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퍼링 언급 '임박'…금리 상승 견디는 고마진·성장株 '주목'

美 제조업·서비스 PMI, 사상 최고치 경신
연준 위원 "나는 테이퍼링 일찍하잔 쪽"
테이퍼링 계획 발표, 8월 잭슨홀 미팅 유력
2013년 하반기, 가치 및 이익률 좋은 성장↑
"올해 경기민감 PBR은 이미 2013년 수준 상회"
하반기 매출·이익률 개선 큰 미디어/교육 등 추천
  • 등록 2021-05-25 오전 1:30:00

    수정 2021-05-25 오전 1:30:00

[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미국에서 코로나19 펜데믹(세계적 대유행) 대응을 위해 시작한 돈 풀기를 이제 멈추는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에 대한 논의가 확대되고 있다. 할인율 영향이 큰 기술·성장주가 하락하고 상대적으로 경기민감주가 부상하는 등 주식시장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그러나 과거 사례를 참고할 때 기술 기업이라도 이자 부담을 견딜 여력이 충분하다면 시장의 관심이 이어진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테이퍼링 논의 확산

21일(현지시간) 미국의 5월 마킷(Markit)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예비치(계절 조정치)는 61.5를 기록했다. 전월 확정치인 60.5보다 높아졌고 월스트리트 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들의 전망치 평균인 60.5보다도 높았다. 지표가 집계된 이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5월 서비스업 PMI 예비치도 70.1로 집계돼 마찬가지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월 확정치 64.7과 전문가 예상치 64.3도 상회했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미국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는 확인은 긴축 우려를 확대시켰다. PMI가 지수가 발표된 날 뉴욕증시는 상승으로 시작했다가 혼조로 마감했다. 특히 밸류에이션이 높은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전장보다 0.48% 하락 마감했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경제지표 호조로 테이퍼링 논의 확대 우려는 커졌다”며 “실제 같은 날 워싱턴포스트 온라인 컨퍼런스에서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나는 테이퍼링은 일찌감치 하자는 쪽이다’, ‘주택저당증권(MBS)이 그 중 일부가 될 것’ 등을 발언했다”라고 전했다.

시장에선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테이퍼링에 대한 계획을 발표할 시점을 8월 진행되는 잭슨홀 미팅이나 9월 연방준비위원회(FOMC) 회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글로벌 경제분석기관 옥스퍼드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8월 잭슨홀 미팅에서 테이퍼링 계획을 공식 발표하고 2022년 초 실제 테이퍼링에 돌입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테이퍼링 준비한 2013년 하반기, 영업이익률 높은 소프트웨어 강세

금융시장은 재료를 먼저 반영한다는 특징상 실제 테이퍼링이 시작될 때보단 테이퍼링을 시작하겠다는 ‘신호’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실제 벤 버냉키 연준 의장 시절, 테이퍼링이 시작된 2014년 초보다 신호를 준 2013년 5월에 크게 흔들렸다. 당시 1.6%대를 유지했던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2013년 5월 초부터 9월 초까지 4개월 만에 약 3%까지 상승했다. 2014년 초 이후부터 되레 완만히 하락하면서 연말 2.1%대로 마무리됐다.

주식시장은 테이퍼링 선언 이후 한 달 정도 큰 충격을 받았다. 2013년 6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은 1.5% 하락했고, 신흥국 증시에 속하는 코스피는 6.9% 내렸다. 그 뒤 같은 해 7~12월 말까지 실제 테이퍼링이 실행되기 전 지수는 상승했는데, 주목할 건 가치주건 성장주건 어떤 업종이건 구분 없는 상승이다. 보통 금리 상승기엔 밸류에이션이 높았던 성장주들이 약세를 보이는데 그렇지 않았던 것이다.

이재만 하나금융투자 투자전략팀장은 “당시엔 인플레보다 실물 경기 개선을 기반으로 테이퍼링을 준비하고 있단 판단에 코스피는 반등했고 성장주인 소프트웨어와 경기민감의 조선 업종 주가가 동반 강세를 보였다”며 “2013년 소프트웨어 업종의 특징은 매출이 성장하면서도 높은 영업이익률을 유지했다는 점으로, 금리 상승으로 인해 기업 측면에서 비용 부담이 늘어 마진 하락 압력이 강했음에도 이를 잘 견뎌낸 업종”이라고 설명했다.

매출·이익률 개선되는 미디어/교육 등 추천

올해 하반기는 2013년 하반기처럼 테이퍼링을 준비하는 기간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연준이 테이퍼링 계획을 발표한 직후엔 주식시장 변동성이 확대되겠지만, 이후 테이퍼링 전까진 상승할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한 가지 다른 점은 올해 상반기 가치주가 너무 많이 올라, 영입이익률이 양호한 성장주가 오히려 더 주목받는단 것이다.

이 팀장은 “오히려 올해는 정유, 화학, 철강, 건설, 기계, 조선 업종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2013년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3%까지 상승했던 당시 수준을 상회하거나 근접해 있다”고 말했다.

이날 삼성증권이 퀀트와이즈(Quantwise) 통계를 정리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매출액과 영업이익 추정치가 있는 코스피, 코스닥 338개 기업 중 영업이익률이 상위권에 있는 업종은 건강관리(클래시스(214150) 55.33%, 바이오니아(064550) 51.09%, 씨젠(096530) 50.39%), 커뮤니케이션(웹젠(069080) 44.51%, 엔씨소프트(036570) 33.16%) IT(리노공업(058470) 38.99%, 알서포트(131370) 38.4%, 티씨케이(064760) 36.6%) 등으로 대부분 성장주에 속한 기업들이다.

이 팀장은 과거 10년간 매출이 증가했던 국면에서 영업이익률 개선 폭이 큰 업종은 미디어·교육,호텔·레저, IT하드웨어,디스플레이, 반도체, 필수소비재라고 설명했다. 이 중에서도 올해 상반기 대비 하반기의 매출액과 영업이익 예상 개선 폭이 양호한 업종은 미디어·교육과 호텔·레저, IT하드웨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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