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고르기에 들어간 뉴욕 증시.
27일의 미국 뉴욕 증시는 폭풍전의 고요함으로 표현할 수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추가 금리인상 여부와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증산 결정, 마이크로소프트(MS)의 반독점 소송 등의 폭풍이 시장 전반에 불확실성을 줬다.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분위기가 시장을 지배했다. 이 때문에 나스닥은 거래량이 작년 11월 이래 최저를 기록했다. 뉴욕 증권거래소(NYSE) 거래량도 평균치를 크게 밑돌았다. 나스닥과 NYSE의 거래량은 각각 14억 주, 8억7000만 주였다.
그러나 미국의 전문가들은 다우지수와 나스닥,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 러셀 2000 지수의 하락에 대해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눈치. 그럴 줄 알았다는 반응이었다. ‘제프리스’의 수석 시장 전략가인 아트 호간은 이날의 움직임을 “이익실현(profit taking)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브레이언 머레이’의 선임 주식 트레이더인 피터 쿨리지는 “이번 주에 주가가 하락하더라도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많이 오른 종목이 꽤 있다는 얘기.
지난 주 많이 올랐던 금융주를 중심으로 이익실현 움직임이 일어났다. 증권주를 비롯한 금융주가 하락했다. J.P.모건, 씨티그룹,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찰스 스왑, 모건 스탠리 딘 위터, 체이스 맨해튼 등이 모두 떨어졌다. 소매금융 중심의 뱅크 원만 11% 상승, 추가하락을 막았다. 아멕스 증권 브로커/딜러 지수는 4.2% 떨어졌다.
제너럴 일렉트릭(GE)까지 하락하는 와중에도 그래도 굳건히 시장을 떠받친 종목은 생명공학, 반도체, 네트워킹 장비업체, 컴퓨터 하드웨어 등. 지난 주 초-중반 시장 분위기를 장악했던 인텔, 텍사스 인스트루먼트,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STM 등 반도체주가 대부분 상승세를 탔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지난 주말보다 1.39% 상승했다.
반도체주와 비슷하게 움직이는 IBM, 휴렛 패커드, 컴팩, 델 컴퓨터 등 컴퓨터 관련주도 올랐다. 모건 스탠리 딘 위터가 IBM의 등급을 올린 것이 컴퓨터 주가를 상승시키는데 기여했다.
세계 1위 기업에 오른 시스코 시스템스는 이날도 소폭 상승하면서 굳히기에 들어갔고, 선 마이크로시스템스는 사상 최고치 기록을 세웠다. MS는 이날 하락하면서 시스코와의 시가총액 격차가 100억 달러까지 났다.
아메리카온라인(AOL), 야후, 아마존 등 인터넷 대표주와 루슨트 테크놀로지, 노텔 네트워크, 퀄컴 등 통신장비 및 통신 칩 제조업체, AT&T, MCI월드콤, SBC 커뮤니케이션스, 벨 어틀랜틱 등 통신 서비스업체 주가도 상승했다. 따라서 기술주의 대표주자는 대부분 상승한 셈이다. 그러나 800파운드 고릴라가 시장에 떨어진 것(스마트머니닷컴)과 같은 정도의 충격을 준 MS의 하락은 너무 컸다.
생명공학주중에서는 대표주자인 암겐이 10%나 상승했으며 이뮤넥스, 바이오겐 등이 올랐다. 인카라 파머세티칼스의 주가는 미국 특허사무소가 특허를 인정했다는 발표로 100% 이상 상승했다. ‘페인웨버’가 현재 60달러인 암겐의 주가가 12개월 내에 80달러까지 갈 것이라고 한 것도 생명공학 주가를 올리는데 주효했다. 나스닥 생명공학지수와 아멕스 생명공학지수는 각각 3.0%, 1.17% 올랐다.
생명공학주는 상승했지만 머크, 화이자,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퀴브 등과 같은 제약주는 소폭 하락했다. 미국 뉴욕 증시에서는 생명공학주와 제약주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날 질레트, 킴벌리 클라크, 프록터 & 갬블 등 생활용품 제조업체의 주가는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특이주는 MS의 윈도와 대항하는 운영체계(OS)인 리눅스 업체 레드 햇. 손실 규모가 예상치보다 나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6% 하락했다.
다우와 나스닥, S&P 500 지수 하락을 주도한 MS에 대한 시장의 열기가 완전히 식은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주 공무원과 퇴직자 기금을 운영하고 있는 스티븐 콘럼프는 “장기적으로 MS를 좋아하지만 미 법무부의 소송이 어떠한 결과를 낳을 지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콘럼프는 올들어 MS 주식을 매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