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무일 전 총장이 지난 2018년 설치한 수사심의위는 미국 대배심, 일본의 검찰심사회와 비슷한 제도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하자는 장치다. 문 전 총장 시절 검찰이 8번 열렸던 수사심의위 권고를 모두 수용했던 것은 이러한 이유에서다. 삼성물산 합병 의혹 사건은 수사심의위 권고를 깬 첫 사례로 윤석열 전 총장은 두달 여 동안 사건을 전면 재검토한 뒤 결국 이 부회장에 대한 기소를 감행했다.
지난 3월말 또 열린 수사심의위는 이 부회장의 프로포폴 투약 의혹에 대해 8:6으로 수사중단을 권고하고 기소 여부는 7:7로 결론을 내지 못했다. 안건은 출석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심의, 의결하는데, 기소 안건은 가부동수로 부결됐다. 이 부회장측은 “수사 계속과 공소 제기 안건에 모두 부결한 결정을 존중한다”고 했고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지금까지 수사 결과와 수사심의위 심의 의견을 종합해 최종 처분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수사 단서가 공익제보였는데, 그 제보자가 협박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다면 제보의 신뢰성이 뿌리채 흔들릴 수밖에 없다. 제보 내용도 간호조무사인 여자친구로부터 전해 들은 얘기다. 간호조무사도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병원장과 함께 실형을 선고받았다. 범죄자의 진술이 다 틀린다고 볼 수는 없지만, 마약류 사건의 특성상 진술의 신빙성을 따지고 또 따져봐야 한다.
또 1년 넘게 지속된 수사에도 이 부회장을 소환 조사하지 못했다면 범죄 혐의를 뒷받침할 증거가 부실했다는 반증일 수 있다. 수사심의위가 수사 중단 권고를 내린 배경에도, 충분한 증거가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도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가진 국민이다. 이번에는 검찰이 충분한 증거가 없는데도 수사에 대한 확증 편향성 때문에, 재벌총수라는 이유만으로 수사심의위 결론과 다른 결정을 내리지 않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