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집이 종자돈인 시대 영원히 지났다"

침체 벗어나도 물가상승률 정도 오를 듯
  • 등록 2010-08-24 오전 3:01:00

    수정 2010-08-24 오전 3:01:00

[뉴욕=이데일리 피용익 특파원] 20세기 중반 이후 미국에서는 주택이 종자돈 역할을 톡톡히 했다. 집값 상승 효과로 자녀들의 교육비를 내고, 크루즈 여행을 하며, 골프를 즐기고,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러한 시대는 영원히 지나갔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주택 시장이 침체에서 벗어나더라도 주택 소유가 과거처럼 큰 수익을 안겨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스탠 험프리즈 질로우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부동산 가격이 반드시 오른다는 철칙은 없다"며 "집은 특별한 재산이라는 이론은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집값이 물가 상승률에 맞춰 오름세를 나타내겠지만, 막대한 투자 수익을 내지는 못할 것이라는 게 험프리즈를 비롯한 다수 부동산 전문가들의 견해다.

딘 베이커 경제정책조사센터 이사는 "지난 2005년 이후 사라진 부동산 가치 6조달러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20년이 걸린다"며 "물가 상승률을 감안하면 영원히 따라잡을 수 없다"고 추정했다.

그는 이어 "주택을 돈을 버는 수단으로 바라봐서는 안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주택시장의 장기 전망은 어둡지만, 단기 전망은 더욱 어둡다. 오는 24일 발표되는 7월 주택판매 지표는 전년동월 대비 20% 감소가 예상되고 있다.

미국인들이 주택을 투자 대상으로 보는 현상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생겨났다. 가정으로 복귀한 군인들의 주택 수요가 건설업 호황을 불러 왔고, 자녀들이 성장해 독립하면서 주택 수요는 계속해서 늘었다.

특히 1970년대 인플레이션과 느슨한 조세정책은 주택을 좋은 투자 대상으로 만들었고, 1980년대 초부터 모기지(부동산대출) 금리가 장기 하락 추세를 보인 점도 집값 상승을 부추겼다. 1990년대 말에는 집값이 인플레이션 조정 후에도 연 평균 4% 올랐다.

주택을 주요 투자 수단으로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시각은 변함이 없다. 로버트 쉴러 예일대 교수가 매년 실시하는 설문조사에서 로스앤젤레스(LA) 오렌지카운티 등 4개 지역 주택 구입자들은 앞으로 10년 동안 주택 가격이 연 10%씩 오를 것으로 기대했다.

배리 리톨츠 퓨전IQ 애널리스트는 "1970년대 말부터 1990년대 말까지의 집값 상승은 이상 현상이었다"면서 "이러한 현상이 다시 나타날 것으로 기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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