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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반수생이 증가하는 현상은 로스쿨 교수들에게서도 확인이 가능했다. 이는 서울대·고려대·연세대 로스쿨이 변호사시험뿐만 아니라 검사·로클럭(판사)·대형로펌 진출에서도 유리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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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법학계에 따르면 최근에는 `리트 투어`란 말도 생겨났다. 평소에는 로스쿨에 다니며 학점을 관리하다가 법학적성시험(LEET·리트)을 치르는 7월이 되면 친구들과 리트를 보러 시험장에 나온다고 해서 붙여진 신조어다. 로스쿨 입학을 위해서는 법조 입문시험에 해당하는 법학적성시험에 반드시 응시해야 한다.
대학정보공시(대학알리미)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전국 25개 로스쿨에서는 해마다 100명 이상이 자퇴했다. △2015~2016년 116명 △2016~2017년 109명 △2017~2018년 111명이 로스쿨을 중도에 그만둔 것. 통상 재수에 성공했을 때 자퇴하는 경우가 많아 실제로 로스쿨생 중 반수생 규모는 더 많다는 게 법학계 중론이다. 지방 로스쿨 3학년인 김모(26)씨는 “로스쿨 재학 중 반수를 해도 휴학을 하지 자퇴를 하지는 않는다”며 “자퇴생 규모는 반수에 성공한 학생들로 실제 로스쿨 내 반수생 규모는 더 많다”고 말했다. 서울소재 대학의 한 로스쿨 교수도 “로스쿨 재학생 중 반수하는 학생이 상당히 많다”며 “법학적성시험 성적이 잘 나오면 상위권 로스쿨 진학이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서울대·고려대·연세대 가야 ‘검·클·빅’ 가능
소위 스카이(서울대·고려대·연세대)대학 로스쿨에 입학하면 졸업 후 전망도 밝다. 법무부의 최근 8년(2012~2019년)간 로스쿨 출신 검사 임용 현황에 따르면 1회 변시가 시행된 2012년부터 올해까지 검사로 임용된 392명 중 절반가량인 178명(45.5%)이 SKY 로스쿨 출신이다. 로스쿨 졸업생들이 선호하는 대형로펌도 마찬가지다. SKY 로스쿨을 졸업해야 김앤장·광장 등 대형로펌에 취업할 가능성이 커진다. 로스쿨생들 사이에서는 검사·로클럭(판사)·대형로펌 변호사를 이르는 `검클빅`에 도전하려면 SKY 로스쿨을 나와야 한다는 말이 정설로 굳어진지 오래다.
올해 한 지방대 로스쿨을 졸업한 김모(29)씨는 “변호사시험 합격뿐만 아니라 변호사가 된 이후 붙게 될 출신에 대한 꼬리표도 의식하는 것”이라며 “지방의 로스쿨 학생은 서울소재 로스쿨에, 서울소재 로스쿨 학생은 SKY 로스쿨에 재도전하기 위해 반수를 택한다”고 말했다.
“면학 분위기 흐린다”...지방 로스쿨 황폐화도 우려
상황이 이렇다 보니 SKY 로스쿨 진학을 위해 아예 학부 단계에서 반수를 선택하는 사례도 나온다. 로스쿨 준비생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SKY 로스쿨에 가고 싶은데 학부 레벨을 올리는 게 더 낫냐’는 걱정 섞인 질문들이 심심찮게 올라온다. 이러한 걱정의 이유는 최근 사법시험준비생모임이 공개한 ‘2019학년도 법학전문대학원 신입생의 출신대학’에서 찾을 수 있다. 자료에 따르면 올해 SKY 출신 신입생 비율이 가장 높은 로스쿨은 서울대로 그 비율이 무려 93.4%에 달했다.
법학계에서는 로스쿨 반수생 증가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반수생 규모가 많아질수록 로스쿨 면학분위기를 흐릴 수 있어서다. 한 지방대 로스쿨 교수는 “로스쿨 학생들마저 스카이 로스쿨 진학을 위해 반수를 선택하는 현상은 스카이 외 로스쿨을 황폐화시킨다”며 “법조계에도 다양한 배경과 경험을 갖춘 법조인이 많아져야 사회의 다양성을 반영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