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김포시 운양동에 있는 A아파트. 지난달 29일 오전 10시께 방문한 이 아파트 분리수거장에서는 재활용물품 수거업체 직원들은 분리배출물에 대한 수거작업에 한창이었다.
정부는 지난 25일부터 공동주택에서 유색 페트병과 무색 페트병의 분리배출을 시행했다. 재활용하기 쉬운 투명페트병의 재활용율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실제 재활용품 배출 현장에서는 아직도 플라스틱 제품을 한 번에 버리는 탓에 아파트 경비원과 재활용품 수거업체 직원들의 고생이 이어지고 있다.
A아파트에서 근무하는 경비원 김모(60)씨는 "주민들이 분리수거를 제대로 안하면 수거업체가 수거를 거부하는 경우도 있다"며 "재활용품 수거를 안해 아파트 단지가 지저분해지면 주민들의 민원이 빗발쳐 결국 경비원들이 치워야 한다"며 고통을 토로했다.
"몰랐어요. 분리배출해야 하는 건가요?"
지난달 29일 경기도 김포시 운양동 일대의 아파트 단지 다섯 곳(300세대 이상)을 찾았다. 5개 아파트 단지 가운데 투명페트병 전용 마대를 마련한 곳은 한 곳에 불과했다. 나머지 네 개 단지는 여전히 플라스틱 배출함에 투명 페트병과 유색 페트병을 섞은 채로 배출했다.
플라스틱 분리배출을 하지 않는 곳은 대부분 홍보 부족이 이유였다. 각 아파트 단지 환경별로 분리수거 종류별 배출함을 마련하는 게 녹록치 않은 경우도 있다.
해당 아파트측도 투명페트병 분리배출 지침은 알고 있지만 현실적인 애로사항이 있다고 호소했다.
B아파트 관리사무소측은 “우리 아파트처럼 1년 내내 상시적으로 분리수거를 할 수 있도록 운영하는 곳은 각 세대가 배출하는 재활용품을 감당하기 어렵다”며 “투명 페트병만 배출토록 하는 공간을 마련하면 관리해야 하는 곳이 더 넓어져 지금으로서는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이어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 지침을 지킬 수 있도록 홍보자료 등을 별도로 제작해 모든 세대에 배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적극적 홍보·자발적 참여에 따른 모범 사례도
반면 운양동 인근의 C아파트는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이 잘 이뤄지는 모습을 확인했다.
환경부는 페트병의 올바른 배출을 위해서는 △내용물을 비운 뒤 페트병 안을 헹구기 △페트병에 붙인 라벨 제거하기 △구겨서 압착한 뒤 뚜껑 닫기 등 세 가지를 지킬 것을 권고했다.
C아파트에 설치한 분리수거장 2곳을 방문해 투명 페트병 배출 전용 마대에 담긴 페트병 200개를 확인해보니 올바르게 분리배출 한 투명 페트병 수는 190개였다. 라벨을 떼지 않은 페트병 6개, 구겨서 버리지 않은 페트병 4개로 분리 배출 권고를 지키지 않은 페트병은 모두 10개에 불과했다.
C아파트는 투명페트병 분리배출 시행 전인 지난 21일부터 입주민들에게 적극적으로 홍보했다.
이곳에 사는 이모씨(21)는 "관리사무소의 안내방송을 듣고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을 알게 됐다"며 "조금 귀찮은 게 사실이지만 환경을 생각해 올바른 재활용을 할 계획"이라고 했다.
환경부 “고품질 재활용을 위해선 시민들의 참여가 필수적”
2018년 환경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에서 생산된 페트병 약 30만t 중에서 80%가 분리배출됐다. 하지만 다른 플라스틱과 혼합 배출되고 있는 탓에 실제 재활용되는 페트병은 전체의 30%에 그쳤다.
환경부 관계자는 “페트병을 고품질로 재활용하려면 시민들의 참여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페트병을 재활용하기 위해선 수거한 페트병을 파쇄한 뒤 녹여야 한다. 이 과정에서 이물질 함량이 낮아 순도가 높을수록 고품질로 재활용이 가능하다. 투명 페트병만을 추려 라벨을 제거해야 하는 이유다.
환경부 관계자는 “구겨서 버려야 적치 효율이 좋다”며 '구긴 뒤 뚜껑 닫기'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어 "시민들의 참여를 이끌기 위해 언론과 사회관계망서비스를 이용해 지속적으로 홍보할 것"이라고 했다.
환경재단 관계자도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독려했다.
그는 "투병 페트병은 재생섬유 등으로 재활용할 수 있다"며 "기존 폐플라스틱 수거방식대로라면 추가 분리작업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이어 "분리배출 단계에서부터 시민들이 직접 동참해야 폐 투명페트병 재활용 비율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스냅타임 오지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