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락한 집에 초대받지 않은 손님이 나타났다. 활발하게 움직이던 그의 얇은 더듬이도 순간 갈 길을 잃었는지 움직임을 멈춘다. 나 역시 긴장한 탓에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다. 그와 나의 눈치싸움이 시작됐다. 그를 잡을 수 있는 각종 방법이 떠올랐지만 쉽사리 발이 떨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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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코 한 마리의 바퀴벌레를 잡았다가 수십마리의 새로운 생명의 탄생을 막기 어렵다는 속설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용태순 연세대 의과대학 환경미생물학과 교수는 YTN 사이언스에서 “(바퀴벌레에는) 알이 수 십개 들어있는 난협(알집주머니)이 있다”며 “자신은 죽더라도 알에 있는 새끼들은 생존할 수 있도록 난협을 떨어뜨리고 죽는다”고 말했다.
용 교수는 “난협은 주머니로 보호돼 있기 때문에 새로운 새끼가 부화할 수 있다”며 “죽으려고 할 때 일반적으로 그런 특징을 갖고 있다. 얼른 떨어뜨려 놓는다”고 했다. 보통 바퀴벌레 난협에는 40여개의 알이 들어있다. 자신이 죽더라도 40여마리의 새끼를 살릴 수 있으니 가히 ‘불사조’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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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으로 잡은 바퀴벌레 또는 기절한 바퀴벌레를 변기에 버리면 혹시 배수관을 타고 올라오지 않을까라는 끔찍한 상상도 할 수 있다.
EBS육아학교에 출연한 생활위생전문가 정진영 씨에 따르면 바퀴벌레는 변기에 버리는 게 가장 좋다. 정씨는 “변기로 내려간 바퀴벌레는 정화조로 가지 배수관으로 (올라)오지 않는다. 변기에 넣어서 처리하는 게 깔끔하다. 바퀴벌레도 물에 빠져 죽는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