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자의 속살] 불사조같은 바퀴벌레, 어떻게 처리할까

바퀴벌레 알집, 때려도 번식이 가능한가?
전문가 "알집까지 터지면 부화는 어려워"
"잡은 바퀴벌레, 변기에 버리는 게 안전"
  • 등록 2020-03-21 오전 12:15:00

    수정 2020-03-21 오전 12:15:00

[이데일리 김소정 기자] 우리는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미역국을 먹지 않습니다. 은행 달력을 걸어두면 돈이 들어온다고 믿고요. 우리도 모르게 익숙해진 속설. 어느 날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이 속설들을 누가, 언제, 어떻게 만들었고 우리가 왜 믿어야 하는지를요. 김 기자의 ‘속살’(속설을 살펴보는) 이야기 시작해보겠습니다.

안락한 집에 초대받지 않은 손님이 나타났다. 활발하게 움직이던 그의 얇은 더듬이도 순간 갈 길을 잃었는지 움직임을 멈춘다. 나 역시 긴장한 탓에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다. 그와 나의 눈치싸움이 시작됐다. 그를 잡을 수 있는 각종 방법이 떠올랐지만 쉽사리 발이 떨어지지 않는다.

2018년 여름 외출하고 귀가했더니 바퀴벌레가 마중 나왔다. 한동안 집 안은 정적이 흘렀다. 그와 나는 10여분간 그대로 멈춰 서로를 응시했다. (사진=김소정 기자)
끈질긴 생명력, 뛰어난 번식력의 소유자인 바퀴벌레를 잡을 때는 심사숙고의 시간이 필요하다. 내 손이나 발이 닿자니 찝찝하고, 책이나 신문지로 내려 치자니 혹시 살아 있을까 걱정된다. 거부감이 드는 바퀴벌레의 모습도 문제지만 바퀴벌레의 절절한 모성애가 특히 걱정이다.

무심코 한 마리의 바퀴벌레를 잡았다가 수십마리의 새로운 생명의 탄생을 막기 어렵다는 속설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암컷 바퀴벌레들의 자식 사랑은 대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의 목숨이 위태로운 순간에도 체외에 달린 알집만 ‘톡’하고 분리할 수 있다.

용태순 연세대 의과대학 환경미생물학과 교수는 YTN 사이언스에서 “(바퀴벌레에는) 알이 수 십개 들어있는 난협(알집주머니)이 있다”며 “자신은 죽더라도 알에 있는 새끼들은 생존할 수 있도록 난협을 떨어뜨리고 죽는다”고 말했다.

용 교수는 “난협은 주머니로 보호돼 있기 때문에 새로운 새끼가 부화할 수 있다”며 “죽으려고 할 때 일반적으로 그런 특징을 갖고 있다. 얼른 떨어뜨려 놓는다”고 했다. 보통 바퀴벌레 난협에는 40여개의 알이 들어있다. 자신이 죽더라도 40여마리의 새끼를 살릴 수 있으니 가히 ‘불사조’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다.

바퀴벌레 암컷 꼬리 부분에 달린 난협(알주머니).(사진=이미지투데이)
그렇다면, 암컷 바퀴벌레와 난협이 사람에 의해 터졌어도 새끼 바퀴벌레가 번식할 수 있을까? 다행히 그건 아니다.

해충방역업체 ‘페스트세븐’은 이데일리에 “그건 잘못된 상식이다. 난협은 바퀴벌레 체외에 달려 있다”며 “보통 동그란 팥알처럼 생겨 육안으로 구별이 쉬운데 그냥 바퀴벌레와 같이 알을 터뜨려 제거해도 무방하다”라고 말했다.

손으로 잡은 바퀴벌레 또는 기절한 바퀴벌레를 변기에 버리면 혹시 배수관을 타고 올라오지 않을까라는 끔찍한 상상도 할 수 있다.

EBS육아학교에 출연한 생활위생전문가 정진영 씨에 따르면 바퀴벌레는 변기에 버리는 게 가장 좋다. 정씨는 “변기로 내려간 바퀴벌레는 정화조로 가지 배수관으로 (올라)오지 않는다. 변기에 넣어서 처리하는 게 깔끔하다. 바퀴벌레도 물에 빠져 죽는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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