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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경제국면이 전환됐다는 정부의 공식판단은 투자자와 기업가의 입장에선 너무 늦습니다.
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6개월 연속 한 방향으로 움직이면 통계청은 전문가들의 의견 등을 받아 경기가 하강국면에 진입했는지, 상승국면인지 등을 결정해 공표합니다. 하지만 이미 경기는 고점 혹은 저점을 지난 이후입니다. 시장도 벌써 전망을 반영해 움직인 뒤입니다.
이 때문에 투자자들과 회사 경영자들은 경기 선행지표를 중요하게 봅니다.
특히 기업경영자들이 현재 경기 수준에 대해서 어떤 판단을 내리고 있는지 알아볼 수 있는 지표는 경기 선행지표로서 아주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습니다. 미국은 공급관리자협회(ISM)가 발표하는 제조업 구매자관리지수(PMI), 우리나라는 한국은행, 민간 연구기관 등이 발표하는 ‘기업경기실사지수(BSI)’가 대표적입니다.
수요 예측에 가장 민감한 ‘촉’을 세우고 있는 구매담당자들을 통해 현재 경기의 ‘분위기’를 살피는 겁니다. 다른 경제 지표에 비해 발표시기도 빠르고, 극히 드문 경우를 제외하고 경기 판단에 정확한 예측력을 보여 시장은 PMI지수 발표에 아주 예민하게 반응합니다.
PMI가 50 이상인 경우 경제는 성장국면 지속, 43 이하인 경우 경제성장이 둔화하고 침체기에 접어들었다고 판단합니다.
지난 3일 발표된 미국의 12월 전미공급관리협회(ISM) 제조업 PMI는 전월 대비 5.2포인트 급락한 54.1을 기록했습니다. 기준점 ‘50’을 넘겼지만 지난 2008년 10월(-9.0포인트) 이후 최대의 낙폭입니다. 투자자들은 위험자산에서 돈을 빼 안전자산으로 옮겼습니다. 미국 경제가 계속 성장하기는 하겠지만 성장세는 둔화할 것으로 시장은 해석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BSI의 예측력은 어떨까요. 한국은행이 지난 30일 발표한 ‘2019년 1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보면 이달 전체 산업의 업황 BSI는 69로 전달보다 3포인트 하락했습니다. 경기가 저점을 찍었던 2016년 3월(68) 이후 최저치입니다. 분명 우울한 지표였지만, 시장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30일 코스피지수는 외국인들 매수세가 몰리며 1.05% 반등했습니다.
또 심리지수 성격이 강한 탓에 BSI만으로는 우리경제 수준을 판단하기는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입니다.
이 때문에 이코노미스트들은 BSI 중 실제 투자 현황을 나타내는 기계류 투자 등을 참고해 판단을 내립니다. 한 경제연구소 이코노미스트는 “전월보다 더 좋아졌는가, 나빠졌는가를 묻는 서베이 방식으로 진행되는 심리지수의 레벨만으로 경제 수준을 설명하기는 힘들다”고 말했습니다.
또 경제의 변동폭이 줄어든 점도 경제 선행지표의 설명력을 전반적으로 떨어뜨리는 요인 중 하나입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경제의 증폭이 과거에 비해 많이 둔화하면서, 선행지표의 역할이 애매해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