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美고용 식는다…"배드뉴스가 굿뉴스"[월스트리트in]

민간기업 고용 17.7만건↑…"팬데믹 이전 수준"
2Q GDP성장률도 2.4→2.1%…"연착륙 기대 강화"
구글과 제휴 강화한 엔비디아…주가 사상 최고치
美원유 재고 큰폭 감소에…유가 5거래일 연속 상승
  • 등록 2023-08-31 오전 5:54:35

    수정 2023-08-31 오전 7:23:35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배드(Bad)뉴스’가 이틀 연속 뉴욕증시를 끌어 올리고 있다. 뜨거웠던 미국 노동시장이 점차 둔화되고, 경제성장률도 소폭 하향됐다는 약한 경제 데이터를 두고 투자자들은 ‘굿뉴스’로 간주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이 긴축 싸이클 종료를 선언하는 데 힘이 될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미국투자자문사 카슨그룹의 글로벌 거시전략가 소누 바게스는 “‘배드뉴스는 굿뉴스’라는 환경으로 돌아가고 있다”면서 “경제지표가 완화되고 국채금리 상승 압력이 줄면서 주식시장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뉴욕증권거래소에서 트레이더가 모니터를 보며 거래 동향을 파악하고 있다. (사진=AFP)
고용 둔화 신호 뚜렷…국채금리도 하향 안정세

주가는 올랐지만 상승폭은 제한됐다. ‘배드뉴스’의 한계 때문이다. 미 경기가 급격히 침체될 가능성이 제기되면 지표에 선행하는 주가는 오히려 하락할 수 있다. 경기가 악화되면 기업들의 실적이 나빠지기 때문이다. 아직은 경기 미래를 확신할 수 없기 때문에 불안한 상승세다.

30일(현지시간)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이날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0.11% 오른 3만4890.24에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도 0.39% 상승하며 4514.87을 기록해 4500선을 회복했다.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 지수도 0.54% 오른 채 1만4019.31을 기록했다. 대 지수가 4거래일 연속 올랐고, 나스닥은 8월 1일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치솟던 미 국채 금리도 이틀 연속 하락(국채가격 상승) 중이다. 이날 오후 4시20분 기준 10년물 국채금리는 4.116%로 전거래일 대비 0.6bp(1bp=0.01%포인트) 떨어졌다. 약 3주만에 최저치다. 2년물 국채금리는 0.2bp 내린 4.89%를 기록 중이다. 30년물 국채금리도 0.9bp 내린 4.226%에 거래되고 있다.

시장에 영향을 준 것은 전날 구인이직보고서(JOLTs)에 이어 민간 고용정보업체 오토매틱데이터프로세싱(ADP)의 데이터다. 타이트한 고용시장이 점차 둔화하고 있다는 신호를 주면서다.

ADP에 따르면 미국의 8월 민간기업 고용은 전월대비 17만7000건이 늘었다. 이는 7월(32만4000건→37만1000건 수정) 대비 대폭 줄어든 수치다. 다우존스 예상치(20만건)도 크게 밑돌았다.

팬데믹 이후 크게 증가했던 여가·접객업종 고용증가 속도가 둔화됐다. 8월 3만명 늘어나면서, 2022년 3월 이후 증가폭이 가장 낮았다. 1년 전 대비 임금 증가율은 5.9%로, 2021년 9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넬라 리처드슨 ADP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번달 수치는 팬데믹 이전의 일자리 창출 속도와 일치하다”고 분석했다.

전날 미국 노동부도 7월 구인이직보고서(JOLTs)에서 구인건수가 882만7000건으로 2021년 3월 이후 처음으로 900만건을 밑돌았다고 발표했다. 2022년 3월 구인건수가 1200만개로 치솟았던 점을 고려하면 수요가 공급을 웃도는 ‘타이트’한 상황이 진정되고 있는 모습이다. 이날 ADP보고서 역시 JOLTs와 같은 흐름을 보여준 셈이다.

고용시장이 점차 둔화되고 있지만, 미국 경제는 여전히 탄탄하다는 소식도 나왔다.

미국 상무부는 2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잠정치가 연율 2.1%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한달 전 속보치보다 0.3%포인트 하향 조정됐고, 월가 전망치(2.4%)도 하회했다.

성장률이 소폭 내려갔지만, 1분기 성장률(2.0%)과 대비해서도 소폭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고금리에도 미국 경제가 2%대 견조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을 방증했다.

미국 경제가 탄탄한 모습을 계속 보이면서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올해 경기침체 전망을 철회했다. 연방준비제도(연준)이 강한 긴축 정책을 펼치더라도 미국 경제가 연착륙 할 수 있다는 낙관론이 커지고 있다. 그야말로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골디락스가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US뱅크웰스 매니지먼트의 투자전략가 롭 하워스는 “고용 데이터가 다서 완화돼 연준 추가 금리인상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를 완화시켰다”며 “미국 경제 연착륙 전망도 성장주와 위험자산에 대한 수요를 끌어올렸다”고 평가했다.

‘검은가죽잠바 사나이’ 별명을 갖고 있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사진=AFP)
엔비디아 종가기준 사상 최고치

장기물 국채금리 상승 압력이 낮아지면서 기술주 랠리는 이어졌다. 구글과 인공지능(AI) 제휴를 발표한 엔비디아는 사흘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날 0.98% 오르며 주당 492.64달러까지 올라섰다. 종가 기준으로는 사상 최고치다. 장중 최고치는 지난 24일 기록한 502.66달러다. 내달 12일 아이폰15를 공개하는 애플도 1.92% 올랐다.

마스터카드와 비자가 신용카드 수수료를 인상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보도에 약 0.5%가량 상승했다. 컴퓨터 제조업체 휴렛패커드(HP)는 수요둔화로 연간 실적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면서 6.6% 폭락했다.

경기 둔화 우려에 달러는 약세를 보였다. 유로·파운드 등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0.35% 내린 103.17을 가리키고 있다.

국제유가는 5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0월 인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47센트(0.58%) 오른 배럴당 81.6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5일간 상승률은 3.47%이다. 미국 원유재고가 큰폭으로 감소했다는 소식에 수요를 자극했다. 이날 발표된 미 에너지정보청(EIA)과 다우존스에 따르면 지난 25일로 끝난 한 주간 원유 재고는 전주 대비 1058만4000배럴 감소한 4억2294만4000배럴을 기록했다. 월가 예상치 200만배럴 감소를 웃돌았다.

유럽지수는 혼조세를 보였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 30 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0.24% 하락,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 40 지수도 0.12% 떨어졌다. 영국 FTSE100지수도 0.12% 상승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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