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정병준 기자] 지난 3월 발효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가장 큰 판매신장 효과를 볼 것으로 예상됐던 미국차가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파격적인 가격 인하와 서비스 강화 등 적극적인 마케팅에도 불구, 오히려 판매는 줄고 있다.
13일 수입차 업계에 따르면 지난 4월 포드(340대), 크라이슬러(282대), 캐딜락(34대) 등 미국 브랜드가 국내시장에서 판매한 차량은 총 656대로, 지난 3월(782대) 대비 16.1% 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미국차 브랜드가 전체 수입차 시장에서 차지한 판매비중은 6.1%로 이 역시 지난해(6.9%)보다 0.8%포인트 하락했다.
| ▲ 포드 포커스.(사진=포드코리아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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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체면치레를 한 것은 크라이슬러뿐이다. 크라이슬러는 올들어 4월까지 총 1289대를 팔아 26.1%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반면 같은 기간 포드는 1355대로 전년(1366대)보다 0.8% 줄었고, GM의 판매(169대) 역시 38.5% 감소했다.
미국 브랜드의 부진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한국 수입차 시장내 점유율은 지난 1998년 59.1%를 정점으로 계속 내리막을 타고 있다. 지난 2010년과 2011년 미국 브랜드 점유율은 각각 8.2%와 7.9%로 한 자릿수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다.
미국차 수입사들은 한-미 FTA를 통한 판매증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올 초부터 다양한 신차를 출시하는 동시에 파격적인 가격 할인 프로모션을 전개하며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포드코리아는 지난해 11월 차량 무상보증기간을 5년·10만km로 늘리는 등 가장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을 펴고 있다. 지난 3월에는 차량 가격을 최대 525만원 낮추고, 부품값도 최대 35% 인하했다.
이 같은 노력에도 좀처럼 판매가 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 전문가들은 미국차 브랜드 수입사들의 마케팅 전략에 수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 ▲ 크라이슬러 신형 300C.(사진=크라이슬러코리아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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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미국차는 연비나 디자인면에서 유럽이나 일본, 심지어는 국산차와 비교해서도 장점이 없다. 그러나 최근 미국차의 성능이 많이 개선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미 FTA 등 우호적인 여건에도 판매가 늘지 않는 것은 업체들의 마케팅 전략이 국내 소비자들의 마음을 읽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가격 인하만으로 승부를 볼 게 아니라 차량의 개선된 성능을 널리 알리는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