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에도 출근, 수당은 없어요”…어디서 일하길래

5인 미만 사업장, 휴식권 보장 여전히 먼 나라 얘기
연차유급휴가·유급휴일 모두 근로기준법 적용 제외
정부·여당 “보호하겠다” 말만 하고…방안은 아직도
  • 등록 2023-08-15 오전 8:00:00

    수정 2023-08-15 오전 8:00:00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더위에 숨숨 턱턱 막히지만, 쉬고 싶을 때 쉬는 건 불가능해요.”

직원이 4명인 소규모 사업체에서 일하는 장연욱(33)씨는 연차휴가 현실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다. 연일 계속되는 더위에 잠시 일을 내려놓고 피서를 떠나는 직장인이 많지만, 장씨에겐 불가능한 일이다. 5인 미만 사업장은 법적으로 연차유급휴가를 보장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4일 오전 서울 지하철 9호선 김포공항역에서 승객들이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연차유급휴가는 1년 동안 일한 대가로 주어지는 근로기준법상 유급휴가라는 뜻으로, 쉬어도 급여가 지급된다. 또 근속연수가 늘어날수록 연차휴가는 늘어난다. 그러나 4인 이하 사업장은 법적으로 보장된 휴가가 없다. 수년 동안 같은 사업장에서 일해도 법적으로 보장받는 휴가가 없다는 뜻이다.

직장갑질119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300인 이상 사업장 근로자는 81.3%가 유급연차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고 답한 반면,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는 43.3%만이 유급연차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고 답했다. 연차휴가를 법으로 보장받지 못하기 때문에 연차미사용 수당도 받을 수 없다. 휴가도 제대로 못 가는데, 돈으로 보상도 받을 수 없다는 의미다.

5인 미만 사업장이 보장받지 못하는 건 연차유급휴가뿐만이 아니다. 먼저 근로시간 제한 관련 규제를 받지 않는다. 법정 근로시간 40시간과 연장근로시간 12시간으로 구성된 ‘주52시간제’는 5인 이상 사업장에서만 적용된다. 4인 이하 사업장은 사업주가 한 주에 80시간 일을 시켜도 불법이 아니라는 뜻이다.

근로시간 규제를 받지 않으니 휴일근로와 연장근로에 대한 가산 수당도 받지 못한다. 5인 이상 사업장은 연장이나 야간, 휴일 근로를 하면 가산 수당을 받는다. 한 시간을 일하면 기본적으로 통상임금의 50%가 가산되기 때문에 1.5배의 임금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5인 미만 사업장은 일하기로 한 것보다 더 일하거나 야간에 일하거나, 휴일에 일해도 일한 시간만큼의 임금만 받을 수 있다.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연장근로를 제공한 후 ‘초과근로 전부에 대해’ 수당을 지급받은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는 36.7%에 불과했다.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 3명 중 1명(32.7%)은 초과근로수당을 아예 받지 못했고, 26.5%는 일부 수당만 받거나 정해진 한도액까지만 받았다.

또 4인 이하 사업장은 공휴일의 법정 유급휴일도 적용받지 못한다. 근로기준법상 관공서의 공휴일을 유급휴일로 보장받을 수 있는 것도 5인 이상 사업장부터이기 때문이다. 법정 유급휴일을 보장받지 못하다 보니 만일 공휴일에 쉰다고 해도 임금이 지급되지 않는다.

휴식을 보장받지 못하는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는 일부가 아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기준 5인 미만 사업장은 134만6091개로 전체 사업장(200만5323개)의 67%에 달한다. 종사자 수도 293만8457명으로 전체 근로자(1889만5911명)의 15% 수준이다.

정부도 여당도 작은 사업장 근로자의 휴식권 보장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대책 마련은 감감무소식이다. 고용노동부는 올해 초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5인 미만 사업장의 근로기준법 적용을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는 8월인 현재까지도 마련되지 않았다.

국민의힘 노동개혁특위도 지난 6월 노동약자를 보호하겠다며 5인 미만 사업장의 근로자에게도 연차유급휴가 보장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특위는 이번 달까지 운영될 예정이지만, 논의는 아직 한 번도 이뤄지지 않았다. 특위 관계자는 “이달 말까지 특위 회의를 두 차례 정도 더 진행할 계획이지만, 어떤 주제로 논의할지는 확정된 바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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