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가는 대선 시계..북풍 최대 변수로

  • 등록 2012-06-05 오전 6:00:00

    수정 2012-06-04 오후 6:00:22

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6월 05일자 1면에 게재됐습니다.


[이데일리 김성곤·나원식 기자] 연말 대선을 6개월 앞둔 여야가 시대착오적인 색깔론을 꺼내들고 사생결단식의 대결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따라 역사의 수레바퀴가 거꾸로 돌고 있다는 비판이 터져 나오고 있다. 4·11 총선 이후 여야가 강조했던 경제민주화, 복지 확대 등 정책은 이른바 `북풍` 변수에 묻혀버렸다는 분석이다.

북풍은 최근 선거에서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2010년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천안함 사건이 터졌지만 결과는 야권의 압승이었다. 멀리는 2007년 대선 국면에서 10·4 남북 정상회담이 있었지만 대선 판세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그런데 4·11 총선 이후 권력의 격동기 속에서 정치판 최대 변수는 누가 뭐래도 북풍이다. 차기 대선을 앞두고 북한의 그림자가 강하게 드리우고 있다.

시발점은 통합진보당 부정 경선이었다. 여론의 사퇴 압박에 버티기로 일관하던 이석기, 김재연 비례대표 의원에 대한 종북 논란이 불거지면서 케케묵은 주사파 논쟁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민주주의의 ABC도 모른다’는 여론의 조롱 속에 진보당은 시대착오적인 주체사상을 신봉하는 정당으로 전락, 당의 존립마저 위태로운 상황이다.

새누리당은 연말 대선을 앞두고 기선 제압 차원에서 연일 이념 공세를 펼치고 있다. 민주통합당은 야권 연대 파트너인 진보당 사태의 불똥이 튀면서 곤경에 처했다. 수세에 몰린 민주당은 반격에 나섰다.

박용진 민주당 대변인은 4일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는 2006년 방북 당시 김일성 주석 생가가 있는 만경대를 왜 김정일 국방위원장 취임일에 맞춰 갔는지, 그곳에서 김일성에 대해 어떤 존경의 생각을 했기에 관련 사진을 김일성의 생일인 4월15일에 게재했는지 밝히라”고 촉구했다.

민주당은 전날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2002년 방북을 예로 들며 “2002년 방북 당시 왜 만경대에 갔고 왜 주체사상탑에 방문했는지에 답하라”며 의혹을 제기했다.

새누리당은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안보 정국 조성에 공을 들이는 모양새다. 특히 임수경 민주당 의원의 이른바 ‘변절자’ 발언 논란과 관련, 융단 폭격을 퍼부었다.

김영우 대변인은 “임 의원을 공천한 민주통합당은 임 의원 발언에 대해 공식 사과하고 책임있는 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문수 경기지사도 “임수경 의원과 임종석 전 의원 모두 주사파 세력”이라고 비판했다.

새누리당 내부에서는 핵무장론까지 나왔다. 차기 주자인 정몽준 의원은 “핵무기 없는 한반도를 위해 역설적으로 핵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야 정치권의 난타전에 북한 당국도 가세했다. 북한은 지난 4월에 개정한 헌법에 ‘핵 보유국’이라는 점을 명시한데 이어 국내 일부 언론매체를 위협하는 공개 통첩장까지 발표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북풍은 새누리당이 일방적으로 몰아간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다”라며 “진보당의 종북 논란이 잦아들 만하니까 민주당에서 일을 만들어 주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북풍은 새누리당에 호재”라면서 “정국을 주도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대선 판에 이념 구도가 만들어지면 정권심판론을 잡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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