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갑 여는` 美소비자들..더블딥 우려 낮췄다

車판매증가에 소비 `깜짝 호조`.."완만한 회복" 기대
불안요인도 상존..연준 `관망모드` 유지할듯
  • 등록 2011-08-30 오전 3:35:23

    수정 2011-08-30 오전 3:35:23

[뉴욕= 이데일리 이정훈 특파원] 미국 소비자들이 꽁꽁 닫았던 지갑을 서서히 열고 있다. 완만한 소비지출 회복세가 기대되고 있다. 한동안 고조됐던 미국경제의 더블딥 우려도 크게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 `車 덕분에`..美 소비 깜짝호조

"지난 한 달에만 자동차 판매가 거의 20% 이상 늘었다."

▲ 미국의 월별 개인 소비지출과 소득 증가율 추이
랜스커닝햄 포드의 제이슨 오웬스 자동차 판매매니저는 "지금이 호황"이라며 "금리가 거의 3년만에 최저수준까지 내려오면서 호주머니에 돈이 많지 않은 소비자들도 낮은 금리에 차를 살 수 있다는 걸 깨닫고 있다"며 그 이유를 설명했다.

미국에서는 차를 살 때 일정금액만큼을 계약당시에 일시금(다운페이)으로 지급한 뒤 나머지 대부분 금액은 은행 융자를 받아 갚아 나간다. 이럴 때 낮은 금리는 절대적으로 유리할 수 밖에 없다.

특히 지난 3월 일본에서의 대지진으로 부품공급이 원활치 못해 미국내 자동차 생산이 급감한 탓에 차를 바꾸고 싶어도 원활치 않았다. 실제 기름값이 오르면서 하이브리드나 연비가 좋은 차량은 신차건 중고차건 물량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경제 전망에 불안해하는 소비자들도 리스로 차를 사고 있다.

이 덕에 29일(현지시간) 미 상무부가 발표한 7월중 미국 개인 소비지출은 전월대비 0.8%나 증가했다. 시장에서 전망했던 0.5%를 훌쩍 넘어섰고, 6월 0.1% 감소에서 한 달만에 큰 폭 증가세로 반전했다. 자동차를 비롯한 내구재 소비가 1.9%나 증가해 최근 4개월째 이어져온 감소세를 벗어났다.

JP모간체이스의 마이클 페롤리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소비지출 지표가 아주 좋았는데 차 판매가 늘었고 7월에 아주 더워서 유틸리티 소비도 더 늘었다"며 "이렇게 좋은 실적이 계속 나오긴 힘들겠지만 어쨌든 최근 기름값 가격 하락이 경제와 소비자들에게 특히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 美 더블딥 우려 `확` 낮췄다

이에 따라 미국이 재차 경기 침체기를 겪을 것이라는 더블딥 공포는 크게 낮아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소비가 국내총생산(GDP)의 70%를 차지하는 나라인 만큼 소비 회복은 경제 동력이 살아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노무라증권의 제프리 그린버그 이코노미스트는 "그동안 더블딥을 우려했던 사람들이라도 이번 소비지출 데이터를 보면 이런 논란이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시에떼제너럴의 루디 나르바스 이코노미스트는 "유가가 내려오고 있고 이에 다라 여력이 생긴 소비자들이 지출을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최근 국제유가가 하락하면서 5월초까지만해도 갤런당 4달러 이상이던 기름값은 정점을 찍고 현재 10%나 하락했다.

신학기 개학을 맞는 소위 `백투스쿨 시즌`이라 당분간 소비지출이 더 늘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바클레이즈캐피탈의 딘 마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이 더 완화되는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향후 실질 소비지출은 좀더 늘어날 것"이라며 "소비지출이 하반기에 더 견실해질 수 있다"고 기대했다.

◇ 불안요인 상존..연준 `관망모드`

그러나 호재만 있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불안요인이 상존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에 대한 우려감이나 주식시장 부진, 소비자들의 자신감 결여 등이 소비 회복을 지속하기 힘들게 할 수 있다.

미국경제에서 가장 부진한 두 영역인 고용과 주택경기도 살아날 조짐이 없다. 실업률은 24개월째 9% 언저리를 맴돌고 있다. 모기지 금리가 사상최저 수준에 근접했지만 주택 구매 역시 살아나지 않고 있다. 이날 나온 잠정주택 판매도 3개월만에 하락 반전했다.

물가 상승도 부담이다. 실제 이날 개인 소득 데이터를 보면 개인들의 소득은 늘었지만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소득은 10%나 줄었다. 이같은 실질 소득 감소를 메우기 위해 저축을 줄이고 있는 실정이다. 7월 저축률은 6월의 5.5%에서 5.0%로 낮아졌다. 4개월만에 최저였다.

폴 데일즈 캐피탈이코노믹스 이코노미스트는 "이런(저축을 줄여 이를 소비하는) 추세는 계속 지속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날 컨퍼런스콜에 나섰던 소매업체 로우스의 로버트 니브록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경제성장 둔화를 보여주는 지표와 미국 국가신용등급 강등에 따른 우려에다 주식시장 부진으로 소비자들의 자신감 회복이 당분간 어려울 것"이라며 우려를 표시했다.

이에 따라 연방준비제도(Fed)도 조심스러운 낙관론 속에 향후 지표를 관망하며 대응하는 전략을 쓸 것으로 보인다. 주요 연방준비은행들도 하반기 미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추고 있지만 여전히 상반기보다는 좋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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