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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에 취한 상사로부터 날아오는 주먹과 비수에 꽂히는 막말, 도대체 언제까지 견뎌야 할까요?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도 해봤지만 결국 불이익은 신고자의 몫입니다.”(직장인 B씨)
“코로나 안전지대요? ‘아프면 3~4일 쉬기’는 도대체 누구를 위한 정책이죠? 아프면 쉬라는 정부의 권고는 정말로 아프면 쉴 수 있는 공무원과 이를 실행할 수 없는 직장인-일용직 노동자 간 사회적 차별만 키울 뿐 현실성 있는 대책이 필요합니다”(직장인 C씨)
이른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지난 16일로 시행 1년을 맞았다. 하지만 여전히 직장인 대다수는 법 시행과 관계없이 직장 내에서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가해자의 처벌규정을 마련하는 등 법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개정 근로기준법에는 직장 내 괴롭힘을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 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라고 명시적으로 규정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 1년…근로자 “변화 없다”
특히 갑질 금지법 도입 후 1년이 지났지만 근로자 10명 중 7명은 변화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1년 전 갑질금지법 시행 직후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는 제보 비율이 61.8%였던 비교하면 효과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제도시행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사람의 대부분은 40~50대 남성, 관리자라는 게 직장갑질 119의 설명이다.
직장 내 괴롭힘의 유형별로는 모욕·명예훼손 29.6%, 부당 지시 26.6%, 업무 외 강요 26.2% 등이 많았다.
갑질금지법 도입 후 직장인들이 꼽은 가해자는 주로 상사였고, 괴롭힘의 유형은 ‘폭언’과 ‘험담’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
아울러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을 때 고용노동부 등 외부기관에 신고하겠다고 답한 이는 21%에 그쳤다. 사내 고충 제기 또는 신고 등 공식적인 절차를 통해 해결했다는 이도 20.7%에 불과하다. 갑질금지법 시행이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다수의 직장인은 관련 기관에 괴롭힘을 신고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대처하기를 꺼려하고 있다.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해 노동청에 신고했지만 일부 근로감독관의 업무회피와 소극적인 대응으로 2차 피해를 당하는 이들이 꾸준히 생겨나기 때문이다.
갑질 행위를 한 당사자나 그 특수관계인이 사내 조사 주체가 되면 괴롭힘을 당했다는 사실을 입증하기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 갑질은 여전하고 법은 미비…전문가들 “입법적 보완 필요”
법의 사각지대를 근절하기 위해선 전문가들은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제도가 노동 현장에서 실효성을 갖기 위해선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아울러 직장 내 괴롭힘을 사내에 신고할 경우 인사보복 등을 방지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도 필요하다.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실제 노동자가 회사나 노동청에 직장 내 갑질을 신고한 경우는 3%에 그쳤다. 이마저도 절반은 직장 내 괴롭힘을 인정받지 못했고, 신고자 가운데 43%는 신고를 이유로 인사상 부당한 처우를 감내해야 했다.
박주영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법률원 부원장은 “직장 내 괴롭힘 행위에 대해 사업장 내 자율분쟁해결 절차로만 설계한 현행 근로기준법은 피해자의 고통을 가중시킨다”며 “괴롭힘 행위의 반복성, 고의성 등을 고려 괴롭힘이 행위별로 분절된 것이 아닌 고조되는 특성이 있다는 점을 감안해 불법성의 정도를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정엽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정책본부장은 “직장 내 괴롭힘의 경우도 직장 내 성희롱 사건과 마찬가지로 사업주의 사건 조사 의무, 피해자 보호를 위한 적절한 조치 의무, 예방교육 의무 등을 규정하고 위반 시 과태료 등 벌칙을 두는 입법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직장갑질119의 김동현 변호사는 “하위 법령에서 직장 내 괴롭힘 개념을 구체화하고 사내하청과 협력업체 등 적용 범위도 확대, 괴롭힘 행위를 한 사람에 대한 불이익을 구체화해야 한다”며 갑질금지법의 실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수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