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압 전력케이블 '국가핵심기술' 지정 무게…대한전선 매각 제동

  • 등록 2019-06-17 오전 5:10:21

    수정 2019-06-17 오전 5:10:21

대한전선 500㎸급 초고압 전력케이블 제품.대한전선 제공
[이데일리 남궁민관 김상윤 기자] 정부가 최근 ‘초고압 전력케이블 시스템’ 국가핵심기술 지정을 추진 중인 가운데 관련 전선 업계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논란은 대한전선(001440) 매각에서 불거졌다. LS(006260)전선 등 국내 전선업계는 초고압 전력케이블 시스템을 갖춘 대한전선이 중국에 매각될 경우 기술 유출이 우려된다며 국가핵심기술 선정을 주장하고 나섰고, ‘새 주인’을 찾아야 하는 대한전선은 이미 전세계에 통용된 기술이라며 반대 입장을 보이는 상황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16일 “다음주 목요일(20일)께 산업기술보호위원회를 열고 초고압 전력케이블 시스템을 국가핵심기술 지정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며 “현재 분위기상 지정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번에 국가핵심기술 지정 여부를 가를 기술은 500킬로볼트(㎸)급 이상 교류송전(HVAC) 및 직류송전(HVDC)이 가능한 시스템이다. 이중 HVDC는 전력 손실이 적고 송전 거리가 길다는 장점 하에 최근 전세계적으로 국가전력망 구축에 힘입어 기술·경제적 가치는 높다는 평가다. △유럽과 같이 대륙 전체의 전력망을 연결하거나 △중국, 인도, 브라질과 같이 면적이 큰 국가의 장거리 송전 △유럽 해상풍력발전단지와 아프리카 사하라 태양광발전단지와 같은 신재생 에너지 단지를 연결하는 사업 등에 적극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시장조사기관인 굴든에 따르면 전세계 송전용 초고압 케이블 시장규모는 2017년 355억달러에서 2022년 433억달러로 연평균 4% 가까운 성장을 보일 것으로 예측됐다.

특히 LS전선 등 전선업계는 최근 중국 자본이 대한전선을 인수하려는 움직임이 보인다는 소식이 들려오면서 곧장 초고압 전력케이블 시스템에 대한 국가핵심기술 지정을 요청하고 나선 모양새다. HVAC와 HVDC 기술과 관련 국제 규격을 만족하는 기업은 우리나라를 포함해 전세계 5개국, 7개 업체(국내 LS전선 및 대한전선, 이탈리아 프리스미안, 프랑스 넥상스, 덴마크 엔케이티, 일본 스미토모)에 불과하다는 것. 만약 중국이 대한전선을 인수할 경우 순식간에 시장 주도권을 내주는 동시에 공급과잉까지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대한전선은 반대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대한전선이 보유한 HVAC 기술은 이미 2010년에 개발된 것으로 이미 중국 업체들이 가지고 있는 데다, HVDC 관련해서도 중국 ZTT는 이보다 고급 기술인 525㎸급 XLPE 케이블 개발에 성공했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대한전선은 중국으로의 매각 우려와 관련헤서도 불씨 끄기에 나서기도 했다. 대한전선은 지난달 8일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최대 주주인 IMM PE가 현재 대한전선 매각을 추진하고 있지 않다”며 특히 “중국 업체와 어떠한 접촉이나 협의도 추진하지 않은 바, 일부에서 거론되는 중국 업체 매각 및 자금 유입설은 사실무근임을 분명히 밝힌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와 관련 업계는 이같은 대한전선의 반대 입장은 해외 매각에 자칫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최대주주인 사모펀드가 대한전선을 빨리 매각하려고 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보인다”며 “정부는 초고압 전력케이블 시스템을 국가핵심기술로 보고 있으며, 만약 지정이 될 경우 대한전선 매각은 재승인을 받아야하며 최악의 경우 못팔거나 아니면 기술 유출을 막을 수 있는 조건 등을 붙여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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