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나침반]두려움이 커질 때가 기회다

  • 등록 2013-02-01 오전 6:30:00

    수정 2013-02-01 오전 6:30:00

[윤지호 이트레이드증권 리서치센터장] 증시는 경제학자들이 그리는 합리적인 세계가 아니라 불확실성이 더 큰 일반적인 정글이다. 너무 많은 변수가 얽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안한 상황’과 ‘불확실성’은 다르다. 수급 부담 탓에 시장참가자들의 심리 상태가 불안하다고 해서 불확실성이 증폭되는 시기로 단정 지을 수 없다.

이론적으로 오르고 내릴 이유가 50대 50일 때 불확실성이 제일 크고, 단 1%라도 무게중심이 한 방향으로 쏠리면 불확실성은 감소한다. 결국, 시간이 흐르면 한쪽으로 기울여 확실한 상태로 들어설 수밖에 없다.

상황을 단순화시켜 생각해 보자. 이제 위(추세적 상승)든 아래(박스권 하단 회귀)든 우리는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할 시점에 다가서 있다. 미래의 불확실성에 잘 대처하기 위해서는 변화의 방향을 잘 가늠하여 피하거나 맞서야 한다.

2월의 코스피는 이에 대한 답을 줄 것이다. 현 시점 우리의 선택은 아래보다 위이다. 아직 임계 수준에 도달하지는 않았지만, 5월 우리의 예상대로 변동성 팽창의 여진이 뒤따른다면, 바로 그때가 임계점(Critical Point)이다. 이후 박스권의 연장(1800선 초반 회귀)보다 박스권 상단 돌파(2050선 돌파)를 염두에 둔 시장 대응을 권고한다.

이유는 단순하다. 제기되는 위험 요소들이 너무 익숙하지만 펀더멘탈 방향성에 대한 평가는 너무 인색하기 때문이다.

먼저 눈앞의 실적시즌을 보자. 실적시즌에 대한 경계감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4분기는 성과급 지급이나 일회성 비용을 처리하는 경우가 많아 상대적으로 부진할 때가 잦다. 오히려 실적 시즌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져 있다는 점을 주목하자. 실적 시즌에 대한 평가는 실적 그 자체보다 기대의 함수이다. 호재로 인식되는 것은 실적 자체가 좋았을 때가 아니라 실적이 시장 참가자들의 기대보다 높을 때다. 지금이 그렇다. 연초 이후 주가 조정으로 코스피의 12개월 예상 주가수익비율(PER)은 9.1배, 12개월 예상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03배까지 내려와 있다. 최근 3개월간 2013년에 대한 이익수정비율은 -12.17%로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이다. 기대값(2013년 예상 PER)에 대한 기대치가 낮다는 것, 그것이 기대요인인 것이다.

둘째, 미국 경기의 방향성이다. 더욱이 미국의 신용 경로는 복원되고 있다. 상황은 달라진 것이다. 연준에서 확인된 경기 인식에 굳이 맞설 이유는 없다. 이미 돈이 돌고 있음(신용 경로 복원)에 주목하자. 본원통화 증가가 초과지급준비금에 머무는 ‘연준과 은행 간 내적 순환’에서 ‘은행과 각 경제주체 간의 외적 순환’으로 전환되고 있다. 아직 속도는 완만하지만, 더 이상의 돈을 풀지 않아도 승수효과의 개선 징후를 포착할 수 있다. 상업은행들의 총신용(Bank Credit)은 금융위기 이전을 넘어섰으면, 대출(Loans and leases)도 금융위기 이전까지 올라섰다. 가장 취약한 부동산까지 신용여건이 개선되며,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고 있다. 위기의 진원지인 미국의 주택자산이 담보로서의 가치를 회복하고 있다. 미국 경제는 자생적 정상화를 향해 한 발 나아간 것이라면, 세계 경기 방향성에 대한 신뢰를 높여야 한다.

셋째, 풀린 돈은 움직이기 시작했다. 경기가 좋든 나쁘든 글로벌 각국의 증시는 우리와는 차별화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글로벌 유동성의 위험자산으로의 이동 국면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다. 채권에서 주식으로의 자산 배분 사이클 변화는 이미 시작된 지 오래다.

물론 원화 강세와 프로그램 매물 부담으로 우리 증시의 상대적 약세가 좀 더 이어질 것이다. 하지만 결국 글로벌 유동성의 다음 목표는 경기 개선 속도에 발맞춰 밸류에이션 매력이 높아진 우리 증시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더욱이 이후 각국의 정책기조 조합으로 볼 때, 그 속도와 양은 지속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결론적으로 1월 증시의 부진은 수급 부담과 실적시즌에 대한 우려와 이를 선반영한 것으로 판단한다. 더불어 우려가 확산될 때가 기회라는 입장이다. 수급 교란으로 인해 1월 이후 조정이 출현했지만, 이제 다시 펀더멘탈의 강도가 아닌 방향에 기대를 높여 볼 시기이다. 역설적으로 주가 방향성에 대한 의구심이 다시 제기되면 제기될수록, 기회의 영역에 그만큼 다가선 것이다.

우리는 지난 전망 이후 산타 랠리에서 상반기 추세적 상승으로 연결되는 강세장(Bull Market)의 도래를 제시해 왔다. 1월 코스피는 전망보다 더 약했고 비관적 분위기는 오히려 확산되고 있지만, 아직 전망의 수정 여부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 2월에 들어서면 코스피는 제 갈 길을 가기 시작할 것이다. 지난 전망에서 줄곧 고수해온 채권에서 주식으로의 자산배분사이클 변화, 그리고 메인 시나리오인 글로벌 경기모멘텀에 의한 상반기 상승 시나리오는 이제 가시권에 들어선 것으로 판단한다. 과거 경기가 회복기에 들어설 때, 상대적으로 코스피 대비 높은 성과를 보여온, 필수소비재(음식료), 금융, 산업재(조선,건설), 유틸리티에 대한 주식 비중 확대를 권고한다. 우리는 삼성전자와 자동차의 시가총액 비중이 줄어든 만큼, 이들 섹터의 비중이 늘어나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투자자들의 불신이 커질 때가 기회라는 시각에서 본다면, 이미 반환점은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예견된 수급불안과 실적 악화로 인해 주가도 급락했다. 하지만 이미 예상대로 나빠졌다는 것이 확인되는 시점에서, 주가의 추가 하락폭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기정사실화(페타콩폴리)됐기 때문이다. 과거보다 미래에 시선을 맞춰야 한다. 2월, 다시 황소의 귀환을 기다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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