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아베 총리의 미 의회 연설을 주목한다

  • 등록 2015-04-27 오전 3:00:00

    수정 2015-04-27 오전 3:00:00

아베 총리. (사진=뉴시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오늘부터 6박7일의 미국 방문에 들어갔다. 그는 이번 일정에서 미·일 정상회담은 물론 신칸센 고속철도 판촉, 홀로코스트박물관 방문 등을 통해 격상된 미·일 동맹관계를 한껏 과시할 참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비롯한 미국 정계는 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 진전과 양국 방위협력지침 개정 등 미국이 원하는 선물 보따리를 잔뜩 안은 그를 쌍수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29일의 상·하원 합동연설이다. 미 의회는 전후 70년간 전범국 일본의 총리에게 합동 연설을 불허했다. 그동안 한국 대통령이 6명이나 연단에 올랐던 데 비해서는 노골적 냉대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도 2006년 합동연설을 강력히 원했으나 신사참배에 발목이 잡혔다. 아베 총리에게 사상 첫 합동연설을 허용한 파격적 환대의 배경에는 과거사보다 실리를 챙기려는 미국 외교노선의 변화가 자리 잡고 있다.

문제는 내용이다. 아베 총리는 지난주 반둥회의에서와 마찬가지로 합동연설에서도 과거 전쟁에 대한 반성을 두루뭉수리로 언급할 뿐 식민지배와 침략행위에 대한 사죄는 외면할 것으로 보인다. 강자에게 비굴하고 약자에겐 오만한 일본의 이중적 태도는 “아베 총리는 미국과 대화하러 오는 것이므로 다른 나라에 초점 맞출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는 사사에 겐이치로(佐佐江賢一郞) 주미 일본대사의 발언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그러나 아베 총리가 동아시아의 미래지향적 협력을 원한다면 식민지배를 사과한 무라야마 담화와 위안부 강제 동원을 인정한 고노 담화부터 재확인하는 게 순서다. 한국과 중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는 물론 일본에서조차 그의 역사 인식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음을 간과해선 안 된다. 에드 로이스 외교위원장 등 미 하원의원 25명이 그의 방미에 맞춰 서명한 일본의 과거사 사과 촉구 연판장은 일례일 뿐이다. 아베 총리는 과거사 직시와 주변국들의 포용을 통해 유럽의 중심국으로 다시 우뚝 선 독일을 참고하라는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충고를 되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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