亞 신흥시장 '라오스'에서 한강의 기적 일구다

수출입銀, EDCF 통해 메콩강 종합관리사업..지난해 12월말 완공
도로·댐 건설 사업 등 원조 차관..국내기업 진출 발판 마련
  • 등록 2014-01-03 오전 6:00:00

    수정 2014-01-03 오전 10:36:31

[비엔티안(라오스)=이데일리 나원식 기자]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시민들은 이제 저녁이 되면 메콩강에 나와 운동을 하고 산책을 즐깁니다. 최근 차량이 급증해 교통 체증이 심했는데, 메콩강변에 새로 난 도로 덕분에 많이 줄었습니다. 전국에서 라오스 국민들이 비엔티안을 찾아와 메콩강 강변을 거닐고 있어요.”(파카이케오·30)

라오스의 전통 대중교통 수단인 툭툭. 자가용과 버스가 늘어나면서 점차 사라지고 있다. (사진=나원식 기자)
동남아시아 인도차이나 반도 중앙부에 위치하고 있는 라오스. 이 나라 주요 도시에서 만난 현지인들은 모두 ‘변화’를 얘기했다. 곳곳에 새 도로가 깔리고 있으며, 도로가 난 지역 인근에는 새 건물들이 속속 들어선다. 차량의 증가 속도는 더 빨라 출퇴근 시간이 되면 곳곳에서 정체 현상이 나타나기 일쑤다. 기존의 대중교통 수단이자 관광객들에게 독특한 경험을 선사했던 ‘툭툭(차량이나 오토바이를 개조해 만든 택시)’은 이제 점차 사라지는 추세다. 대신 시민들은 개인 오토바이나 자가용을 타거나 버스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실제 라오스는 2012년 10월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으로 가입되면서 새로운 투자 환경이 조성됐으며, 중국과 미얀마, 태국, 라오스, 캄보디아, 베트남 등 메콩강이 흐르는 지역을 지칭하는 ‘메콩경제권’의 한 국가로 각광받고 있다. 이와 함께 아직 개발되지 않은 자원도 많은 것으로 추정돼 일본과 중국 등 여러 국가의 ‘개발원조’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한국 역시 수출입은행 대외경제협력기금(EDCF)를 통한 정부 차원의 차관자금 제공을 통해 라오스 정부와의 관계를 쌓으며 국내 기업 진출의 기반을 닦고 있다.

◇수출입銀, 라오스의 ‘한강의 기적’ 발판 마련

라오스는 최근 3년간 경제성장률이 8% 안팎에 이르는 등 급격한 성장을 이뤘다. 특히 라오스의 수도 비엔티안의 변화는 다른 어느 도시보다도 빠르다. 이를 극적으로 드러내는 곳이 바로 비엔티안 시내를 흐르고 있는 메콩강의 아누봉(Anouvong) 공원이다. 매해 크고 작은 홍수가 나 시민들에게 두려움의 대상이었던 이곳이 이제 산책과 운동을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비엔티안 시민들 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오는 관광객들, 라오스 각지에서 몰려든 현지인들까지 이 공원을 거닐며 라오스의 ‘변화’를 맛보고 있다.

수출입은행의 EDCF로 조성된 메콩강변의 아누봉 공원(사진=이산 제공)
특히 한국인이라면 아누봉 공원에 들어서는 순간 ‘익숙함’을 느끼게 된다. 이는 아누봉 공원이 ‘한강종합개발사업’을 모티브로 해 국내 건설업체들이 한강시민공원과 유사하게 조성했기 때문이다. 사업은 지난 2005년 라오스 정부 대표단이 한국을 방문, 한강종합개발에 대한 관심을 보이며 한국 정부에 지원을 요청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타당성 조사 등을 바탕으로 한국수출입은행이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3700만 달러를 지원하면서 2009년 공사가 시작됐다. 국내 기업인 흥화건설과 이산이 각각 시공과 감리를 맡아 공사를 진행해 시내 중심의 아누봉 공원을 비롯, 총 12.3㎞ 길이의 제방을 쌓는 작업이 지난달 31일 마무리됐다.

제방으로 메콩강의 ‘홍수’ 피해를 예방하게 됐을 뿐만 아니라 아누봉 공원은 시의 명물로 자리 잡았다. 메콩강 강변의 집값은 8배 이상 뛰었다. 이 때문에 공사를 진행하면서 철거해야 할 건물의 주인들과 비엔티안 정부의 이주보상 협상이 난항을 겪기도 했다. 국내 토목설계 업체 이산의 유경선 부장은 “아누봉 공원이 조성된 뒤 라오스 대통령이 직접 찾아 식목일 행사를 이곳에서 진행하는 등 라오스 정부의 관심이 각별하다”며 “라오스 정부가 2단계 메콩강 종합관리사업도 한국이 맡아주길 기대하는 등 한국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라오스의 수도 비엔티안의 왓타이 국제공항에서 나오면 한국의 삼성 광고를 볼 수 있다.(사진=나원식 기자)
◇韓 기업 진출 미미..“내수시장 작지만 잠재력 충분”

수출입은행은 이 외에도 라오스 GMS 북부도로 개선사업을 통해 북부지역 사람들의 생활권을 획기적으로 줄였고, SK건설과 서부발전 컨소시엄이 라오스 정부에서 따낸 세피안 세남노이 수력발전사업에 4억2000만원 규모의 ‘원조·수출’ 복합금융 지원을 성사시키기도 했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여러 긍정적인 파급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2011년 비엔티안에 무역관을 설립한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메콩강 사업 공사 현장에서 사용된 한국산 중장비들이 자연스럽게 홍보효과를 얻어 현지 중장비시장에서 절반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다만 아직까지 국내 민간기업의 라오스 현지 진출은 미미한 상황이다. 한 라오스 진출 업체 관계자는 “라오스는 인구가 630만에 그치는 등 당장 공략할 내수 시장이 작아 아직까지 진출을 꺼리는 것 같다”며 “하지만 라오스가 급격하게 발전하고 있다는 점뿐만 아니라 인도차이나반도 진출을 위한 교두보로 삼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잠재력이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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