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벤처기업부가 주관하는 민간투자주도형 기술창업지원 프로그램 ‘팁스’(TIPS) 기업 선정 심사에 참여했던 한 금융권 관계자의 지적이다. 유망 기술 기업을 선정해 정부 자금으로 키워내는 취지의 사업이 정작 기술력 점검 및 사업 전망을 평가할 심사역량 강화에 무심하다는 지적이 적잖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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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계 기관 심사 단계에서 심사를 진행하는 인력은 심사위가 열릴 때마다 소위 산업계 및 학계에서 수시로 구해오는 ‘임시 아르바이트’다. 심사 대상 기업의 분야와 크게 관계가 없는 인사가 심사를 맡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심사 전문성 면에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어 “종종 분야 관련성이 상당히 낮은 대학 교수들이 전문위원이라고 우르르 섭외돼서 오는 경우도 많은데 이러면 스타트업 대표가 학벌이 좋으면 선정되는 웃지못할 사례도 나온다”고 덧붙였다.
해외에서 운영되고 있는 유사 프로그램과 비교하면 아쉬움은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한국연구재단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인 ‘중소기업 기술혁신(SBIR)’의 경우 기술기업을 창업한 대표(CEO)나 최고기술경영자(CTO), 직접적 연관이 인정되는 분야의 교수가 20~50% 포함된다. 기술 기업 성장 단계에 따라서 관련 전문가들의 비중을 더 높여가며 심사 고도화를 하는 점이 특징이다. 심사위원단이 미리 꾸려지고, 투명하게 공개된다. 외부에서 보기에 부적격자가 포함됐다고 판단할 경우 이의를 제기하는 창구도 열려 있다. 심사역량을 갖춘 위원들의 피드백이 기업 성장을 견인하는 효과도 낸다. 선정 및 탈락 여부에 관계없이 6~10페이지 안팎의 심사평가 보고서를 받게 되기에 장점과 보완점에 대한 객관적 통찰을 확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전문가 그룹을 깐깐하게 구성하는 만큼 SBIR 선정 기업은 그 자체로 투자업계 및 시장에서 기술력 검증을 거쳤다는 신뢰를 얻을 수도 있다.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정부 사업이라 매번 제출해야 하는 서류가 엄청나다. 그런데 협회 측 일 처리 인력이 적어서 매번 제대로 안내를 못 받는다”며 “정부에 보고하는 절차를 제때 지키지 못하면 지원금을 받을 수가 없는데 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통보 받는 사례도 적지않다”고 토로했다.
엔젤투자협회 측 관계자는 “심사위원단은 신청이 들어오는 과제 기술 분류에 맞게 그때 그때 랜덤(임의)으로 섭외해서 진행하고 있다”며 “협회 인력의 경우 (팁스)사업이 해마다 커지는 만큼 맞춰서 늘리고 있다”고 답변했다.