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 글로벌 IT기업의 우주개발은 '탈(脫)IT' 신호탄?

  • 등록 2015-10-07 오전 3:10:01

    수정 2015-10-07 오전 6:11:21

[장석권 한양대 경영전문대학원 원장] 지난달 중순 온라인상거래업체 아마존 최고경영자(CEO) 제프 베조스는 기자회견을 열어 새로운 사업구상을 밝혔다. 앞으로 2억달러(약 2300억원)을 투자해 케네디 우주센터 인근에 우주탐사파크를 짓고 향후 5년 내 우주로 로켓을 쏘아 올리겠다는 것이다.

장석권 한양대 경영전문대학원 원장
정보기술(IT)업계의 우주개발 투자계획 발표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세계 최대 인터넷기업 구글과 자산운용사 피델리티 인베스트먼트는 올해 초 우주개발업체 스페이스X에 10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물론 이 구상은 자신이 직접 새로운 우주개발사업을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이미 이 영역에서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스페이스X에 투자해 지분 10%정도를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스페이스X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는 엘론 머스크이다. 그는 2002년 1억달러를 갖고 스페이스X를 창업한 후 지구궤도에 위성을 실어 올리거나 우주정거장에 화물을 운송하는 발사체를 공급하는 최초의 민간업체로 성장시켰다. 스페이스X는 현재 알려진 로켓 엔진중에서 무게대비 출력에 있어 최고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엘론 머스크는 1999년 온라인 금융서비스 X.com를 창업했고 2002년 이베이에 인수된 페이팔의 최대지분 보유자였다. 그는 2004년 테슬라 모터스에 투자해 이사회 의장직을 맡다가 2008년 이후 CEO로서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 테슬라는 전기차 파워트레인에 있어 세계 최고의 공급업체이며 독일 벤츠와 일본 도요타와 장기투자계약을 체결했다.

IT기업의 이러한 우주개발 붐을 어떻게 봐야 할까. 1980년대 닷컴으로 출범한 인터넷생태계가 수명을 다해 이제 전기자동차나 로켓개발과 같은 분야로 탈출하는 이른바 ‘탈(脫)IT’가 본격화된 것일까. 그렇다면 이제 우리도 IT에 대한 관심과 투자를 줄이고 새로운 영역으로 투자 중심을 옮겨 가야 하는 것일까.

그러나 이러한 질문은 ‘혁신’을 얘기하지만 ‘혁신’의 진정한 메커니즘은 모른다는 얘기다. 또한 부분의 현상을 전체로 확대 해석해 섣부른 결론을 낸 후 그 논리로 전체를 매도하는 성격도 띄고 있다. 이와 함께 섣부른 주장으로 비롯될 막대한 피해에 무책임으로 일관한다는 점에서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아마존이 전자상거래에서 클라우드서비스로, 그리고 다시 우주탐사로 영역을 확대하는 것은 문어발 확장이 아니라 철저히 계산된 사업다각화이다. 엘론 머스크가 X.com에서 페이팔로, 다시 스페이스X와 테슬라 모터스로 영역을 확대해 간 것은 자신의 원대한 꿈을 실현하기 위해 기획한 수순이었다. 그 과정에서 제프 베조스, 엘론 머스크 그 누구도 자신의 본연의 역량을 버린 적이 없으며 오히려 목표와 수단의 다각화를 통해 본연의 역량을 더욱 더 강화시켰다. 이처럼 샐리콘밸리의 혁신엔진은 재료만 바뀌었을 뿐 작동원리는 결코 바뀐 적이 없다. 오히려 더욱 강해지고 다채로워졌다.

아마존에게 우주개발투자는 핵심역량을 팔 새로운 IT연관시장을 개척하는 기회이고 피델리티 인베스트먼트에게 스페이스X는 좋은 벤처금융투자처이며 구글에게 스페이스X는 전세계 인터넷인프라를 혁신적으로 개편할 새로운 ‘파괴적 혁신’의 잠재적 주도자다. 이들 모두에게 스페이스X와 함께 하는 우주개발은 자신을 보다 진취적이고 매력적인 기업으로 비치게 하는 최고의 화장술이기도 하다.

전기자동차, 자율주행차, 우주개발이 수명을 다한 글로벌 IT기업의 ‘탈IT’ 행보라고 보는 우(愚)는 범하지 말아야 한다. 오히려 ‘영역확대를 통한 IT역량의 강화’라고 봐야 한다. IT의 전방위적 확산을 ‘탈IT’로 매도하는 것은 가뜩이나 위축된 우리의 IT혁신 잠재력, IT혁신 의지를 더욱 더 손상시킬 것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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