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일확천금을 쫓는 사람들

  • 등록 2013-05-22 오전 6:00:00

    수정 2013-05-22 오전 6:00:00

[상하이=이데일리 양효석 특파원] 최근 복권이 전세계적인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18일(현지시간)에는 미국에서 사상 최대 복권(파워볼) 상금인 5억9000만 달러(약 6490억원)를 탄 당첨자가 나왔다. 파워볼 복권은 미국 43개주와 워싱턴 DC, 미국령 서인도제도에서 구입할 수 있으며 실제 수령액은 주별 세금 규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파워볼 복권은 1개의 빨간 공과 5개의 흰 공 숫자를 모두 맞춰야 하며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 두 차례 추첨한다. 당첨 확률이 한 해 벼락을 맞을 확률보다도 낮은 1억7500만분의 1이다.

이번 복권 상금은 지난해 3월 미국 메가밀리언 복권(상금 6억5600만 달러)에 이어 미국 복권 사상 두 번째로 큰 액수다. 그러나 지난해 3월에는 당첨자 3명이 상금을 나눴던 만큼 이번처럼 한 명이 받는 액수로는 역대 최대다. 당첨 금액이 커진 이유는 두 달 동안 1등 당첨자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로또 조작의혹이 나왔다. 지난 18일 로또 546회 추첨에서 1등이 무려 30명이나 배출됐다. 이에 따라 1등 당첨금은 4억594만원에 그쳤으며 세금을 빼면 한 사람당 실수령액은 3억원을 약간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벼락을 맞을 확률보다 낮다는 로또 1등 확률이 이처럼 늘어나자 일각에서는 조작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당첨자 30명중 27명이 수동으로 번호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 1등 당첨자가 부산 소재 특정 매장에서 대량 배출됐고 똑같은 번호를 수동으로 10장이나 적은 사람이 당첨되기까지 해 네티즌 사이에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중국 본토에서 도박이 허용되지 않는 중국인들도 복권 열풍에 휩싸여 있다. 중국 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4월 전국 복권 판매량은 전년동기 대비 21.1% 증가한 285억6100만 위안(5조1410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1∼4월중 누적 판매량 역시 976억2200만 위안으로 전년동기 대비 16.5% 증가했다. 최근 복권 종류도 다양해져 소비자 선택의 폭이 넓어졌고 판매량도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의 작년 복권 판매액이 약 400억 달러에 이르며, 해마다 두 자릿 수 증가율을 보이고 있어 향후 10년내 미국을 넘어 세계 최대 복권시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작년 미국의 복권시장은 500억 달러에 달했다.

이처럼 전세계적으로 열풍인 복권은 각국 정부가 판매액을 통해 기금을 조성, 취약분야 지원 및 복지사업에 활용하고자 하는 목적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과학기술진흥기금, 국민체육진흥기금, 근로자복지진흥기금, 중소기업진흥기금 등으로 모여 각종 정책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복권 판매액을 어디에 어떻게 쓰고 있는지 공개하지 않는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공적 자금의 사적 유용 가능성도 제기됐다. 복권 관련 부패를 척결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또 중국에서 복권 중독자가 늘고 있는 것도 사회적 문제로 표출될 수 있다. 지난해 베이징사범대학 조사에 따르면 복권을 정기적으로 구입하는 중국인 2억 명 가운데 중독 문제 가능성이 있는 사람은 700만 명에 이른다. 1000명 중 35명은 복권 중독에 빠져있는 셈이다. 복권 중독자가 많다는 것은 일확천금을 꿈꾸며 경제적 신분상승을 노리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중국의 소득분균형 정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는 지난 2010년 0.481을 기록했다. 중국 정부통계의 신뢰성 여부를 떠나, 유엔(UN) 규정에 따르면 지니계수가 0.4∼0.5 이면 소득 분배 불평등이 심각한 상태다. 이는 중국내 빈부격차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단상이다.

중국의 빈부격차 해소는 새로 출범함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체제가 해결해야 할 최우선 과제가 된 셈이다. 원자바오(溫家寶) 전(前)중국 총리가 지난 3월 5일 자신의 임기를 마무리하는 고별연설에서 “중국이 고속성장 후유증인 빈부격차 해소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이같은 현실을 반영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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