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팸, 육아를 뛰어넘다]병원별 치료비 5배 차이..보호자 허리휜다


중성화 수술비 5배 차이...자율수가의 그늘
펫보험·개별공원 공시제 활성화 필요
  • 등록 2019-03-15 오전 12:15:31

    수정 2019-03-15 오후 2:03:26

(사진=이미지투데이)


회사원 김승지(가명·32·여)씨는 최근 키우는 반려견 뽀모(가명)의 건강 문제로 동물병원을 찾았다가 수술 비용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우선 엑스레이 및 혈액검사, 초음파검사, 최장염키트 등 검사 비용만 40만원 가까이 들었다. 검사를 마친 뒤 동물병원에서는 뽀모가 서혜부 탈장으로 수술 및 일주일 입원 치료가 불가피하다는 진단을 내렸다. 결국 김씨는 하루 입원비 9만원에 수술 비용 90만원, 검사비용까지 뽀모의 치료비로 200만원 가까이 지출했다.

김씨는 "며칠 뒤 반려견을 키우는 지인에게 중성화 수술과 배꼽탈장 수술까지 40만~50만원밖에 지출하지 않았다는 소리를 듣고 사기를 당한 듯한 기분을 느꼈다"며 "마음 같아선 진료비 영수증과 내역서를 들고 병원에 찾아가 문제제기라도 하고 싶지만 어느 정도가 적정한 수술 비용인지, 병원에서 진행한 의료 절차들이 꼭 필요한 절차인지 알 길이 없으니 답답하기만 할 뿐"이라고 토로했다.

반려동물 보유 인구가 1000만명을 넘어서면서 24시간 응급체계를 갖춘 동물 병원이 많아지고 반려동물의 신체·정신적 건강을 돌봐야한다는 사회적 인식도 높아졌다. 그러나 병원별로 천차만별인 의료 비용에 동물병원 가격 거품 논란도 끊이지 않는 실정이다. 이에 반려동물 보호자들은 동물병원에도 적정한 진료비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전문가들도 반려동물 보호자의 알 권리 보장과 진료비 책정의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한 사전 고지·의무 공시 제도를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표=KB금융지주 연구소 2017 반려동물 양육 실태 조사)


반려동물 가구 86% "진료 비용 부담"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전국에 거주하는 15세 이상 남녀 3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2017 반려동물 양육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반려동물을 기른다고 답한 응답자들은 '반려동물과 관련한 지출 중 비용이 가장 많이 드는 항목'(복수응답)에 '사료·간식비(85.8%)' 다음으로 '질병·부상·치료비(64%)', '예방 접종비(58.9%)'가 많이 든다고 답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한국소비자원이 반려동물을 키우는 10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86.6%가 동물병원 의료비용이 비싸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회사원 박정민(30)씨는 "이번 달 강아지 다리 수술 비용에 150만원으로 월급의 절반을 썼다"며 "매번 들어가는 비용은 아니지만 솔직히 동물병원 한 번 내원할 때마다 기본 진료만 기본 4만~5만원에 수술, 검사 비용 등이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동물병원 의료 서비스 및 시장의 규모는 매년 급증하는 추세다. 지난달 20일 손해보험협회와 경기도수의사회 등에 따르면 전국의 동물병원에서 카드 결제된 금액 규모가 지난 2015년 6712억원에서 2017년 9140억원으로 2년 만에 30% 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손해보험협회 등은 지난해 동물병원 결제 금액 규모가 사상 처음 1조원을 넘어섰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처럼 동물병원 의료 서비스와 의료 장비 등 사업은 대거 성장했지만 동물병원에서 이루어지는 진료 비용에는 적정 가격 등 가이드라인이 없어 보호자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정부는 동물병원에서 이루어지는 진료 행위를 병원마다 자율적으로 가격을 책정케 하는 '자율 수가 제도'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대한수의사회 관계자는 "의료 행위에 일관된 가격을 책정하게 할 경우 모든 병원이 최대한 높은 가격을 매겨 담합할 우려가 있다. 이에 이용자들이 병원별로 자율적으로 책정한 가격을 고려해 의료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게 자율 수가제로 운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병원별 의료비 5배 차이...부실한 진료 설명에 분통

