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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연내 테이퍼링(채권 매입 축소)이 가시화하고 있다. 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인사들이 올해 안에 테이퍼링을 개시하는데 의견을 모으고, 관련 계획을 준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수 FOMC 위원들 “연내 테이퍼링”
18일(현지시간) 연준이 내놓은 7월 FOMC 정례회의 의사록을 보면, 다수 FOMC 위원들은 “경제가 광범위하게 회복할 경우 올해 안에 자산 매입 속도를 줄이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테이퍼링을 위해 내년 초까지 기다려 보자는 입장은 FOMC 내에서 소수였다.
연준은 현재 매월 국채 800억달러, 주택저당증권(MBS) 400억달러 등 총 1200억달러 규모의 채권을 매입하는 양적완화(QE)를 통해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있다. QE 규모를 점진적으로 줄이는 테이퍼링을 올해 안에 실시할 것임을 강하게 시사한 것이다. 테이퍼링은 팬데믹 이후 이어진 ‘에브리싱 랠리(everything rally)’의 판도를 뒤바꿀 수 있는 주요 변수 중 하나로 주목 받고 있다.
연준은 7월 FOMC 직후 성명서를 통해 “팬데믹 우려에도 경제는 계속 나아지고 있다”며 “연준 목표치를 향해 진전하고 있다”고 했고, 이는 ‘신중한 긴축’ 신호를 보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날 나온 FOMC 의사록은 성명서보다 더 매파(통화 긴축 선호)적이라는 관측이다.
올해 남은 FOMC 정례회의는 △9월 21~22일 △11월 2~3일 △12월 14~15일 등 세 차례다. 8월 주요국 중앙은행 총재들이 참석하는 잭슨홀 미팅도 있다. 이 중 한 회의 때 테이퍼링 시작을 공식화할 가능성이 높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연준 내 조기 테이퍼링에 대한 공감대가 커지고 있다”며 11월 가능성을 거론했다.
다만 위원들은 테이퍼링과 별개로 기준금리 인상은 아직 먼 얘기라는데 의견을 모았다. 이들은 “테이퍼링 시기와 기준금리 인상은 어떠한 연관성도 없다는 점을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테이퍼링이 끝나기 전에 기준금리를 올리는 건 어렵다는 기존 입장을 다시 천명한 것이다. 시장에서는 내년 하반기는 돼야 기준금리가 화두로 떠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델타 변이를 둘러싼 불확실성 역시 주요하게 다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일부 위원들은 “만에 하나 코로나19 신규 감염자가 계속 증가해 경제 성장을 저해할 경우 인플레이션은 다시 하락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인플레이션 만성화를 사전에 막고자 테이퍼링을 서둘러야 한다는 논리와 배치되는 것인데, 그만큼 FOMC 내부에서 델타 변이를 둘러싼 갑록을박이 있었다는 뜻이다.
연내 테이퍼링을 시사한 의사록이 이날 오후 2시 공개되자마자, 뉴욕 증시 3대 지수는 낙폭을 키웠다. 이날 오후 3시9분 현재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각각 0.42%, 0.36% 하락하고 있다. 나스닥도 하락 전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