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상에 논란이 된 ‘세월호 참사 와중에 국회에서는 날치기하고 있네요’라는 게시물을 보면 △주한미군주둔비용 증액(연간 9200억원) 전격 통과 △철도요금·운임 인상, 화물 운임료 인상 △수서발 고속철도(KTX) 매각방지 법제화 무산 △국회에서의 폭력행위를 금지한 국회선진화법 법안 등이다.
국회 출입 기자로서 국회가 정말 이런 일을 했는지 앞뒤의 정황을 자세히 풀어본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 한미방위금협정
사실 한미방위분담금 국회 비준이 기정사실화된 것은 세월호 침몰 사건보다 앞선 지난 14일이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의원들은 외교부·국방부 실무자들과 비공개간담회를 열고 비준안의 4월 국회 처리에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그 후 15일 외통위는 법안심사소위원회와 전체회의를 연달아 열고 비준안을 본회의에 올렸다. 16일 본회의 일정도 이전부터 잡혀있었다. 매번 국회가 열리기에 앞서 여야 원내지도부는 머리를 맞대고 본회의를 열 날짜를 미리 정한다.
자충수에 빠진 철도소위
철도요금·운임 인상안 권고안 및 수서발 KTX 민간 매각 방지 법제화도 ‘오비이락(烏飛梨落)’의 성격이 강하다. 철도소위가 활동결과보고서를 채택한 것을 세월호 사건이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전인 16일 오전 10시께였다. 더군다나 철도소위가 더 이상 진전된 합의를 낼 수 없다고 판단하고 이 같은 채택날짜를 잡은 것은 전날인 15일이다.
논의 과정부터 노조 측의 참여가 철저하게 배제돼 있어 국토부와 코레일의 일방적인 주장만이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였던 탓에 철도소위가 이 같은 결론을 내린 것은 ‘명약관화(明若觀火)’였다. 특히 공청회나 청문회 등 외부의 의견을 들을 수 있는 의사일정도 없었다.
‘당론 채택’과 ‘법안 통과’는 무엇이 다를까
국회선진화법 개정안이 통과됐다’는 얘기는 새누리당이 국회선진화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채택했다는 것이 와전됐다. 정작 법안 통과는 어려워 보인다. 국회선진화법 개정 절차도 국회선진화법에 의해 ‘국회의석 수 3분의 2의 동의’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19대 국회 현재 의석수는 새누리당이 158석, 새정치연합이 130석, 정의당·통합진보당이 각각 5석으로 새누리당 의원 전원이 찬성하더라도 41명의 찬성표가 더 필요하다.
세월호 사고 이후 이 같은 분위기에 편승해 1%의 사실에 기반한 99%의 거짓에 넘어가지 않도록 정신줄을 단단히 부여잡을 때다. 국회도 왜 이런 ‘오해’가 국민의 분노를 자아내게 하는지 민심을 제대로 읽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