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교수·전직 부행장도 서류 위조 가담

중견회사 사외이사 제도 운영 실태 `심각`
법률위반 사항까지 이사회 의사록 허위기재
  • 등록 2011-07-15 오전 7:00:10

    수정 2011-07-15 오전 7:00:10

[이데일리 좌동욱 기자] 10년전 경영진을 견제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된 사외이사 제도가 오히려 경영진의 거수기 역할을 하고 있다는 비판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금융당국도 하반기 금융회사 지배구조개선법(가칭)을 새로 만들어, 사외이사의 자격과 책임을 강화, 제도의 실효성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흥국화재(000540) 사외이사 제도 운영 실태를 보면, 이런 제도적 개선 방안이 현실에서 제대로 운영될 지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금융감독원이 이번에 '주의적 경고'조치를 내린 사외이사들은 지난해부터  5차례씩이나 이사회에 불참했음에도, 참석했다는 자필 서명을 허위로 기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사건의 심각성은 이사회 안건 중 법률에서 엄격히 규제하는 대주주와 계열사들의 대출에 대한 내용이 들어 있다는 점이다. 보험업법에 따르면 보험사가 대주주나 계열사에 대해 100억원 이상의 대출을 할 경우, 이사회 멤버가 전원 참석해 전원 찬성을 해야 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법 위반사안이 될 수 있는 안건조차 별다른 죄의식 없이 불참했다"며 "회사 주요 사안에 책임감을 느끼지 않는 실태를 여실히 보여준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징계를 받은 사외이사들은 현직 국내 유수 사립대 교수, 전직 대형 시중은행 부행장, 중견 회계법인 현직 이사 등 전문성을 갖췄다고 평가받는 오피니언 리더층이다. 일부는 신용회복기금 자문위원, 한국경영학회 상임이사, 중앙노동위원회 조정위원 등 사회 공적 기구 직함까지 갖고 있었다.

금융당국은 사외이사의 자격과 역할을 법률로 엄격히 제한해 제도의 실효성을 높인다는 방침이지만, 이번 사건을 보면 제도 자체의 문제보다는 제도의 운영과 개인의 도덕성이 더욱 중요하다는 사실을 엿볼 수 있다. 특히 규모가 크지 않은 금융회사의 경우 사외이사 제도가 경영진의 정당성을 부여해주는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당국은 이런 관행이 다른 금융회사에도 비일비재하다고 의심하고 있다. 실제 이번 사외이사 문제는 태광그룹 계열사 골프회원권 매입 조사과정에서 `곁다리`로 적발됐고, 이사회 불참 여부에 대한 전수조사도 하지 않았다. 권혁세 금감원장도 지난 12일 "보험 증권 저축은행 등 제 2금융권은 대주주가 문제를 일으킨 경우가 상당히 많다"며 "앞으로 검사에서 중점적으로 보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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