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해외에서 한국 출판물의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한국 책을 원작으로 영화나 드라마, 연극을 만드는 사례도 생겨나고 있다. 책 인세에 더해 2차 판권 매출까지 출판물의 수익구조가 다양해질 수 있다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 미국에서 출간된 신경숙 장편소설 ‘엄마를 부탁해’ 표지(사진=한국문학번역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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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 작품을 원작으로 하는 드라마·영화 판권 수출의 물꼬를 튼 건 신경숙 작가의 ‘엄마를 부탁해’다. 앞서 2018년 신경숙 작가는 영미권 콘텐츠 제작사 ‘블루 자 픽처스’와 장편 소설 ‘엄마를 부탁해’ 드라마 제작을 위한 판권 수출 계약을 마쳤다. ‘엄마를 부탁해’가 국내에서 발행된 지 10년 만이다. 판권을 구입한 ‘블루 자 픽처스’ 프로듀서이자 디렉터인 줄리 앤 로빈슨은 “엄마를 잃고 그에 대한 죄책감으로 곤경에 처한 한 가족의 경험을 아름답고 진솔하게 그린 소설”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아직 드라마의 구체적인 제작·방영 일정이나 방송사 등은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다.
편혜영 작가의 장편소설 ‘홀’은 최근 미국에서 영화 판권 계약을 완료했다. 지난 2016년 출간된 ‘홀’은 음침하고 섬뜩한 느낌을 주는 이야기를 치밀하고 섬세한 문장과 구성으로 그려내는 것으로 잘 알려진 편혜영의 네 번째 장편소설이다. 교통사고로 아내를 잃고 불구가 된 몸으로 살아가는 한 대학교수의 내면을 그렸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학번역원의 번역출판 지원으로 미국에서 출간됐고, 2018년에는 미국 ‘셜리잭슨상’을 한국 작가 최초로 수상하며 주목을 받았다.
이밖에도 일본에서 20만부 이상 판매된 손원평의 ‘아몬드’는 연극으로 만들어질 계획이다. 서미애 작가의 추리 소설 ‘잘자요, 엄마’는 영국에서 드라마 판권 계약을 완료하는 등 최근 2~3년간 한국소설 원작 문의는 줄을 잇고 있다.
이구용 KL매니지먼트 대표는 “출판은 문자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영상이나 음악에 비해서 해외에서 반응이 느릴 수밖에 없다”며 “반면 해외에 우리 문화나 정치, 철학, 역사를 깊이 있게 전달하고 다양한 콘텐츠로 활용 가능한 부가가치가 높은 분야”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셰익스피어의 소설이나 ‘해리포터’ 등을 읽고 해외여행을 가듯 장기적으로는 출판으로 다른 문화 분야가 후광 효과를 보는 반대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 미국에서 출간된 편혜영 장편소설 ‘홀’ 표지(사진=한국문학번역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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