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경기·엔고(高)뚫고… 일류(日流) 열풍

  • 등록 2008-12-14 오전 8:30:00

    수정 2008-12-13 오후 6:57:08

[조선일보 제공] 강남 등 일식주점 대인기 사케 수입 4년만에 6배로 라멘·낫토도 불티 "양 적고 맛은 담백" 20대 젊은 층이 주고객
 
11일 저녁 7시쯤 서울 영동대교 남단에 있는 사케(쌀로 빚은 일본 청주) 주점 '하시'는 70석 테이블이 꽉 차있었다.
 
입구에는 10여 명의 손님이 기다리고 있었다. 하시 관계자는 "새벽 2~3시까지 손님이 끊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각 압구정동 로데오거리에 있는 일식주점 '류(流)'도 20대 손님들로 만원이었다. 8시가 되자 1~2층 모두 꽉 찼다.
 
김도영 총지배인은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는 사케가 와인보다 훨씬 더 인기"라고 말했다.
 
'일류(日流·일본제품 유행)' 바람이 거세다. 불경기와 엔고(일본 엔화 강세)에도 불구하고 올 들어 사케 소비가 급증하고 있다. 지난달까지 사케 수입액(521만 달러)은 2006년 전체 수입액(252만 달러)의 두 배를 넘었다.
 
서울 강남, 홍대앞 등지에는 일식주점 '이자카야(居酒屋)'가 속속 들어서고 있다.

 

 
과거와 달리 20대 젊은 층이 주도
 
최근의 일류 바람이 과거와 다른 점은 20대를 중심으로 한 젊은 층이 주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전에는 나이 지긋한 분들이 일식당에서 생선회와 함께 사케를 즐기는 식이었다면, 이제는 젊은 세대가 비좁은 일식주점에서 값싼 꼬치류, 오뎅 같은 안주와 함께 사케를 마시는 문화로 바뀌었다.
 
월간 음식전문잡지 쿠켄의 이은숙 편집장은 "사케는 뉴요커들 사이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며 "이런 문화가 자연스럽게 우리의 젊은 세대에도 전파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라멘만땅 같은 라멘(일본식 라면) 전문 프랜차이즈 가맹점도 성업 중이다. 백화점 지하 식품코너에서는 낫토(한국의 청국장과 비슷한 발효식품)가 건강 바람을 타고 인기를 모으고 있다.
 
신세계 백화점 왕기채 바이어는 "일본 식품은 양이 적고 맛이 담백해 연령과 상관없이 인기"라며 "엔고로 일본식품 가격이 올랐지만 올해 일본 식품 매출 신장 폭이 10%를 넘는다"고 말했다.
 
사케 소비 4년 만에 6배 급증
 
사케의 경우, 2004년만 해도 국내 수입 규모가 100만 달러에 불과했으나 올해에만 600만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4년 만에 여섯 배나 급증한 셈이다. 대형마트들도 사케 관련 매장을 대폭 늘리고 있다.
 
신세계 이마트는 올해 5월 용산역점을 시작으로 여의도점, 역삼점, 양재점 등 전국 13개 점포에 사케 전문존을 별도로 마련했다. 지난해 10종 남짓했던 사케 종류도 35종으로 늘렸다.
 
사케바 '춘산'을 비롯해 '쇼부', '하이카라야', '토오미', '오뎅 사케' 같은 일식 주점(酒店) 가맹사업도 활기를 띠고 있다. LG패션이 출자한 일본 전통면 전문점 '하꼬야'의 경우,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7가지 메뉴를 선정,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하꼬야의 전재원 본부장은 "내년까지 전국 매장을 100개로 늘리겠다"고 말했다.
 
롯데, 신세계백화점의 경우 본점 수입식품 매장 매출의 절반 정도가 일본제품이다. 관련 상품 매출도 전년 대비 50%가 넘는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롯데백화점 식품 부문장인 이병정 이사는 "식초, 간장, 낫토를 비롯해 일본제 식품류만 1000여 품목에 달할 만큼 품목이 다양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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