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관련 법률보다 더 중요한 건 현장 인력 확충과 현실적인 인프라 구축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습니다.
실제로 지난 주말 시사프로그램에서 충격적인 내용이 공개되면서 이번 사건이 재조명됐지만, 당시 아동학대 신고에 따른 즉시 분리 조치에 대해 아동학대전담 담당 공무원들이 실현 가능성을 물으며 올린 청원은 큰 관심을 받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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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변호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제발 진정하라”며 “여론잠재우기식 무더기 입법해서 현장 혼란만 극심하게 하지 말고 아동 최우선의 이익을 고려해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김 변호사는 “즉시 분리 메뉴얼은 이미 있다”며 제도보다 제도를 감당할 기반이 부족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현재도 분리 아동이 머물도록 하는 쉼터의 수용 능력이 10%도 되지 않는 상황이라, 무작정 분리 원칙을 적용한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피해의 경중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쏟아지는 학대 사례에 비하면 우리 사회가 학대받는 아이들을 책임지고 보호할 수 있는 능력을 진정 갖추고 있는지 의문이 드는 수준입니다.
지자체의 아동학대전담 공무원이나 경찰의 학대예방경찰관(APO)의 전문성, 권한행사의 자율성 면에서 겪는 문제도 지적됩니다.
아동학대 대응 업무의 민감성 때문에 두 보직 모두 기피하는 자리다보니 전문성을 키우기 힘듭니다. 제도적으로도 이들이 자율적인 권한 행사를 어렵게 하는 환경이 있다는 분석입니다.
정인양 사건으로 경찰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는 와중에, 학대아동 분리 결정을 내렸다가 2년 넘게 송사에 휘말린 현직 경찰이 아동학대 대응 업무에 대한 두려움을 토로한 글이 화제가 된 것도 이처럼 무시하기 힘든 사정이 있기 때문입니다.
또 정인양 사건 당시 청와대 국민청원을 올린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은 “아동을 분리한 순간 아이의 보호자가 된다”며 학대아동 병원비조차 자비로 부담해야 하는 현실에서 분리 결정 자체가 대단한 책임을 요구하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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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이 시민들의 삶을 지배할 수 있는 것은 그것이 현실에서 실행될 수 있는 행정적, 사회적 능력을 갖췄을 때 뿐입니다. 이는 이번 사건으로 우리 사회가 얻어야 할 중요한 교훈들 가운데 하나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