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STX 사태와 '두 회장'의 약속

  • 등록 2013-09-11 오전 6:00:00

    수정 2013-09-11 오전 6:00:00

[이데일리 나원식 기자] ‘지난 4월 STX조선해양(067250)에 대한 자율협약 추진 시 강덕수 STX그룹 회장은 “지금까지의 경영결과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며 향후 경영진 재편 등 경영권 행사와 관련해 채권단의 결정사항에 어떠한 이의도 제기하지도 않겠다”는 확약서를 제출했다.’

산업은행은 지난 3일 STX조선해양의 새 대표이사 선임을 추진하겠다는 발표문에 이 같은 문구를 넣었다. 새 대표 이사를 추천하는 이유로 ‘STX조선해양의 조기 경영정상화’를 꼽긴 했지만, 강 회장 역시 약속한 게 있으니 채권단의 의견에 따라야 한다는 일종의 ‘압박 카드’를 꺼낸 것이다. 이후 강 회장은 본인의 ‘사임’에 한 표를 던지며 약속을 지켜야만 했다.

반면 ‘약속’을 강조하던 산업은행은 결과적으로 ‘약속’을 어긴 모양새가 됐다. 홍기택 회장은 지난 7월24일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강 회장의 거취에 대해 묻자 “강 회장이 어떤 역할을 할지는 채권단이 공동으로 결정할 문제지만 STX그룹을 설립했고 여러 사업에 관여했기 때문에 그 전문지식을 활용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이 발언을 채권단이 강 회장의 경영권을 인정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이해했다. 물론 ‘채권단이 결정할 문제’라는 전제 조건을 내걸었지만, 한 기관의 장(長)이 첫 기자간담회라는 공식적인 자리에 내놓은 말은 향후 채권단의 경영정상화 추진 방향을 예고하는 것으로 이해되기 마련이다.

올해 3월 STX(011810)그룹의 부실 사태가 수면 위로 드러난 뒤 STX 주가는 말 그대로 롤러코스터를 탔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STX 관계자 말 하나하나가 주가에 영향을 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 강 회장이 STX조선해양 회장직에서 내려온 다음날인 10일 이 회사의 주식은 7% 가까이 급등하기도 했다.

이는 최근 STX그룹에 대한 시장의 평가가 재무구조 등 기업의 현재 모습이 아닌 미래의 ‘불확실성’에 기대고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STX의 미래를 결정할 채권단의 ‘경영 정상화 방안’과 이에 따른 STX의 대응에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 기업의 ‘쇠락’에 대한 책임을 최고경영자에게 지게 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지만, STX와 시장의 불만이 산은의 ‘오락가락’ 행보에 쏠리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주채권은행으로서 여러 기업의 ‘생사(生死)’여탈권을 쥐고 있는 산업은행 역시 이번 사태를 통해 한 가지 교훈을 얻은 기회가 됐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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