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피해 이옥선 할머니 “전 재산 4000만원 사기당해”

나눔의 집 “이 할머니 사기 피해 도와달라”
  • 등록 2019-01-03 오전 12:10:00

    수정 2019-01-03 오전 12:10:00

[이데일리 장구슬 기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옥선(92) 할머니가 과거 이웃에게 전 재산 4000만원을 빌려주고 돌려받지 못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생존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을 후원하는 시설인 ‘나눔의 집’ 측은 지난달 28일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옥선 할머니, 사기 피해 도와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이 같은 사실을 알리고 도움을 요청했다.

청원 내용에 따르면 이옥선 할머니는 해방 직후 고향인 대구로 돌아가지 못하고 충북 보은군 속리산에 터를 잡고 관광객을 상대로 물건을 팔며 생계를 유지했다.

2001년 어려운 형편에도 불구하고 이 할머니는 이웃 정모씨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고 전 재산을 빌려줬다. 정씨는 자신에게 돈을 빌려주면 이자를 넉넉하게 쳐 갚겠다고 제안했다. 이 할머니는 몇 푼 안 됐던 정부 지원금에 장사로 모은 전 재산 4000만원을 내어줬다. 돈을 갚기로 약속한 날짜가 지나 이 할머니는 정씨가 운영하는 식당에 찾아갔지만 “다음에 주겠다”는 말만 들었다.

도움을 요청할만한 가족도 없었던 이 할머니는 혼자 속 앓이를 하다가 나눔의 집에 이 같은 사실을 털어놨다. 이에 나눔의 집 측은 원만한 해결을 위해 정씨에게 수차례 연락을 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아 법적인 절차를 검토하게 됐다. 하지만 이미 18년이 지나 10년인 채권시효가 종료돼 법적으로는 돈을 돌려받기 어렵다고 전했다.

나눔의 집 측은 “정씨는 돈을 빌린 이후 단 한 차례도 갚은 적이 없고, 이 할머니와의 만남을 지속적으로 피하는 것으로 보아 처음부터 갚을 생각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정씨는 지금도 미안하지만 본인도 돈이 없어 어쩔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 할머니는 보은군민장학회에 2000만원을 기부하는 등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항상 사회적 약자를 위하셨다. 이 할머니는 (정씨에게) 돈을 돌려받으면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쓰겠다고 말씀하신다”라며 관심을 호소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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