에 영향을 미쳤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카드사 관계자는 “소상공인을 위한다는 명분이라면 제로 수준에 근접한 카드사 가맹점 수수료율이 아니라 다른 정책적 수단을 찾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유통업계 “그래도 도움된다”
실제 7개 전업 카드사(신한·삼성·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카드)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1조4587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동기(1조640억원) 대비 37.1% 증가했다.
최근 결제가 대부분 카드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가 소상공인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는 얘기다. 한 마트 관계자는 “카드사들도 고통 분담을 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카드 수수료 논란은 빅테크(전자금융업자) 쪽으로 불똥이 튀고 있다. 카드사들이 빅테크의 수수료가 더 높다고 지적하고 나서면서다. 유통업계들도 빅테크의 수수료에 더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빅테크의 보편화된 간편결제 서비스가 더 높은 수수료율을 소상공인들에게 전가한다는 것이다. 간편결제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가맹점이 내야 하는 수수료는 기존 카드 수수료에 추가로 전자금융업자에게 수수료를 내야 한다.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네이버페이 주문관리수수료(신용카드)는 가맹점 매출규모에 따라 2.0(연 매출 3억이하 영세)~3.4%(30억 이상)를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카드 수수료 인하 논란에 대해 정부 개입보단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보고 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정부가 나서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을 결정하는 곳은 한국 외에는 드물다”면서 “기존 산업과 상생할 수 있는 안을 업계 내에서 자구적으로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