그러나 병원마다 들쭉날쭉한 의료비용과 진료행위 및 비용에 관한 병원 측의 부실한 설명에 이용자들과 동물병원 간 갈등의 골은 더 깊어지고 있다. 소비자중앙교육회가 지난해 서울 등 6개 도시의 동물병원 진료비 내역을 공개한 결과 애완견 발치 비용은 병원별로 최저 5000원~최대 2만 5000원까지 기록했고, 중성화 수술은 최저 5만원~최고 25만원을 받는 등 가격 차이가 5배에 달했다. 반려묘를 키우는 대학생 현채원(가명·24)씨는 "고양이 중성화 수술 때문에 동물병원과 갈등을 겪었다. 수술 전 초음파 검사 당시만 해도 아무 이상 없다고 해 안심하고 근처 커피숍에서 기다렸는데 수술이 끝났다는 연락을 받고 병원을 다시 가보니 자궁 축농증을 발견해 함께 치료했으니 수술 비용을 더 청구한다는 말을 들었다"며 "이에 관한 사실을 미리 알려주지 않은데다 추가 비용을 물어보니 정확히 알려주지 않고 얼마까지 고려하시냐는 원장의 답변이 돌아와 더욱 화가 났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수의사들도 억울한 입장이다. 서울 강남구 A동물병원 원장은 "같은 수술이라도 어떤 의료 기법, 장비를 활용하는지에 따라 가격에 차이가 생긴다"며 "또 사람이 받는 의료 서비스의 가격과 반려동물 의료 서비스 가격을 비교해 비싸다고 여기시는 경우가 많은데 의료보험이 잘 운영돼 본인부담률이 낮은 국민 건강 보험시스템과 반려동물 진료 행위를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서울 마포구 B동물병원 원장은 "기존까지 면세 대상이던 동물병원 치료비가 2011년 정부에 의해 부가가치세 부과 대상으로 지정돼 10%의 부가세가 붙게 된 것도 동물병원 가격이 비싸졌다는 인식에 한 몫한 것 같다"며 "물건에 매기는 부가세를 생명에 부과하는 것은 말이 안되는데다 이 비용이 어디에 활용되고 있는지 알 길이 없다는 점도 개선돼야 지금의 갈등 해소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진료권 판매 갈등까지...펫보험·의무공시 확립돼야

최근 동물병원 고액 진료 논란은 또 다른 갈등 양상을 낳고 있다. 동물병원 가격을 비교해 선택할 수 있게 진료권 판매를 중개하는 소셜커머스 업체가 등장해 수의학계와 마찰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서울시수의사회는 소속 동물병원에 공문을 보내 소셜커머스 진료권 판매를 중단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수의사회 측은 "이런 형태의 마케팅이 활성화된다면 저가 경쟁으로 적정 진료가 훼손될 우려가 있고 이는 고스란히 반려동물 보호자들의 피해로 돌아간다"며 "이는 수의사법에서 금지하는 유인행위 및 과잉진료행위에 해당돼 수의사들도 불이익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려동물 소셜커머스 업계는 이같은 서울시수의사회의 행위가 허위사실 적시이며 이들의 갑질 횡포가 반려동물 보호자와 동물병원은 물론 동물병원을 중개하는 기업까지 어렵게 만든다고 반박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갈등을 궁극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반려동물 보험 제도가 활성화되고 동물병원 의무공시나 진료비 사전고지제도가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는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국가 차원에서 저소득층에 예방접종 등 반려동물 관련 필수 의료 서비스 비용을 지원해주거나 매년 반려동물 보호자들에게 동물 등록 갱신을 의무화해 걷은 돈을 세금처럼 활용하는 방식으로 반려동물과 보호자들을 지원하고 있다"고 조언했다. 원유철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 1월 정부가 동물병원의 진료비 현황을 조사·분석한 결과를 공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수의사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원 의원 측은 “과거 수가제 폐지 이후 가격 인하를 경쟁적으로 유도하려던 정책적 목표와 달리 고액 진료비가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며 “진료비 안정을 위해서는 의료수가의 공시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국수의임상포럼이 발표한 '반려동물 산업 활성화를 위한 소비자 진료비 부담 완화 방안 연구 보고서'도 "진료 빈도가 높은 항목이나 진료비 부담이 큰 항목 등 우선 순위를 정해 의무고시를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가는 방법도 있다"며 "소비자들이 쉽게 가격 비교를 하고 합리적 선택을 할 수 있게 공시 제도가 정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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