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잊지 못할 미군 병사의 귀국 장면

  • 등록 2010-06-02 오전 12:37:25

    수정 2010-06-02 오전 5:55:14

[뉴욕=이데일리 지영한 특파원] 지난 4월30일 미국 뉴왁공황에서 사람들이 창 밖을 내다보며 웅성거리고 있었다. 사람들의 시선을 따라가 보니, 컨티넨탈 항공기 옆에 군인들과 공항 관계자들이 열을 지어 서 있었다. 기자는 당시 버크셔 해서웨이 주총 취재를 위해 오마하행 항공기를 타려고 게이트로 향하고 있었다.

조금 후 군인들이 경례하자, 항공기 화물칸에서 성조기에 감싼 관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에서 목숨을 잃은 군인이 주검으로 고향에 돌아온 순간이었다.

뉴왁공항이 뉴욕 맨해튼 인근임을 고려하면, 관속의 병사는 뉴요커이거나 인근 뉴저지 출신일 가능성이 크다. 화물칸에서 성조기가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자, 웅성거림은 사라지고, 사람들은 엄숙한 분위기로 병사의 귀국을 지켜보았다.

▲ 지난 4월30일 뉴왁공항. 한 미군 병사 유해가 도착하자, 미군과 공항 관계자들이 경례를 하고 있다. (뉴욕=지영한 특파원)
기자 옆에 한 백인 여성은 가슴에 손을 얹어 예를 표하며 창 밖을 응시하고 있었다. 눈물이 글썽이는 모습이 들어왔다. 미국 서부에 산다는 이 여성은 자신의 아들이 군 복무 중이라며, 부모된 입장에서 마음이 너무 아프다고 했다. 기자에게는 미군 병사에 관심을 보여줘 고맙다는 인사도 잊지 않았다.

어제 미국은 메모리얼데이를 맞이했다. 이날 미국의 각 커뮤니티는 220여 년 전 독립전쟁(1775~1783)부터 1,2차 세계 대전, 한국전쟁, 베트남·코소보·걸프전, 그리고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쟁과 테러와의 전쟁에서 미국을 위해 숨진 사람들을 추모했다.

기자는 뉴저지주의 작은 마을을 지날 때 군복을 차려입은 제대 군인들과 더불어 반바지 차림에 가족은 물론이고 애완견까지 끌고 온 사람들이 추모행사를 막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았다. 

문득 한 달 전 뉴왁공항에 주검으로 돌아온 이름 모를 미군 병사가 떠올랐다. 아마도 이 병사는 뉴욕 롱아일랜드 칼버튼 국립묘지에 안장됐거나, 가족들의 희망에 따라 어느 고향 마을 어귀 묘지에 묻혔을지도 모른다. 물론 병사의 가족이 맞이한 올해 메모리얼데이는 그 어느 때보다 특별했을 것임은 분명하다.    

기자는 지난 주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미국 국무장관을 인터뷰했다. 올브라이트는 잘 알려진 대로 미국 최초의 여성 국무장관이자, 북한 핵 문제와 관련해 평양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 정도로 한반도 정세에 정통한 인물이다.

올브라이트에게 천안함 사태로 한국 내 여론이 상당히 악화됐다고 하자 "한국민의 입장에서 말할 수는 없지만, 이것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은 중요한 사건"이라며 안타까움을 피력했다.

그에게 과거 1,2차 북핵 위기와 천안함 사태의 차이를 `핵 긴장 고조`에 수반되는 끔찍한 두려움은 (현실화되지 않은) 이론적이지만, 이번에는 배에 타고 있던 한국인들이 실제 목숨을 잃었다고 답변했다.
 
특히 "사람이 죽었다는 사실이, 남북한 간 대치를 인간적인 면에서 바라보게 한다"며 목숨을 잃은 우리 장병에 대한 안타까움을 거듭 피력했다.

이제 며칠 후면 현충일이다. 46명의 순국장병을 추모하며, 그 가족들에게 다시 한번 위로의 말을 전하고 싶다. 아울러 기자는 뉴왁공항에서 주검으로 돌아온 이름 모를 미군 병사에게 정중히 예를 표하던 `보통의 미국 사람`들을 오래도록 잊지 못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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