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 뇌관' 터지나] 아파트 분양시장 '어게인 2007년' 우려

계약금·중고금 혜택 줘 분양했지만
2년 지나도 잔금 회수못해 '발동동'
  • 등록 2015-05-04 오전 5:01:05

    수정 2015-05-04 오전 9:02:10

[이데일리 신상건 기자] 올해 역대 최다치인 40만 가구에 육박하는 아파트 분양 물량이 쏟아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공급 과잉에 따른 후폭풍이 우려되고 있다. 2007년 하반기 건설사들은 분양가 상한제를 피하기 위해 앞다퉈 ‘밀어내기 분양’에 나섰으나, 결국 미분양·미계약분 속출이라는 참담한 결과로 이어졌다. 업계 일각에서는 “건설사 밀어내기 분양이 기승을 부리는 상황이 2007년과 너무나 닮았다”는 말도 나온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2007년 아파트 분양 물량(임대 물량 포함)은 29만 2819가구로 30만 가구에 육박했다. 1년 전(24만 8112가구)과 비교하면 18%(4만 4707가구) 늘어난 수치다. 건설사들이 2007년 9월부터 적용되는 분양가 상한제 시행을 피하고자 제도 적용 이전으로 분양 승인을 받고 물량을 한꺼번에 쏟아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2007년 전체 분양 물량의 42%에 해당하는 12만 2957가구가 4분기(10~12월)에 집중됐다.

분양가상한제란 택지·건축비에 건설사들의 적정 이윤을 더해 분양가를 책정하는 일종의 가격 상한제를 말한다. 정부는 1998년 외환위기 탈출 후 부동산시장이 상승세를 타면서 고분양가의 신규 분양 아파트가 집값 상승을 이끌고 있다는 판단 아래 이 제도를 도입했다.

당시 건설사들은 분양률을 높이기 위해 앞다퉈 수요자들을 위한 자금 지원 등 파격 조치에 나섰다. 계약금을 5~10%로 낮추고 중도금을 융자해 줬다. 계약금과 중도금을 최소화한 아파트는 사실상 대부분의 분양가를 잔금으로 납부하도록 하는 것이어서 대부분의 건설사가 잔금에 의존했다.

이후 글로벌 금융 위기라는 악재를 맞아 집값이 하락하면서 입주 시기인 2009년 전국에서 입주 지연과 청약률 ‘제로’의 미분양 아파트가 속출했다. 실제로 2009년 3월 전국 미분양 아파트는 16만 5599가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또 파격적인 분양에 나섰던 건설사들도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붙은 깡통분양권 등으로 인해 잔금을 회수하지 못하면서 시공능력순위 150개 건설사 중 38곳이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와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빠졌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2007년에 공급 과잉이 부동산시장의 장기 침체를 유발하는 시발점이 됐다”며 “이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건설사들의 자체 물량 배분과 더불어 공공물량 공급 조절, 후분양 유도 등 정부 차원의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수요자들도 분위기에 휩쓸려 묻지마 청약을 하는 것을 피하고 2~3년 뒤 해당 지역 입주 물량 규모 등을 꼭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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