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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오리온 전북 익산공장에서 일하다 극단적 선택을 한 서모씨(22세)가 남긴 유서다. 그는 사망 전 업무시간 외에도 상급자에게 불러 다니며 부서이동이나 시말서 작성을 강요받는 등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해왔다.
또 유족들은 사내 연애 중이던 서씨에게 선임노동자들이 “꼬리친다” 등의 발언과 원치 않는 신체접촉을 하는 등 수모를 겪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제대로 된 사과 없이 ‘자체 조사 결과 아무 문제가 없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며 “직장 내 괴롭힘으로 희생된 고인과 유가족에게 사과하고 다니는 이런 일이 없도록 재발방지대책을 수립하라”고 촉구했다.
이와 관련해 오리온 측은 “유족 요청에 따라 두 차례에 걸친 경찰 조사를 진행했지만 회사와의 연관성은 없는 것으로 결론났다”면서 “고용노동부 익산지청에서도 관련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추가로 제기된 성적인 괴롭힘에 대해서는 “유가족의 문제로 즉시 조사를 실시했다. 기존에 회사가 보고를 받거나 인지한 내용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노무사는 “사실상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 신고할 때 가해자가 사실 확인을 해주지 않는다면 성립이 어려운 경우가 대다수”라며 “현장 녹음이나 문서 등 실효성 있는 증거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직장내 괴롭힘 현장 증거 있어야..검찰송치 0.7% 불과
사실상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해도 사실상 현장의 증거가 있어야 효력으로 인정되다 보니 지난해 7월부터 시행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이는 현행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제도는 처벌보다는 괴롭힘금지를 법에 명시함으로써 사업장이 자율적으로 괴롭힘을 방지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는 데 촛점을 맞췄다. 때문에 부당지시, 폭언˙폭행, 따돌림, 차별 등은 괴롭힘의 유형이지만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상 처벌대상은 아니다.
현행법은 직장 내 괴롭힘을 피해직원이 신고했다는 이유로 해고 등 불이익 조치를 해야만 형사처벌을 할 수 있도록 한정하고 있다. 직장 갑질을 막기 위해 관련법을 제정하고 갑질을 근절하기 위한 사회적 분위기는 형성됐지만 사실상 ‘실제 처벌’은 이뤄지지 않는다는 의견이 주를 이루고 있다.
3년차 직장인 A씨는 회식 때마다 이어지는 상사의 폭언과 욕설을 견뎌내야만 했다.
그는 “술에 취한 상사로부터 날아오는 주먹과 비수에 꽂히는 막말을 언제까지 참아야 할 지 모르겠다”며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도 해봤지만 불이익은 신고자만 본다”고 토로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가해자를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괴롭힘 피해를 당한 사람에게 오히려 불이익이 돌아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가해자 처벌 조항 포함시켜야
하지만 A씨는 처벌 대상이 불이익 조치를 한 사업주(대표)가 되고, 정작 가해 당사자인 ‘나쁜 상사’는 법망을 빠져나가게 된다고 토로했다.
이러한 사각지대 탓에 정작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신고해도 명확한 대처 없이 흐지부지되고 회사로부터 오는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직장갑질 119’의 박점규 연구위원은 “궁극적으로 가해자 처벌 조항을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에 포함해야 한다”며 “폭행, 폭언 등이 형사처벌 사항에 해당하더라도 직장 내에서 발생하는 괴롭힘은 위계에 의한 것임으로 별도로 처벌조항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현행 직장 내 괴롭힘금지 방지법에 가해자 처벌조항을 포함하는 등 강력한 제재방안이 필요하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지난해 2월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사업주가 당사자인데 피해자가 어디에 호소하겠느냐”며 “당사자가 처벌 조항에 들어가야 한다”며 가해자 처벌조항을 대표발의 했다. 하지만 20대 국회 회기가 사실상 종료됨에 따라 21대 국회로 넘어가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