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E피부클리닉은 이 모 원장 명의지만 실질 주인은 의사 자격증이 없는 박 모씨다. 지난해 1월 이 원장이 의사면허를 빌려주는 대가로 박씨는 병원 운영에 필요한 모든 자금을 대고 수익은 6대4로 나누자는 이면계약이 작성됐다. 박씨는 ‘사무장’ 직책으로 병원에 상주하며 상담을 도맡아 처리한다. 지난 4월부터는 아예 여드름, 기미 등을 치료하는 레이저 시술까지 해오고 있다. 박씨는 레이저 시술을 본격적으로 하기 위해 간호조무사 자격증을 편법으로 취득했다. 시술 부작용으로 피부 상태가 악화된 일부 환자가 경찰에 신고하려하자 박씨는 거액의 합의금을 사건을 무마했다.
서울 강남 지역을 중심으로 이른바 ‘사무장 병원’이 독버섯처럼 확산되고 있다. ‘사무장 병원’이란 의사가 의료기관의 개설자가 될 수 없는 ‘사무장’에게 고용돼 운영이 이뤄지는 병의원을 일컫는다. 이들이 과잉 진료 등에 나설 경우 환자 생명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31일 이데일리 취재 결과 서울 강남의 대표적인 사무장 병원은 B피부클리닉, D성형외과, P의원 등은 비의료인인 사무장이 직접 진료에 관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사무장 병원은 환자를 환자로 보지 않은 채 수익의 관점에서 바라보기 때문에 수술이 필요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수술을 강행하는 등 과잉 진료와 의료 사고라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사무장 병원은 보험급여 허위·부당 청구로 건강보험의 재정을 악화시키는 주된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또다른 문제점도 안고 있다. 의약품 허위 청구, 비급여 대상 진료 후 급여비용 청구, 내원 일수 허위 청구 등의 방식으로 건강보험의 재정을 갉아먹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 카페 ‘메디게이트’를 통해 접촉한 또다른 의사는 “적발된다 하더라도 의사만 처벌 대상이 되기 때문에 사무장들은 거리낌없이 사무장 병원을 주도하는 게 현실”이라고 털어놨다.
하지만 현행법은 의사들의 양심선언을 막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무장병원이 적발됐을 때 의사들은 의사면허 취소까지 감수해야 하지만 사무장은 병원 한 달 수익도 안 되는 벌금만을 내면 된다. 의사들이 위험을 감수하며 양심선언을 할 리가 없다는 비아냥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배금숙 보건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장은 이에 대해 “사무장 병원이 문제가 있는 줄 알지만 비의료인의 의료행위가 있다는 것은 알지 못했다”며 “신고가 들어오면 일벌백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