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에서 독버섯처럼 확산되고 있는 ‘사무장 병원’

강남 B피부클리닉, D성형외과, P의원 등등
면허없는 `사무장`..과잉진료, 의료사고 상존
허위·부당 청구로 건강보험 악화 주된 요인
  • 등록 2011-11-01 오전 6:00:00

    수정 2011-11-01 오전 6:00:00

[이데일리 정유진 기자] 1. 편도선 염증으로 불편함을 겪던 주부 김 모씨(39)는 서울 서초구 방배동 B이비인후과를 찾았다. 피곤할 때면 편도선이 부었던 터라 간단한 치료만 받을 목적이었다. 하지만 상담하던 병원 사무장은 김씨에게 편도선 제거 수술을 권했다. 김씨는 의사 소견을 받고 결정하겠다고 했지만 사무장은 계속 김씨를 설득했고 결국 편도선 수술이 이뤄졌다.

2.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E피부클리닉은 이 모 원장 명의지만 실질 주인은 의사 자격증이 없는 박 모씨다. 지난해 1월 이 원장이 의사면허를 빌려주는 대가로 박씨는 병원 운영에 필요한 모든 자금을 대고 수익은 6대4로 나누자는 이면계약이 작성됐다. 박씨는 ‘사무장’ 직책으로 병원에 상주하며 상담을 도맡아 처리한다. 지난 4월부터는 아예 여드름, 기미 등을 치료하는 레이저 시술까지 해오고 있다. 박씨는 레이저 시술을 본격적으로 하기 위해 간호조무사 자격증을 편법으로 취득했다. 시술 부작용으로 피부 상태가 악화된 일부 환자가 경찰에 신고하려하자 박씨는 거액의 합의금을 사건을 무마했다.

서울 강남 지역을 중심으로 이른바 ‘사무장 병원’이 독버섯처럼 확산되고 있다. ‘사무장 병원’이란 의사가 의료기관의 개설자가 될 수 없는 ‘사무장’에게 고용돼 운영이 이뤄지는 병의원을 일컫는다. 이들이 과잉 진료 등에 나설 경우 환자 생명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31일 이데일리 취재 결과 서울 강남의 대표적인 사무장 병원은 B피부클리닉, D성형외과, P의원 등은 비의료인인 사무장이 직접 진료에 관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사무장 병원은 환자를 환자로 보지 않은 채 수익의 관점에서 바라보기 때문에 수술이 필요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수술을 강행하는 등 과잉 진료와 의료 사고라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의료 면허를 가진 의사들만 가입할 수 있는 인터넷 카페 ‘메디게이트’, ‘아임닥터’ 등의 경우 아예 ‘사무장 병원’ 배너가 따로 마련돼 이들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아임닥터 ‘봉직의세상’이라는 인터넷 카페의 ‘사무장 병원’을 통해 접촉한 의사는 “사무장 병원에 고용된 적인 있는데, 사무장이 모든 진료와 처방에 관여한다”며 “과잉진료가 일상이었다”고 고백했다.

사무장 병원은 보험급여 허위·부당 청구로 건강보험의 재정을 악화시키는 주된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또다른 문제점도 안고 있다. 의약품 허위 청구, 비급여 대상 진료 후 급여비용 청구, 내원 일수 허위 청구 등의 방식으로 건강보험의 재정을 갉아먹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 카페 ‘메디게이트’를 통해 접촉한 또다른 의사는 “적발된다 하더라도 의사만 처벌 대상이 되기 때문에 사무장들은 거리낌없이 사무장 병원을 주도하는 게 현실”이라고 털어놨다.

의료질 저하, 국민건강보험 과다청구, 비인권적 환자 처우 등 각종 문제가 불거짐에도 사무장 병원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적발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사무장병원에 고용된 의사의 양심선언이 없다면 사무장병원을 구분해내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현행법은 의사들의 양심선언을 막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무장병원이 적발됐을 때 의사들은 의사면허 취소까지 감수해야 하지만 사무장은 병원 한 달 수익도 안 되는 벌금만을 내면 된다. 의사들이 위험을 감수하며 양심선언을 할 리가 없다는 비아냥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배금숙 보건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장은 이에 대해 “사무장 병원이 문제가 있는 줄 알지만 비의료인의 의료행위가 있다는 것은 알지 못했다”며 “신고가 들어오면 일벌백계하겠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추위 속 핸드폰..'손 시려'
  • 김혜수, 방부제 美
  • 쀼~ 어머나!
  • 대왕고래 시추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