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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판단에 롯데그룹 경영권 향배 달려
이번 재판은 표면적으로는 95세의 고령인 한 노인의 정신 건강에 이상이 없는지, 이상이 있다면 그 노인을 대신해 중요 문제를 판단할 후견인을 누구를 정할지를 가리는 단순한 재판이다. 하지만 그 노인이 연 매출 80조원의 그룹을 움직이는 경영권의 키를 쥐고 있는 사람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더구나 그 노인의 아들들이 그룹의 경영권을 두고 끝이 안 보이는 사투를 벌이고 있다면 이번 재판의 의미는 더 특별해진다. 재판정의 판단에 따라 그룹의 경영권이 누구 손에 들어가는지 결정이 날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선 법원에서 신격호 총괄회장의 정신 건강에 문제가 없다는 결정이 내려지면 현재 아버지의 지지를 받고 있는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경영권 다툼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게 된다. 신격호 총괄회장은 언론을 통해 후계자는 장남인 신동주 전 부회장이라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반대로 법원이 신 총괄회장의 정신 건강에 문제가 있다는 판단을 내린다면 아버지의 지지를 배경으로 경영권 다툼을 벌여온 신동주 전 부회장으로서는 설 자리가 없어진다.
재계 관계자는 “어느 쪽으로 결정이 나든 한쪽은 큰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다”며 “이번 법원의 판결에 롯데그룹 운명이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재판 비공개로…3~4개월내 결판
이번 재판은 서울가정법원 가사20 단독 김성우 판사가 심리한다. 대구 출신인 김 판사는 1969년생이다. 부산 동아고등학교와 서울대를 졸업했다. 1997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19년째 판사로 일하고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후견인 지정 심판은 보통 3~4개월 내에 끝난다. 피신청인(신격호)의 정신 건강을 확인하는 절차만 마무리 되면 이후 절차는 일사천리로 진행되기 때문에 심리 기일이 그리 길지 않다는 게 법조계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빠르면 오는 5~6월께 심리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전망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피 신청인의 정신 감정이 더 필요할 경우 병원에 1주일 정도 입원을 통해 감정을 진행하는 데 그 결과도 한 달 안에 나온다”며 “신격호 회장 심리라고 해서 특별히 늦어질 것은 없어 최종 판결은 늦어도 6월에는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용어설명] 성년후견인제도
질병이나 노령으로 정신적 제약이 있어 사무 처리할 능력이 부족한 사람에 대해 법원이 후견인을 선임해 법률행위를 대신하도록 하는 제도다. 2013년 7월 도입했다. 성년후견을 받을 사람(피성년후견인)의 주소지 소재 가정법원 및 가정법원 지원에서 후견인을 선정한다. 성년후견이 개시되면 피성년후견인 본인은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하는 등의 유효한 법률행위를 할 수 없다. 성년후견인으로는 가족이나 친족 뿐 아니라 변호사 등 혈연관계가 없는 제3자가 선정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