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레이다)"기대와 거품이 이끄는 경기"

  • 등록 2002-03-10 오전 11:40:00

    수정 2002-03-10 오전 11:40:00

[edaily] 지금의 경기상황을 놓고 거품론과 시기상조론이 팽팽히 대립하고 있다. 지난주도 전문가들과 정부 당국자들간의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거품`을 지적하는 진영은 부동산 및 주식가격이 과도하게 상승하고 있다는 점과, 2분기중 예상되는 해외수요 회복이 달아오른 국내 수요와 맞물려 경기를 과속권에 몰아넣을 것이라는 우려를 하고 있다. 이들은 따라서 선제적 금리인상 및 재정정책의 중립 전환 등 `거시적` 대응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정부 및 한국은행은 시기상조론을 견지하고 있다. 아직 수출이 회복기미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섣부른 거시적 대응은 회복경제의 싹을 자르는 우를 범할 것이란 입장이다. 현재의 경기상승세는 거의 전적으로 `기대`가 이끌고 있을 뿐이라는 주장이다. 따라서 부동산 시장 등에서 일부 나타나고 있는 부작용은 `미시적` 정책으로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는 논리다. 두 진영의 주장을 종합해 볼 때 지금의 경기는 다분히 `거품`과 `기대`가 이끄는 내수 일변도의 불완전한 상황으로 결론지어 볼 만하다. 이번주에도 경제주체들의 `기대`가 어느 정도인지를 짚어볼 수 있는 지표가 발표된다. ◇소비심리 `최고치` 행진 이어질 듯 = 통계청은 13일 정오 2월중 소비자전망조사 결과를 발표한다. 통상 2월은 고용사정이 연중 가장 나쁜 시기이나, 우리나라 소비심리는 고용동향보다는 자산가격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 모습을 보여왔다. 자산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각종 실물지표에 대해서도 소비자들의 인지도가 높은 편이다. 1월 한 달동안 종합주가지수가 54포인트 상승한 데 이어 2월 한 달간은 72포인트나 더 올랐다. 국민은행 조사에 따르면 2월중 전국 주택매매 가격은 전달에 비해 2.5% 상승했으며, 특히 서울지역이 3.3%나 올라 오름세를 주도했다. 부동산114 조사에서는 2월중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이 3.96%에 달했다. "2월 아파트 시장은 10년만의 대호황 장세"였다는 평가까지 나왔다. 이같은 자산가격의 급등세는 소비심리를 계속해서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소비를 자극하는 효과면에서는 주택가격 상승이 주가상승에 비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식을 보유한 국민의 수보다 주택을 가진 수가 더 많고, 금액도 크기 때문이다. 지난해 미국의 소비행태에 대한 실증분석 결과에 따르면 주택가격이 10% 상승하면 소비가 0.6% 늘어나고, 주가가 10% 오르면 소비는 0.3%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지난해 미국 연준의 그린스펀 의장이 밝힌 연구결과로는 주택매각을 통한 자본이득의 10∼15%가 소비로 이어진다고 한다. 지난 1월의 소비자 기대지수는 전달보다 5.8포인트 급등, 조사를 시작한 지난 98년 10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소득·연령계층 구분 없이 모두 기준치인 100을 넘어 `6개월 뒤에는 돈을 더 쓰겠다`는 태세다. 지난주 발표된 전경련의 BSI도 조사를 시작한 지난 75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는 폭등세를 연출했다. *CSI는 통계청 소비자기대지수 **BSI는 전경련 익월 전망치로 조사시점 기준으로 재배열 (예:2월 수치는 3월 전망치) 소비심리 지표의 이런 급등세는 주가와 부동산값이 큰 폭으로 오른 2월에도 이어졌을 것이 확실시된다. 기업과 소비자들의 심리가 과거 어떤 호황때도 따라오지 못하는 `최고` 행진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고치` 행진 살릴까 말까 = `거품론` 진영이 경계하는 점은 바로 이런 과속행진이다. 이 대로 두다간 곧 회복될 수출과 맞물려 통제불능 상황을 만들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통제 안된 거품은 언젠가 다시 꺼질 수 밖에 없으며, 그 고통이 어떨 지는 일본이 지금 온 몸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자극이 누적된 인플레가 내년초쯤이면 경제전반의 안정을 위협할 지경에 이를 것이라는 주장이다. 정부는 그러나 적어도 수출회복이 아직 실적으로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반박한다. 미국의 개선된 지표 발표로 기대만 커지고 있을 뿐인데, 우리 수출에 영향을 미치기까지는 시차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 전경련의 기업경기실사에서 2월 수출이 개선될 것이라고 기대(2월 수출전망 BSI 102.9)했지만, 실제 실적은 전달보다 오히려 나빠진(2월 수출실적 BSI 97.2)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3월 전망치는 다시 130.1로 치솟았다. 강한 기대가 계속되고 있지만, 실적과의 괴리가 지속된다면 지난해처럼 심리가 다시 얼어붙을 가능성이 크다. 내수의 열기를 죽일 수 없다는 정부의 주장이 여기에서 나온다. 이런 논란은 이번주는 물론 당분간은 접점을 찾지 못한 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르면 2월 산업활동 동향이 나오는 이달말, 또는 3월 수출지표가 발표되는 다음달초쯤에서 우열이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강도를 높여가는 정부의 부동산 투기대책이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도 중요한 점검대상이다. ◇엔 깜짝 강세..2월 고용동향 = 지난주 전세계를 놀라게 한 엔화의 초강세가 이번주에도 이어질 지도 큰 관심사다. 우리나라와 일본의 전문가들은 대체로 `반짝 강세`로 진단하면서 다음달부터는 130엔 수준으로 약해질 것을 점치고 있다. 반면 미국에는 강세기조로의 전환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상대적으로 많은 듯하다. 어쨌든 덕분에 엔/원 환율이 1000원대 이상으로 훌쩍 뛰어 올랐고, 우리 수출업체들은 희색이다. 반면 국제유가(두바이)는 연일 급등, 22.45 달러에 지난주 거래를 마쳤다. 미국 테러사태 직후인 작년 9월 하순이후 근 6개월만에 최고수준에 이르렀다. 엔화와 함께 이번주중 주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둘 다 우리 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한편 통계청은 14일 오전 2월 고용동향을 발표한다. 원지수보다는 계절조정 실업률 및 취업자 수의 동향에 더 비중을 둬 보는 것도 좋겠다. ◇하이닉스 협상, 마무리되나 = 미국 현지에서 진행중인 하이닉스-마이크론간 협상이 이번주에 처리의 가닥을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까지 협상은 비메모리 중심 잔존법인 투자문제 등 핵심쟁점에 대한 양자간 입장을 조율하는 방향으로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액주주들 초미의 관심사항인 잔존법인 경쟁력 확보방안과, 채권단 채권보전과 직결된 주가기준 산정일, 주식처분 제한 완화 방안 등에 대한 논의도 집중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하이닉스 협상타결을 가늠할 바로미터는 채권단의 움직임. 채권단은 쟁점현안에 대한 의견이 좁혀질 경우 채권단 관계자를 미국 현지에 보내 협상을 타결지을 계획이다. 독자생존이냐 협상타결이냐에 따라 지나치게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하이닉스 주가는 이번주 채권단의 방미여부 등에 따라 다시 심하게 요동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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